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운 / <중앙문화> 편집장

[특집] 붕괴와 재건- 학내의 오늘과 내일

  본 지면에서는 ‘붕괴와 재건’이라는 특집 주제 아래, ‘학내의 오늘과 내일’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6년 만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들어간 제38대 대학원 총학생회를 비롯해 100주년 기념관 완공 이후 공간 배정문제를 겪고 있는 교지편집위원회, 오랫동안 구조 변화를 통해 운영 방향에 고민을 겪고 있는 학술단체위원회를 돌아보며 학내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주체적 운영과 참여’를 고민해 볼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비판적 언론기구로써 원우들의 목소리가 되고자 하는 ‘대학원신문’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도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학내 언론자치기구]

구성원으로서 대학사회를 고민하기

 

김고운 / <중앙문화> 편집장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은 주인은커녕 동등한 학교 구성원 대우마저 받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이하 교편위) <중앙문화>는 최근 발행한 71호에서 310관 건립으로 인한 공간 배정 과정에서의 문제를 다루었다. 학생대표자조차 공간 배정 관련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학교로부터 배정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으며, 정당한 공간 요구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대학원생 공간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간이 절실했던 대학원생들 또한 일방적 행정 결과로 아주 조금의 공간을 하사받았을 뿐이다. 대학본부(이하 본부)가 늘 서울캠퍼스 공간 문제의 마스터키로 내밀어 왔던 310관이 완공되었으나 공간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단편적인 상황만으로 그 이유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과거를 되짚어보자. 본부는 신캠퍼스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 아래 학문 단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과가 일방적으로 통폐합되었다. 그러나 신 캠퍼스 사업은 좌초했고 안성캠퍼스는 공동화, 서울캠퍼스는 인구과밀 문제를 겪게 되었다. 본부는 미봉책으로 대운동장 자리에 310관을 지었지만 역부족이다. 으리으리한 건물이 들어섰다고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다. 이 과정들은 <중앙문화>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4-5년 단위로 재학하는 학생들이 신 캠퍼스 사업이 처음 발표된 2005년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파악하기란 어렵다. 이때 기록은 역사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중앙문화>는 이 ‘기록자의 역할’을 학내에서 충실히 이행해 온 매체니, 본교의 어떤 문제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자 한다면 <중앙문화>를 펼쳐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중앙문화>는 학문 단위 구조조정,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등 학내 여러 사건에 주목하고 연대해왔다. 구성원들 개인이 직접 투쟁에 참여하기도 했고, 매 학기 제작‧배포하는 책과 SNS 등을 통해 학내에 올바른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본부는 비판을 멈추지 않는 <중앙문화>에 계속해서 압력을 가해왔다. <중앙문화>가 위치한 학생문화관과 학생회관이 철거 예정이지만 교편위 <중앙문화>와 <녹지>에만 새로운 공간을 배정하지 않고 있다. 본부는 공간제공을 빌미로 교편위에게 학교 기구인 미디어센터로 편입하기를 요구했지만 교편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디어센터로 편입할 시 본부의 편집 개입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앙문화>는 다른 단위들이 거의 다 떠나간, 곧 철거될 건물에 남았다. 점점 과밀해지는 캠퍼스, 백여 명의 학생들이 꽉꽉 찬 열악한 수업 환경,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학과를 재단하는 구조조정, 교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조건에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우리가 속한 작은 사회이고, 우리는 우리 사회에 벌어지는 부정과 부조리를 직시하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 목소리의 일환으로 <중앙문화>는 책을 만든다.
<중앙문화>가 비록 대학원 문제를 다루지는 않지만, 대학원생과도 멀리 있지 않다. 앞서 언급한 공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적 가치와 외부적 성과만을 좇는 본부의 막무가내 행정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생과 원생들은 경제적 수단으로 취급되고 소외된다. 이를 비판하는 <중앙문화> 또한 탄압하고 소외시켜야 할 존재다. 결과적으로 본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중앙문화>의 활동은 대학원생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실 나 하나 살아남기 바쁜 시대에 몇 년 다니고 말 대학 문제에 관심을 두기는 어렵다. 학내에서 집단적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가 많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중앙문화>에 대한 관심도 해마다 줄어간다. 그런 가운데 학내에서 목소리를 내려 하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을 포착할 수 있다. 최근 학내 연극 동아리인 ‘또아리’와 ‘영죽무대’는 연합 연극 프로젝트 ‘얼음땡’을 진행 중이다. 이것은 학내에 연극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들은 학내 공간 문제를 고민하기 위한 첫 활동으로 <중앙문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지의 필요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중앙문화>는 수많은 ‘얼음땡’들과 고민을 함께하고 싶다. 소비자도, 경제적 수단도 아닌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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