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림 / 국어학 박사

『현대 한국어 문장부사어 연구』 안예림 著 (2023, 국어국문학과 국어학전공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호에서는 국어국문학과 안예림의 박사 논문 『현대 한국어 문장부사어 연구』를 통해  화자의 목적과 의도를 부족함 없이 전달하게 하는 문장부사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문장의 여백에 문장부사어를 더하다

 

안예림 / 국어학 박사 

 

 

  문장부사어는 문장을 수식하는 부사어이다. 한국어의 문장성분에 대한 연구는 서술어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에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 문장부사어는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화자들도 한국어 문장부사어의 개념과 체계를 잘 알지 못해 한국어 품사 분류에 속하지 않는 ‘접속사’의 개념을 빌려와 문장부사어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어에서 문장부사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문장부사어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문장부사어는 특정한 문장 성분을 수식하는 성분부사어처럼 완벽하게 문장 내부에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또한 문장부사어의 기능이 뒤에 오는 문장의 의미를 단순히 더해주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문장이 포함된 텍스트 또는 화자나 청자와 같은 문장 이외의 담화 구성 요소와 관련된 정보를 더해준다. 이처럼 문장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통사론의 영역에 더해 의미와 화용, 텍스트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문장부사어 연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문장부사어가 쉽게 규정되기 어려운 부류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문장부사어를 다른 문장성분으로 설명하거나 다른 문법 요소에 기대어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장부사어의 개념과 외연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장부사어의 기능을 유형화하는 것은 한국어의 문장 체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더불어 문장부사어 연구는 텍스트(Text)와 맥락(Context)을 이해하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 문장부사어는 문장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문장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문장과 담화 요소의 관계, 명제 내용에 대한 보충적 정보,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 등을 표현한다. 문장부사어 연구는 한국어 문장의 구조와 체계를 이해하는 것에 더해 문장 외부에 존재하는 언어적, 화용적 요소를 포착하고, 이러한 요소들을 문장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문장부사어의 다양성과 통합성

