[특집-붕괴와 재건] 기획의도

[특집 ㅣ 붕괴와 재건]

 

사라진, 사라지는, 생겨나는 것을 함께 보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신없이 흘러간 2016년, 대학원신문 마지막호(332호)에서는 “우리는 어떤 촛불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현 시국을 마주하는 대학원생의 목소리를 담았다. “특혜도 실력이고, 부모도 실력”이라는 은밀한 말이 표면 위로 드러났을 때, 많은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경쟁과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속성을 한탄하며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에서 ‘학문’을 업(業)으로 삼는 대학원생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기반을 두고 있다 믿고 싶던 이성과 합리주의, 지성의 완전한 붕괴를 보았으며, 또 다른 무력감을 느꼈다. 사적인 인격과 국가의 권력이 분리되지 못하는 이 웃지 못할 상황을 보면,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믿어왔던 대한민국 시스템은 사실상 봉건체제나 독재정권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87년 6.10항쟁 이후 이뤄온 민주주의의 가치들은 이명박 정권을 거쳐 위기를 맞기 시작했고, 박근혜 정권에 와서 이렇게 몰락을 보여줬다.


  하지만 경이로운 숫자를 기록하며 매주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오는 시민들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기도 한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행태에서 시작한 시민들의 분노와 외침은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촛불의 목소리가 상징하는 것은 정경유착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사회적 모순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이면서, 박근혜 정권이 재연하려고 한 박정희 모델, 구체제의 몰락이기도 할 것이다. 때문에 지금은 ‘헬조선’을 변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며, 광장에서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우리 일상의 곳곳으로 이어지게 할지를 모색해야할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안에서부터


   이런 국가적 상황에서 변화하고 다시 세워야할 현실은 학내에도 있을 것이다. 학부 등록금이 동결돼도, 매년 비싼 등록금을 더 비싸게 올려주며 큰 짐을 감당하는 대학원생들은,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교내 진정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대학원의 원우들은 오랜 시간 ‘자치기구’를 통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높이고, 쟁취하는 과정으로 ‘중앙인’의 이름을 달았다. 여전히 중앙대에서 대학원생들은 스스로의 ‘자치권’을 보존하며 존재하고 있는지 학내 기구들을 돌아봐야할 때이다. 


  중앙대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는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를 주도하며, 활성화되지 못한 국내 대학원 자치기구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38대 원총은 2011년 이후 6년 만에 총학생회장단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내 자치기구에 관심을 가지고 앞장서는 원우들이 줄어들고 있는 이 현실이 비단 중앙대 대학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당장 눈앞의 비상사태를 맞은 것은 우리 원우들이다. 지난해 본부는 310관 공간배정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단위요구안 협의과정을 지연하는 등, 대학원을 무시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회장단이 없는 38대 원총이 원우들을 대표하는 임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 원우들은 우려 속에 2017년을 시작하게 되었다. 


  원총과 함께 학생자치기구의 오랜 중심축의 하나는 ‘학술단체위원회’이다. ‘학술자치위원회’라는 이름이 원총의 산하기구로 편성되면서 ‘학술단체위원회’로 바뀐 것은 2015년이다. ‘자치’ 위원회가 원총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공간부족을 핑계로 대학원 측이 자치기구의 시스템에 개입했다는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으며, 시스템 변경과정은 난항을 겪었다. 현재 원총 학술국은 연합 학술제나 학술지 <중앙아람>을 간행하는 등 내부연구 지원에 집중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학원내 학술연구단체가 ‘원우들의 자치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진정한 목소리로서 존재 하는가
 

  지난해 말, 미디어센터로의 소속이전을 거부한 이유로 학내 공간을 배정받지 못한 교지편집위원회(이하 교편위) <중앙문화>,<녹지>는 대자보와 학내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서 자리를 지키고자 애쓰고 있다. 이런 교편위의 현재 모습은 학내 ‘언론’의 역할과 또 다른 ‘자치기구’의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중앙문화>와 <녹지>는 오랜 학우들의 지지를 받으며 명실공히 ‘중앙’을 대표하는 학내 언론기관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 ‘공간’의 진정한 구성원이라는 의미가 함께한 시간과 땀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중앙대 내 ‘대학원생’이란 이름의 무게와도 비슷해 보인다. 


  대학원신문 역시 비슷한 역사를 거쳐 왔다. 대학원신문은 1983년 창간 시기부터 2009년 미디어센터로의 소속변경 전까지 오랜 시간을 대학원 원우들의 ‘자치기구’로서 존재했다. 소속변경 과정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고, 그렇기에 교편위의 현재 상황이 대학원신문사 입장에서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7년 현재, 대학원신문은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 2017년 상반기 대학원신문을 꾸려갈 편집위원은 지금 읽고 있는 333호의 편집이 마무리 되는 2월까지 인원이 다 채워지지 않았다. 단순히 학내 자치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하는 원우들이 줄어드는 현실을 한탄할 수만은 없다. 연구도 해야 하고, 생계도 꾸려야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글을 쓰고, 비판을 한다는 것은 대학원신문사가 어느 소속이냐 와는 상관없이 부담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오랜 시간 대학원신문이 학교 어디에 소속되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가 대학원신문사의 존폐를 위협받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왜 더 많은 원우들이 대학원신문과 함께 목소리를 내지 않는지, 지금 대학원생의 현실은 무엇이고, 거기서 대학원신문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위기의 시기를 맞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성찰에서 2017년 상반기 대학원신문은 원우들에게 보다 많은 지면이 돌아가는 구성을 기획해 보았다. 오피니언면 외에도 전문 기획면의 필자로 원우들을 섭외하려 애썼으며, ‘중앙학술’‘중앙예술’ 지면을 통해 원우들의 연구와 문학작품, 비평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해 원우들이 독자이자, 필자로 참여하는 기회를 늘렸다. 비록 작은 시도일수는 있겠지만 이 고민이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각자의 공간에서 변화를 실천하는 하나의 발걸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현재는 과거이면서 동시에 현재다” 특별한 철학자들의 시간개념까지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온 우주의 기운을 일신의 안위만을 위해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좀 더 우주적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이면서 현재인 지금을, 또 다른 현재인 미래를 위해서 상상하고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안혜숙 편집위원|ahs1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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