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획의도] 코로나, 그리고 자영업자의 삶

 

 

거리에는 어둠만이 가득하고

 

  나라 곳곳에서 자영업자들의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거리는 다시 빠르게 어둠 속으로 잠겨 들었다. 여름날의 햇빛은 뜨거웠지만 거리는 차가웠다. 지긋지긋한 전염병의 마지막 발악이기를 바라며. 남은 이들은 더는 버틸 힘이 없었고 우리는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한숨은 자영업자들의 것이었다. 마지막 카운터 펀치. 그들은 현 상황에 대해 그렇게 읊조렸다.

  생업에 강한 타격을 입게 된 이들은 방역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만난 어떤 이는 “차라리 죽으라고 하지”라며, 울분에 가득 찬 말을 토해냈다. 방역당국과 정부에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송구스럽다며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물론 ‘전체를 위한’ 그리고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으리라.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 사과를 들을 이들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희망 잃은 자영업자들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닙니다”, “살려주세요” 등의 피켓을 든 사진이 온라인 상에서 속속 게재되고 있다. 이어 오프라인에서도 카페·음식점·PC방 등 22개 업종별 관련 단체들이 연합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차량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일하고 싶다는 것, 그것이 이들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8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2분기 대출 잔액까지 합칠 땐 8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코로나 이전 연간 10% 정도로 증가하던 부채는 확산 이후 20%로 증가했다. 빚의 골은 깊어졌고, 생활은 갈라지고 찢어졌다. 올해 국회 예산정책처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상처의 깊이가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2차 금융 지원 프로그램 보증 잔액은 지난해 12월 3조 2천689억 원에서 올해 6월에 6조 2천282억 원으로 약 2배 불어났다. 심지어 부실 금액은 같은 기간, 73억 원에서 409억 원으로 6배나 늘었다. 원리금을 본격적으로 갚아야 하는 시간이 도래하면 ‘도미노 도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계가 ‘무너져가는’ 현실에서 자영업자가 할 수 있는 행위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그들이 시위를 왜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답변과도 이어진다. ‘남아버린’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살려달라고, 비명에 가까운 마지막 목소리를 내는 일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자영업자들은 일터에서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몰고 나온 차량에서는 짧은 경적이 울리곤 했다. 차 안에 앉아있는 이들에게 허락된 것은 어둠 속 작고 비좁은 한 칸이었다. 마치 한 점의 숨소리와도 같던, 그 경적이 다시금 어둠을 울렸다. ‘아직은’ 살아있다고.

 

미안하단 말밖엔 할 수 없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6월 기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8만3천 명이 감소해 128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직원 없는 사장님’이 늘어날수록,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영세화됐다. 경영이 아닌 ‘생존’을 목표로 하는 업주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본지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입을 모아 내일을 걱정했다. 희망과 기대로 창업을 시작했지만, 이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무섭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혹자는 나갈 돈을 계산하다 밤을 지새웠다고 쓴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잠을 설치는 것보다도, 쉬지 않고 일해 온몸이 아픈 것보다도, 함께 고생한 이들을 내보낼 때 마음이 쓰라려 견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코로나 이후 한없이 ‘미안한’ 사람이 됐다. 사업장의 미래를 같이 꿈꾸던 직원을 내보낼 때, 음식 서비스가 줄었다고 불평하는 손님에게,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자녀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라는 말뿐이었던 것이다. 직원을 내보낼 때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는 자영업자 A씨의 떨리는 목소리엔 죄책감과 자괴감이 담겨 있었다. 한번 열심히 해보자고, 어깨를 두드렸던 직원을 내 손으로 ‘내쫓았다’는 미안함이, 직원 월급 하나 제때 챙겨주지 못한 무능한 사장이라는 부끄러움이 스스로를 옭아맸다.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미 죄인이 됐다. 새해 첫날,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대구의 헬스장 관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에 당시 여론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그 이후, 다른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음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이라는 명분 아래 자영업자들은 충실히 방역 수칙을 이행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한없이 되뇌어야 할 “미안하다”라는 말뿐이었다. 아무도 죽어버린 사장들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우리의 경제, 건강할까

 

  2021년 7월 27일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4.6%로 OECD 38개국 가운데 6번째를 차지했다. 즉 이들이 내수경기에서 하나의 주축을 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한국의 자영업자는 자신이나 가족의 무급 노동력에 의존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자본으로 더 큰 자본을 벌어들이는 방식이 아닌 노동을 통해 자본을 창출하는 것이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중간점에서 이들의 ‘불안한’ 정체성은 갈수록 더욱 악화됐다.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이슈가 이어졌고 그중에서도 임금문제는 첨예한 노사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임금 문제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상황을 세심히 고려하고 의견을 나눌 중대한 일이다. 하지만 경영계의 반박은 묻혀버렸고, 자영업의 경쟁력 개선은 적기를 놓치게 됐다.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발전해 국가 경제의 ‘허리’가 돼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붕괴한다면 어떻게 될까. 모래성이 단숨에 쓸려가듯, 내수경제는 흔들리고 경제의 공멸이 일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창업지원금, 공공 배달앱과 같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인건비 지원, 대출 상환 연장 등 단기적인 지원에만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미봉책이 과연 언제까지 우리의 경제를 지탱해낼 수 있을 것인가. 자영업자의 삶은 정치나 복지가 아닌, 중장기적인 경영의 시각으로 풀어나가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해야만 한다. 명확하게 설계된 비전 없이 긍정적인 미래를 약속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살고 싶다고 외치는 이들에게 달콤한 희망을 주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는 그 ‘진실’을 바라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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