  문장부사어는 품사가 아닌 문장성분의 하나이다. 문장성분에는 단어 형식, 구 형식, 절 형식이 모두 나타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도 다양한 형식의 문장부사어를 연구 대상으로 했다. 먼저 단어 형식의 문장부사어에는 품사적으로 부사에 속하는 ‘과연, 꼭, 다행히, 그러므로, 게다가’ 등과 용언이 ‘-게도’, ‘-자면’ 등으로 활용돼 부사어가 된 것이 있다.
  다음으로 구 형식의 문장부사어에는 부사격 조사 ‘에, 에서, 로’와 결합한 것과 의존명사, 부사성 명사, 접미사와 함께 쓰이는 부사성 명사구가 포함된다. 절 형식의 문장부사어에는 부사어 논항을 요구하는 ‘~에 따르면, ~로 인해’ 등이 있다. 관용표현은 문법적 형식은 아니지만 고정돼 문장부사어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연구 대상에 포함했다.
  문장부사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장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문장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마다 다를 수 있다. 문장은 다면성을 지닌 단위이므로 형식적 측면과 의미적 측면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장부사어가 수식하는 대상으로서의 문장은 무엇인가. 이 연구에서는 필모어(Fillmore)의 문장 개념을 따라 문장의 구성 요소를 명제와 양태로 파악했다. 명제가 문장의 내용이라면 양태는 명제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문장부사어 역시 문장의 명제, 문장의 양태를 수식할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명제와 양태가 합쳐진 문장을 수식하는 것으로 봤다. 문장부사어의 수식 대상에 따라 문장부사어는 ‘담화성 문장부사어’, ‘명제성 문장부사어’, ‘양태성 문장부사어’로 구분된다. 먼저 담화성 문장부사어는 명제와 양태가 모두 포함된 문장 전체를 수식해 문장과 문장이 속한 담화 구성 요소와의 관련성을 표시한다. 다음으로 명제성 문장부사어는 문장의 명제 해석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양태성 문장부사어는 명제 내용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표현한다. 담화성 문장부사어는 문장과 담화 구성 요소의 관계를 표현하는 부사어다.
  담화성 문장부사어에는 접속 부사어와 발화행위 부사어가 포함된다. 접속 부사어는 담화의 구성 요소 중 담화 내용과 관련된 부사어로, 선행 담화와 문장의 의미를 표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접속 부사어는 선행 문장(또는 담화)과의 관계에 따라 확장, 보강, 상술 부사어로 구분된다. 확장 부사어는 선행 요소와 관련해 새로운 내용이 전개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보강 부사어는 선행 요소를 참고해 문장을 해석할 수 있음을 표현한다. 상술 부사어는 선행 내용을 상세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발화행위 부사어는 담화의 구성 요소 중 담화 참여자와 관련된 부사어다. 발화행위 부사어에는 발화 참여자의 심리적 태도를 표현하는 발화 태도 부사어와 문장을 발화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을 설명하는 발화 방식 부사어가 포함된다. 명제성 문장부사어는 명제의 의미를 한정하는 부사어다.
  명제성 문장부사어에는 영역 부사어와 배경 부사어가 포함된다. 영역 부사어는 명제를 참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을 한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영역을 한정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문장부사어의 수식을 받지 않는 명제와 비교해 명제의 해석 영역을 좁히기 위한 영역 특수화의 기능이다. 반대로 명제의 해석 영역을 넓히는 영역 보편화의 기능도 나타난다. 배경 부사어는 명제의 실현에 필요한 배경적 정보를 표현하는 부사어이다. 명제가 실현되는 특정한 시간과 관련된 정보를 표시하는 시간적 배경 부사어, 명제를 수식해 명제가 실현되는 특정한 공간과 관련된 정보를 표시하는 공간적 배경 부사어, 명제가 실현되는 상황, 조건, 원인, 이유 등의 의미를 더하는 상황적 배경 부사어가 배경 부사어에 속한다.
   양태성 문장부사어는 명제에 대한 화자의 주관적 인식을 표현하는 부사어이다. 양태성 문장부사어에 속하는 부사어는 양태의 유형에 따라 명제양태성 부사어, 사건양태성 부사어, 평가양태성 부사어로 구분된다. 명제양태성 부사어는 명제의 사실성과 관련된 양태를 표현하며 명제에 대한 화자의 확실성을 표현하거나 예측성 표현하게 된다. 또한 화자가 명제의 정보를 얻게 된 방식을 표현하는 정보 출처 표시의 기능으로도 사용된다. 사건양태성 부사어는 명제의 실현성과 관련된 부사어로 명제의 실현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표현하는 부사어로 의무, 바람, 의지의 의미를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평가양태성 부사어는 명제에 대한 화자의 평가와 관련된 부사어로 명제에 대한 화자의 감정적 평가를 표현하거나 사태에 대한 평가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본 연구는 문장부사어 유형 분석에 그치지 않고 한국어 문장부사어의 어순 관계까지 분석하고자 했다. 문장부사어는 한 문장에 하나만 나타날 수도 있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문장부사어가 둘 이상 나타날 수 있다. 하나의 문장부사어가 사용된 경우, 문장부사어는 수식어의 특성상 수식하는 대상인 문장 앞에 오는 무표적 위치를 가지게 된다. 문장부사어는 다른 문장성분과 위치를 바꿀 수 있지만 문장성분 내부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둘 이상의 문장부사어가 사용되는 경우에는 문장부사어가 수식하는 문장의 요소와의 관계에 따라 어순이 결정된다. 명제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수록 문장 가까이(문장의 안쪽)에 위치한다. 문장 전체를 수식해 문장과 담화 요소의 관계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문장과 멀리(문장의 바깥쪽) 위치하게 된다. 이를 통해 화자가 인식하고 있는 문장부사어와 명제, 양태의 내용적 긴밀성이 문장부사어의 사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에서는 실제적인 언어 자료를 활용해 문장부사어의 유형과 기능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체계문에서 포착하기 어려운 실제적인 언어 사용을 확인함과 동시에 복잡하게 구성된 문장에서 문장부사어를 구분해냄으로써 문장의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 연구의 결과는 한국어 문장과 텍스트 구조를 분석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한국어 자연어 처리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장부사어는 수의적인 문장성분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문장부사어의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수식어가 없는 간결한 문장이 가장 좋은 문장인 것은 아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만을 사용한다면 청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화자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문장부사어를 사용함으로써 화자의 목적과 의도를 부족함 없이 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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