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은 / 대학원신문 전 편집장

[특집] 붕괴와 재건 – 학내의 오늘과 내일
 

  본 지면에서는 ‘붕괴와 재건’이라는 특집 주제 아래, ‘학내의 오늘과 내일’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6년 만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들어간 제38대 대학원 총학생회를 비롯해 100주년 기념관 완공 이후 공간 배정문제를 겪고 있는 교지편집위원회, 오랫동안 구조 변화를 통해 운영 방향에 고민을 겪고 있는 학술단체위원회를 돌아보며 학내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주체적 운영과 참여’를 고민해 볼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비판적 언론기구로써 원우들의 목소리가 되고자 하는 ‘대학원신문’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도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학원신문사]

대학원신문이 만들 새로운 장을 상상하며

 

전영은 / 대학원신문 전 편집장

  대학원신문이 창간된 1980년대에는 ‘운동의 과학화’와 ‘학문적 실천’을 필두로 한 학술 운동에 초점을 맞춘 글이 지면을 가득 채웠다. 1999년에 대학원신문은 대학원에서 진보적 학문을 추구하는 학술 운동이 불가능한 조건에 처했고, 이와 함께 대학원 공간의 리얼리티가 붕괴하였다고 분석했다. 2009년에는 대학원신문의 발행인 자리에 총장의 이름이 들어가게 되었고, 2015년에는 5명이던 편집위원이 4명으로 줄었다. 나열된 몇 가지 사실들은 ‘오늘’의 대학원신문을 이해하는 작은 조각들이다. 현재의 대학원신문은 복합적인 역사적 구성물이므로, 만약 지금 대학원신문이 ‘위기’라면 이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면이 허락하는 한에서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대학원신문의 위기는 먼저 신문사의 기능과 소속 간의 모순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원우들을 대신해 대학 본부, 대학원, 대학원 총학생회 등의 기구를 감시하고 때에 따라 비판을 통해 견제하는 것은 대학원신문의 가장 중요한 지면을 차지하는 학내 기사의 기능이다. 하지만 본부를 견제하는 입장인 신문사가 총장 직속 기구인 미디어센터에 소속되어 있고 총장을 발행인으로 한다는 점은 이미 신문사의 존재 자체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운영비 지원을 빌미로 소속 이전을 강요받았던 2009년 당시에만 해도 이 모순은 잠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이러한 모순이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그러한 모순은 2015년 “‘총장이 발행인인 중대신문의 기본 논조는 학교를 대변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편집 방향으로 1회라도 발행하면 그날로 중대신문은 폐간하는 날”이라는 전 이사장의 말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극적으로 드러났다.


  이는 두 번째 측면, 즉 지식 장과 대학원생의 위상 변동과 관련이 있다. 급진적 학생운동은 과거의 일이 되었고, ‘대학’이 가지는 물질적겭簒÷?위상이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대학의 기업화’는 대학의 물질적 토대와 운영 구조 전반을 바꿔 놓았다. 오늘날의 지식 장은 학문보다는 실적을 추구하고, 등재지 논문 게재 수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며, 그 등급에 따라 차등적 지원이 결정되는 제도 속에 존재한다. 


  학문의 가치가 생산성에 의해 평가되고 생산성과 관련 없는 활동들은 대학 본부와 대학원생들 양쪽에서 외면받는다. 학술등재지에 글을 게재할 자격이 되지 않는 석사 과정 및 수료생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박사 수료생들도 마찬가지로 지식 생산자로 인정받는 일은 드물다. 지식의 장에서 멀어지고 있는 ‘자격 없는 사람들’인 대학원생의 대다수는 모든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더이상 대학원생이 아니게 되었을 때, 즉 박사라는 타이틀을 얻었을 때 비로소 지식을 토론하는 장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대학원생들이 직접 쓴 학술적 글들은 대부분 개인 컴퓨터나 블로그 속에 머무른다. 대학원신문에서조차 이들의 글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만약 원우들이 대학원신문에 무관심하다면 대학원생의 이러한 조건들과 그 조건들이 만든 딜레마에 신문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원신문은 감시와 견제의 역할에 충실한가, 현재의 지식 생산 제도에서 벗어난 새로운 장을 상상하고 있는가,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하며 그 기능을 인정받고 있는가. 우리에겐 이런 질문들이 필요하다.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이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써는 대학원신문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대학원신문의 지면이 원우들의 힘 있는 텍스트로 채워져야만 가능하리라고 본다. 바라건대, 현재의 대학원생이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지, 대학원생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주제에 골몰하는지가 텍스트를 통해 자연스레 드러났으면 한다. 학내 기사뿐만 아니라 기획 기사에도 좀 더 많은 원우들이 의견을 내고 글을 실을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되면 좋겠다. 이미 구성된 대학의 틀 안에서 대학언론의 한계에 머무르기보다는, 대학원신문의 텍스트가 가진 적극적인 힘을 통해서 대학이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를 구성해냈으면 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대학원신문, 나아가 대학원생의 ‘재건’을 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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