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 /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 본부장

 

[특집 칼럼] 자영업자의 절규, 현장에서의 목소리

 

본 기획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의 삶이 무너지는 현실을 주목하며,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 강화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도미노파산을 세심히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채 상환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한 대책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편집자 주>

 

 

피해회복·경영안정 합리적으로 지원해야

 

홍정호 /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 본부장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신뢰가 없으면 국가나 개인이 존립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국가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이나 군대를 뛰어넘어 백성의 신뢰가 최우선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사자성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이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수도권이 제4단계, 비수도권은 제3단계로 올라간 상황에서 “국가, 정부가 국민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명제에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해답과 행동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이후 지금까지 전염병으로 인해 우리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작년, 숙박과 음식 업종에서만 무려 13만8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전국의 자영업자 중 1인 자영업자는 415만9천 명으로 그 비중이 75%에 달한다. 이러한 사실은 통계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전염병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는 작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확진자 수는 8월에 2천 명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그 정점이 어디인지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으로 잠시 한숨을 돌리고, 여름철 관광특수를 기대했던 소상공인의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소상공인 10곳 중 6곳 휴폐업 고려

 

  신촌 대학가에서 10년째 백반집을 운영하는 A씨는 점심 매출 50%, 저녁 매출 90%가 줄었다. 그는 정부에서 이런저런 대책들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신촌 일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A씨와 비슷한 처지였다.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단체예약 취소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그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벌써 6주째였다.

  종로 상권에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SK텔레콤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지오비전 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42만6천728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7월 15일 오후 4시,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종각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저녁 단체예약이 99% 취소됐다며, 몇 달간 휴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곳에서 임대 문의가 붙어있는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며 그중에서는 휴무 공지를 붙인 곳도 있었다.

  지방의 사정도 매일반이었다. 수도권에서 편의점을 운영했던 C씨는 코로나19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고정적으로 지출해야만 하는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D씨도 가게를 접기로 했다며 “버틸 힘이 도저히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더는 식당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코로나19 제4차 대유행에 따른 긴급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출절벽과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소상공인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당초 수도권의 소상공인들은 백신접종 확대, 방역수칙 완화 등을 기대하면서 전년 대비 약 16.4%, 즉 4천594만 원 상당의 매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했다. 지방 소재 소상공인 또한 전년 대비 약 5천143만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12.5% 정도의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이들의 이러한 기대는 무너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소재 소상공인들은 각각 58.6%, 55.8%가 휴폐업을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소상공인 10곳 중 6명꼴로 휴폐업을 고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약 6조 원의 추경 편성, 신속한 지원 필요해

 

  정부는 소상공인의 피해회복과 경영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6조1천930억 원을 추경해 지원한다고 밝혔다. 희망회복자금·손실보상·긴급대출로 소상공인들을 두텁고 폭넓게,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은 방역조치에 따른 수준·기간, 사업체 규모 등 업체별 피해 정도를 각각 반영해 지원유형과 지원금액을 세분화했다. 이에 따르면 집합금지 이행 사업체는 300만 원부터 최대 2천만 원, 영업제한 이행 사업체는 200만 원부터 최대 900만 원을 지원한다. 또한 업종 매출감소율이 10% 이상인 업종의 경우 경영위기업종으로 선정해 최대 40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손실보상제도는 올해 7월부터 9월까지의 손실에 대한 보상금으로 이번 추경안에 1조263억 원이 반영됐다. 손실규모에 따라 맞춤형으로 산정되는 해당 보상금은 10월 말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덧붙여 6조 원 규모의 긴급자금 대출은 특별피해업종, 중·저신용 소상공인에 지원되며, 집합금지·영업제한·경기위기 업종 저신용 소상공인에게는 1.5%의 초저금리로 1조2천억 원을 공급한다. 임차료 융자는 애초에 정해졌던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확대했고, 임차료 대출에 필요한 보증료율도 대폭 낮춰 이들의 부담감을 덜기로 했다. 아울러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매출감소 일반업종을 영위하는 중·저신용자 소상공인에게는 1조 원 규모의 특례보증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지원 대책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2천만 원이라는 지원을 받기 위해선 장기적인 방역조치기간, 집합금지업종, 연매출 4억 원 이상 등 특정 요건에 부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받지 못하는 영세 소상공인의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감성포차, 룸살롱, 단란주점 등 장기인 집합금지 업종은 연매출 4억 원인 경우 매출감소 시 2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조건의 영업제한 업종은 900만 원 밖에 지원을 못 받고, 그나마도 식당 같은 영세한 곳은 250만 원으로 더 낮아진다.

 

만기연장·이자유예 재연장 필요

 

  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즉 자금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하며 세제부담, 임대료, 공과금 등을 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세와 지방세 납부 유예, 4대 보험료 부담 완화 등의 조치 또한 있어야 하겠다. 그중에서도 올 9월 말에 끝날 예정인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는 반드시 재연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희망사항이다. 은행권이 만기와 이자 납부를 미뤄줬던 대출금이 108조 원에 달한다. 또한 은행권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405조 원으로 1년 6개월 사이에 67조 원이 급증했다. 이는 빚으로 버티는 소상공인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지원 정책은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취약계층 지원에 9천억 달러를 책정했으며, 독일은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에게 1인당 최대 50만 유로를 보상했다. 일본 역시 법인에 최대 600만 엔, 개인사업자에 최대 300만 엔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러한 사례는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나아가 다음과 같은 변화 역시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내년 최저임금은 5.1% 인상된 9천160원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2017년 대비 41.5%나 대폭 오른 것이다. 이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직원의 생산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담되도록 바꿔야 한다. 이를테면 최저임금제의 경우 2년마다 결정하고, 지역별·업종별·규모별로 구분해서 적용해 소외계층의 취업을 확대하고 영세 사업주의 부담을 줄여 주는 유연한 방식을 채택하는 식이다.

  또한 인천 이음카드와 같은 지역화폐 활성화를 통해서 지역소비를 촉진해 소상공인과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시민들도 합리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건전한 소비를 촉진하고 소상공인들도 협업과 혁신을 통해 비용절감, 신사업모델 창출 등 자구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결국 정부, 지자체, 국민과 소상공인 등 모든 경제주체가 힘과 지혜를 모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신바람 나는 소상공인의 경제활동을 통해 비정상적인 일상의 정상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다시 누릴 수 있게 되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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