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수 /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 ‘진보와 복지를 위한 연구모임’ 회원

[특집] 붕괴와 재건 - 학내의 오늘과 내일

  본 지면에서는 ‘붕괴와 재건’이라는 특집 주제 아래, ‘학내의 오늘과 내일’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6년 만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들어간 제38대 대학원 총학생회를 비롯해 100주년 기념관 완공 이후 공간 배정문제를 겪고 있는 교지편집위원회, 오랫동안 구조 변화를 통해 운영 방향에 고민을 겪고 있는 학술단체위원회를 돌아보며 학내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주체적 운영과 참여’를 고민해 볼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비판적 언론기구로써 원우들의 목소리가 되고자 하는 ‘대학원신문’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도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학술단체위원회]

대학원 학생자치기구의 통폐합과 자율공간의 변화

 

이혁수 /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 ‘진보와 복지를 위한 연구모임’ 회원

 

 2000년대의 대학원 학생자치조직은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 신문사 그리고 학술자치위원회(이하 학자위)로 유지되어 왔다. 이 중 학자위는 대학원생들의 학술연구회(2007년에는 28개)로 구성된 학술연구 공동체로 대학원생들의 연구에 필요한 공간과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학생자치조직으로서 학자위의 사업은 연구자에게 필요한 연구 공간 조정, 연구 활동을 위한 비용 배분, 그리고 공통된 관심사의 교류를 촉진하는 것이었다. 대학원생은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자위는 소정의 연구비와 공간을 연구회별로 제공하고,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지원했다. 


  하지만 2015년에 14개 연구회로 축소된 학자위와 원총의 통폐합은, 학자위의 필요성보다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면서 추진됐다. 학자위에 대한 첫 번째 비판점은 학생자치조직으로서의 대표성 부족이다. 학자위는 대학원 건물을 이용하는 인문‧사회‧예술‧체육 계열 연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전문화된 연구공간이 필요한 의학‧약학‧공학‧자연 계열들의 참여는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 비판점은 연구회 중심의 운영방식이 공간을 독점하는 이익집단으로 비친 것이다. 연구회 수가 축소되고 공간 부족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이 소수화된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러한 비판은 학생자치기구나 대학원생들 간의 논의를 통해 개선했어야 할 점이다. 하지만 원총과 학자위의 통폐합은 대학원생들 간의 자율적인 과정이 아니었다. 실질적인 배경(대학원신문 317호)에는 학자위 공간이 대학원에서 추구하는 이용 방식과 상이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자위와 원총의 통폐합은 학생자치조직의 축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자위의 축소와 통폐합 과정은 대학원생의 자율성 약화를 의미하고, 대학원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대학원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학생자치공간의 활용방식이다. 대학원 공간의 이용방식은 대학원생의 욕구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현재의 학생자치공간의 원형은 2008년에 대학원을 리모델링하면서 원총과 대학원이 합의한 결과였다. 


  그 당시에 합의된 학생자치조직 공간은 지하와 1층, 그리고 2층의 원총과 신문사 공간이었다. 1층은 박사지정석과 전산실로, 지하는 학자위 공간, 석사지정석, 자유열람실로 대학원생의 연구공간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점차 시간이 경과하면서 부족한 공간문제로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공간은 공용공간과 수업공간으로 변경되었다. 확대된 수업공간은 일반대학원생이 아닌 다른 학생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대학원신문 317호). 이처럼 학자위와 원총의 통합을 주장한 근거는 다수의 이익을 위한 공간의 확대였지만 다수의 이익 주체는 불명확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대학원생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공간의 성격은 어떤 것인지, 같은 공간 사용 방식을 결정하는데 대학원생의 ‘목소리’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 대학원생들에게 안정적인 개별 연구 공간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원 공간은 학자위와 같은 개별 연구공간보다 수업공간과 단기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유열람실(공용공간)로 채워지고 있다. 대학원생들은 매일같이 자료와 서적을 들고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헤매거나 추첨으로 공간을 배정받고 있다. 한정된 지정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자격과 절차는 복잡해지고 있다. 공간 이용권을 선택받은 대학원생도, 이용하지 못하는 대학원생도 불만이 쌓여간다. 학자위의 통폐합으로 공용공간이 확대되면 현재의 공간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대학원생에게 어떤 방식의 공간이 필요한가. 


  학생자치조직의 변화과정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해야 대학원생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이다. 자유의 위기는 무관심, 구조에 순응하는 것, 그리고 비판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축적된 결과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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