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섭 / 건국대 창업지원단 강사

 

[특집 인터뷰] 한국의 경제, 불편한 현실

최근 수면 위로 올라온 최저임금과 연관된 이슈를 주제로 삼고, 이와 관련해 임금인상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결여된 현 상황에 대해 직시하고자 한다. 이는 뚜렷한 기준 없이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의 현주소를 고찰하고, 이에 대한 비판 의식을 기반으로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자 하는 목적을 띈다. <편집자 주>

 

 

우리는 모두 ‘을’이 될 수 있다

전종섭 / 건국대 창업지원단 강사

 

●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 침체가 일어나면서, 소득분배 악화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제기됐다. 이때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소득 불평등의 개선 없이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면서 대두된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최저임금 기준 시급 1만 원 달성, 주거·의료·교육 등 핵심생계비의 경감을 정책적 기조로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부가가치를 생산해 이익을 창출하는 주체가 아니므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조세를 더 확충하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인건비 지원을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조세증대는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할지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국채의 원금과 이자를 위한 증세가 불가피해져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득주도성장이 소득 형평성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 의견도 있다. 따라서 정책수립 과정에서 합리적 근거를 통해 적절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제도의 연관성은

  소득주도성장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분배의 형평성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로 볼 수 있다. 소득의 형평성은 핵심 사안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정책 중 하나가 최저임금제도다. 상승한 최저임금은 민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 여력을 진작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를 통해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며, 소득격차를 완화하게 되는 것이다. 즉 경제 전반에서 유효수요를 확대해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인데 이는 다시 총공급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정부 또한 국민소득의 전반적인 향상과 기업의 투자활성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고용 창출을 기대했다. 실제로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소득격차가 일부분 완화된 것도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시장 소비가 위축되면서, 실질가처분소득 증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정도의 수준으로 다가오게 됐다. 생산성에 비해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고용주들은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현 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비자발적 실업의 증가를 초래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는 전반적인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득 불평등을 확대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존재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5만9천 개와 27만7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 현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반발이 큰 이유는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9천160원으로 의결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의 핵심은 사업자의 지불능력”이라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이 부담할 수 없는 금액을 최저임금으로 정하는 건 사업장 문을 닫으라는 처사”라고 토로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최저시급에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1만992원이다. 월 급여로는 약 191만 원이며, 4대 보험료와 퇴직충당금 등을 포함하면 238만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타 국가를 살펴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의 2019년 최저임금 수준은 중위임금 대비 62.6%로, 미국 31.6%, 일본 43.6%, 프랑스 61.4% 등 주요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리투아니아와 체코를 제외하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5.9%, 일본의 86.4%, 프랑스의 58.2% 수준에 그쳐 OECD 국가 중 28위를 기록했다.

  한편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기존 최저임금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운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숙박업에서 10명 중 4명 이상이, 기타 서비스 업종에서는 10명 중 3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행된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고용주가 ‘위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근로자의 삶 역시 그 결과가 참담하다. 최저임금이 16.4%나 올랐던 2018년에 전 산업 취업자 수는 9만7천 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31만 6천 명이라는 전년과 대비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또한 정부 주도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업종, 이를테면 농림·어업 부문과 공공행정,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을 제외하면 19만1천 개나 감소했다. 이는 최저임금의 대상자가 많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사업시설관리, 부동산임대업에서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직원이 있었던 자영업자들은 무급가족종사자와 1인 자영업자로 변모하게 됐으며 심지어 폐업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해당 정책에 대한 반발을 일으키는 것은,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

● 최저임금제가 개선해야 할 방향은

  국내 산업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비중은 매우 높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받는, 즉 저임금 근로자들은 이곳에서 상당수가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그 피해가 해당 업체와 소속 근로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영세중소기업들의 수익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자 이들은 자구책으로 고용을 줄이는 방안을 선택했다. 영세한 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자사 제품에 충성하는 고객들이 없어 가격을 올리게 되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따라서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선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초래됐고, 소득분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분배의 개선은 분명 존중받을 만한 취지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한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은 국제적인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국가의 방향성으로 채택하기 위해선, 그 정책의 결정과 실행과정에서 합리적인 근거와 실제적인 효과에 대한 치밀한 예측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실행한 이후, 신중한 평가 역시 필요하다.

  최저임금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각 업종·지역 등의 개별적인 여건을 고려하는 방안을 먼저 제시해본다. 이어 평균임금상승률과 성장률 등 준칙에 기초해 정부와 전문가가 함께 논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또한 국제기준에 의거해, 국내에서도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데서 나아가 실노동시간에 비례하는 수당을 지급하는 체계로의 전환을 제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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