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충원 미달, 시스템 붕괴 우려
 

  신입생 없는 국내 대학원이 늘고 있다. 작년,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의 「국내 대학원 신입생 충원 현황」에 따르면이공계 대학원의 81%가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실무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22곳 중 16곳(72.7%), 연구와 이론 중심의 기술·공학 관련 대학원은 10곳 중 10곳 모두 정원 미달이 됐다. 대학원 전체로 살펴볼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일반대학원 188개교 중 167개교인 약 90%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학과별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며, 일부 대학원은 아예 신입생 없이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대학을 넘어 대학원의 위기라고 불리는 지금, 현상을 살펴보고 해답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학생들로부터 외면받는 일반대학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대학가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 특히 지방 소재 대학들은 폐교 단계까지 왔다. 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다. 문제는 대학원이 똑같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인문계와 이공계를 가릴 것 없이 무더기 미달 사태가 생기고 있다. 이는 본교만의 문제를 넘어 모든 대학들의 심각한 문제가 돼버렸다.

  특히 서울대의 석·박사 대학원생이 크게 미달 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대 인문대학원 소속 학과 중 독어독문학과와 노어노문학과는 석사과정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중어중문학과를 비롯한 6개 학과는 박사과정 지원자가 전무했다. 자연과학대학원 역시 12개 학과 중 6개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하는 공과대학원도 석사과정은 16개 학과 중 10개 학과, 박사과정은 8개 학과가 미달이었다.

  범위를 넓혀 서울지역 주요 10개 대학원의 충원율도 모두 91.1%로 미달됐다. 불과 10년 전인 2013학년도의 충원율이 100.9%이었던 걸 고려하면, 10%p 가량 줄어든 것이다. 석·박사 과정 중도 탈락자도 늘고 있다. 공학계열 석·박사 과정에서 2018년부터 5년간 1만 6천여 명의 학생이 학위 없이 학교를 중도에 그만뒀다.
 

전문대학원의 인기와 공동화 현상
 

  반면, 해외 대학원 진학률과 전문대학원 진학률은 나날이 치솟고 있다. 국내에서 학부를 마치고 해외 대학원에 진학한 이공계 학생은 지난 10년간 1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지난 10년간 해외 대학원 진학률에 따르면 모두 9만 6,062명이다. 매년 1만 명에 가까운 대학원생이 해외 대학원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은 서울이나 지방을 가리지 않고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 25개 대학 법전원 전체 평균 경쟁률은 5.6대 1로 전년도 5.2대 1보다도 상승했으며, 법학적성시험 응시에는 1만 7천명이 지원하며 역대 최다인원으로 기록됐다. 또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이공계생 이탈을 이유로 많은 대학교에서 폐지가 되었고, 현재는 차의과대학교만 남았지만 경쟁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의대 정원 증원 소식에 기존 대학원생을 비롯한 직장인들까지도 그만두고 입학 문의를 한다는 뉴스가 며칠간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진로와 관련 있다. 대학입시에서 자연계, 이공계 합격자들이 의·치·약 계열로 대거 쏠리는 현상처럼 대학원 역시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학부 졸업 이후 연구나 공공분야보다는 취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석·박사를 취득해도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손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과 교수로 임용이 되더라도 대우나 연봉은 예전 같지 않으며, 석·박사 출신은 대기업에 취업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학원 지원과 사업 예산도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라도 대학원의 자체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 졸업 후 진로의 다양성 보장과 함께 연구 인프라 확충에 지금보다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원은 고급 인재의 산실이며, 연구 역량의 핵심이다. 더이상 대학원의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모두가 적극 고민할 때이다.
 

최준영 편집위원 | johnhi11@naver.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