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모빌리티의 미래]

  탈것의 진보는 늘, 인류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의 변화를 견인해 왔다. 기술 발전에 따라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삶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인류는 이제 지구에 발 딛고 선 존재가 아닌, 차창 밖으로 빠르게 달아나는 세계를 바라보는 질주경(dromoscopie)과 함께하는 존재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모빌리티 산업의 국내외 동향, 정책, 그리고 문제점에 이르기까지를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확인하고, 나아가 탈것의 변화를 엿봄으로써 우리에게 도래할 새로운 관점, 즉 미래를 점쳐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자동차가 아니라, 모빌리티 ② 카셰어링과 사회적 경제 ③ 제도 속 모빌리티 ④ 스마트 시티와 신(新) 교통 이용환경

 

자동차가 아니라, 모빌리티

 

김필수 /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출처: 픽사베이)

 

  자동차는 먼 거리를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시켜주는 대표적인 이동수단이다. 1900년대 초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석유를 이용한 내연기관이 발명됐고 자연스럽게 풍부한 연료와 출력을 지닌 내연기관차가 주된 이동수단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 이산화탄소 등이 지구 온난화를 촉진시키는 대표 물질로 부각되면서 2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규제 대상이 됐다. 즉 전체 탄소배출의 약 15%가 내연기관차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국제 사회에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대신하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같은 무공해차의 보급은 지구 생존을 위한 기본조건으로 필수 요소가 됐다. 더불어 자동차의 개념도 확대됐다. 단순히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개념에서 저공을 비행하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는 물론이고 험로 등 특수 지형을 움직일 수 있는 로봇까지 그 의미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로봇과 모빌리티의 합성어인 ‘로보빌리티(Robobility)’라는 신조어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인간이 이동할 수 없는 지역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여건이 완화된다는 뜻도 있다. 모든 이동 영역이 파괴되면서 심지어 대학의 명칭도 크게 바뀌고 있다. 학과의 명칭이 ‘자동차’라는 기본 개념에서 ‘미래자동차’로 바뀌고 있고 이제는 ‘미래 모빌리티’ 또는 ‘모빌리티 융합’이라는 명칭도 등장하고 있다.

  내부적인 에너지원부터 외부 디자인은 물론 각종 첨단 옵션도 포함되면서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영역까지 완전히 새롭게 열리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너무 빠른 진보와 변화로 인해 여러 분야에 걸쳐서 경착륙이 발생하면서 부작용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당장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생산직 근로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차량조립 시 활용되는 부품이 기존 내연기관 대비 40%가 적기 때문에 관련 인력 대부분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와 배터리는 물론이고 각종 첨단 하드웨어에 알고리즘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가미되면서 완전히 다른 첨단 ‘탈 것’으로 변모함에 따라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심화되는 추세다. 그동안 우리에게 친숙했던 ‘탈 것’의 개념에서 완전히 다른 미래형 모빌리티로의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30여 년을 호령하던 내연기관차가 통째로 흔들리면서 시장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는 글로벌 제작사의 전유물이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었으나 이제는 배제되고 배터리와 모터가 차지하면서 전기차는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확실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모빌리티 강국인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시장이 완전히 바뀌면서 시장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우리 국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대상이 토요타나 폭스바겐이 아니고 미래에는 전기차를 기본으로 하는 테슬라와 중국에서 생산한 차가 된다는 것도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BMW나 벤츠 등 프리미엄 차의 경우도 내연기관차의 명성으로 이어진 만큼 앞으로 명차의 이미지가 전기차로도 이어질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은 크게 남아있다. 명성이 흔들리면 반대로 신흥모델이 명차로 재탄생할 수 있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완전히 시장이 새롭게 개벽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전기차 산업 역시 고민이 많다. 구조는 간단해지고 부품 수는 절반이상으로 줄면서 생산 현장 직원, 그리고 자동차 정비 분야에 몸 담고 있는 근로자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고민은 많고 시장 변화는 커진다는 뜻이다.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넣으면서 물류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며, 물류 분야의 일자리도 흔들리는 등 일자리 변화가 크게 예상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보다 없어지는 일자리가 훨씬 많은 만큼 고민은 거듭될수록 좋을 것이다.

  학문 기관도 대학을 중심으로 기존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 기반으로 가르치던 관행에서 벗어나 빠르게 전기차 등으로 교과과정 개편이나 교보재 준비 등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뿐이다. 이제 변화의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전기차는 본격 보급된 지 몇 년이 되지 않지만 그 보급 속도가 상당한 만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연기관차는 지난 긴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를 거쳐 비상시의 조치 방법이나 구난 방법 등이 철저히 이뤄진 반면 전기차는 이제 보급이 시작되는 단계여서 비상시 조치방법이나 구난방법 등이 완벽하지 못한 실정이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많은 이들이 아직 당황하고, 적절한 소화 조치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화재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소화방법도 아직은 이동용 수조나 산소차단 질식포 등에 머물러 있고 화재 발생 원인도 그 변수가 다양한 만큼, 전기차 화재에 따른 소화 방식은 꾸준히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전기차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하는 만큼 실시간 무선 업데이트인 OTA(Over The Air)는 기본이 돼 가고 있고 자동차 리콜도 과반 이상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일상화되고 있는 부분도 큰 변화다. 동시에 차량의 불량 원인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에 전원을 공급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내연기관차의 리콜 원인 자체가 전기차와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 측면으로 바뀌고 있는 부분도 변화라 할 수 있다.전기차를 운행하다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전원이 나가서 차량이 멈추는 아찔한 경우도 내연기관차보다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화재라도 발생하면 확산속도는 빠르고 온도도 높은 만큼 탈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줄어들 수 있는 부분도 유념해야 하는 부분이다.한편 장마철이 되면 침수 도로 진입을 조심하고 우회도로를 찾는 것이 좋다. 자신만의 충전 인프라를 용이하면서도 비용이 저렴한 곳으로 찾아야 하며, 젖은 손으로 충전하면 감전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내연기관차와 다른 면모도 숙지해야 한다. 전기차의 도입이 일상 생활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10년보다 앞으로의 1년이 더욱 빠르게 변하는 시기인 만큼 현재의 급변을 즐기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즐기도록 하자. 이제 자동차가 아니라 ‘모빌리티’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기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