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은 / 국어국문학과 박사

 

문장과 담화, 그 경계에 선 문장부사어

 

박미은 / 국어국문학과 박사 

 

  문장은 주어와 술어라는 뼈대로 이뤄진다. 그러나 단지 주어와 술어만으로 화자가 의도하는 모든 의미가 전달되지는 않는다. 문장을 구성하는 성분은 필수성에 따라 주성분과 부속성분, 독립성분으로 나누어진다. ‘모름지기 학생은 학교에 가야 한다’라는 문장은 ‘학생이’와 ‘학교에’, ‘가다’라는 주성분과 ‘모름지기’라는 부속성분으로 구성된다. 주성분은 하나라도 빠지면 문장이 온전해지지 않지만, ‘모름지기’는 생략돼도 문장 자체가 불완전해지지는 않는다. ‘모름지기’라는 부사어는 수의적인 부속성분이지만, ‘학생이 학교에 가야 한다’라는 문장 전체의 의미가 ‘의무’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이 문장 전체의 의미 해석에 관여하는 부사어를 문장부사어라 한다. 

문장부사어를 바라보는 시각

  문장부사어는 필수적인 문장성분만으로는 전해지기 어려운 다양한 측면의 정보를 제공한다.가령, ‘어쩐지 아침부터 고소한 냄새가 나더라’에서 ‘어쩐지’를 통해서 말하는 사람이 고소한 냄새가 나는 이유를 미리 짐작하고 있었고, 화자의 짐작이 들어 맞았다는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곧, 문장부사어는 문장의 필수성분도 아니며 문장부사어가 쓰이지 않은 문장과 비교해서 문장의 참과 거짓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문장 내부의 성분이 제공할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문장 바깥의 요소라 할 수 있다. 안예림은 한국어의 문장부사어의 유형과 기능을 총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문장과 담화의 연결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그간 문장에만 한정돼 있던 문법론에 담화적인 요소를 통해 접근하려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문장 바깥의 성분인 문장부사어와 문장 간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문장부사어가 문장의 어떤 부분과 관련되는지에 따라 문장부사어의 유형을 분류하고 있다. 문장부사어는 담화성 문장부사어, 명제성 문장부사어, 양태성 부사어로 구분된다. 예컨대, ‘설탕은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러니까 의학적으로 틀림없이 자일리톨이 설탕보다 건강에 좋을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그러니까’와 ‘의학적으로’, ‘틀림없이’는 모두 문장부사어지만, 각각 작용하는 대상이 다르다. ‘틀림없이’는 ‘자일리톨이 설탕보다 건강에 좋다’라는 문장에 대해 화자가 확신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의학적으로’는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서 건강에 좋다’라는 뜻으로 내용의 해석을 한정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화학적으로’ 자일리톨에 건강을 해치는 성분이 있다면 이 문장은 거짓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는 ‘설탕은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문장과 ‘의학적으로 틀림없이 자일리톨이 설탕보다 건강에 좋을 것이다’라는 두 문장의 관계를 보여주는 부사어이다. 이와 같이 문장부사어는 문장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화자가 드러내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문장부사어 연구의 의의

  이 연구에서는 문장부사어의 유형에 따른 어순 관계를 관찰한 결과도 보이고 있다. 이는 문장부사어가 한 문장에서 두 개 이상 출현할 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명제의 내용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문장부사어가 문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명제의 획득 방식이나 명제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문장부사어가 그 다음에 위치하며, 담화 요소의 관계나 발화 행위와 관련된 부사어는 문장과 가장 멀리 위치한다는 것이다. 이 어순 관계는 관찰 그 자체로도 의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장부사어와 문장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안예림은 다양한 형식과 품사에 걸쳐 있는 문장부사어의 형식을 문법의 단위에 따라 단어, 구, 절, 관용표현 등의 형식으로 구분했다. 문장부사어는 정해진 숫자의 성원(Member)으로 구성된 문법 범주와는 달리 개방된 어휘부류이기 때문에 그 유형을 분류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언어 자료를 직접 수집하고 관찰해 유형을 분류해 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이 연구는 그간 문장 단위 및 문장 내부의 성분에만 치중됐던 통사론 연구에 담화적 성분으로 다뤄졌던 문장부사어를 끌어들임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종국에는 문장의 의미와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문장부사어는 문장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문장과 담화 요소의 관계, 명제 내용에 대한 보충적 정보,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 등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화적 성분과 문장 간의 관계는 더 많이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문장부사어의 측면에서는 개별 문장부사어의 각각의 특성과 기능을 세밀하게 살피는 작업이 후속돼야 한다. 또한, 이 연구에서 다뤄지지 않은 다양한 문장부사어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일 역시 추가적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후속 연구를 통해 한국어의 문장부사어가 통사론과 화용론의 두 가지 영역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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