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진 / 정부과천청사 어린이집 원장

 

자유로운 음악적 환경에서 끼우는 첫 단추

 

임해진 / 정부과천청사 어린이집 원장

 

  눈이 녹아내리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는 3월의 유치원은 참으로 분주하고 활기차다. 특히 만 3세의 3월은 새로운 환경을 조우(遭遇)하는 희망과 설렘이 묻어 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영아에서 유아로 가는 길목에서, 유치원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들리는 “어서와, 환영해”라는 말은 만 3세 유아들이 부모·형제·자매 등 익숙한 사람들과, 단순하고 정형화됐던 경험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즉, 처음으로 가정이라는 친숙한 울타리가 아닌 다른 곳에 소속되는 것이다. 이때 유아들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부모와 떨어져 낯선 환경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해야만 한다.
  재원생 유아들은 상위연령으로 진급해 형님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중간 형님, 혹은 큰 형님반의 학우로서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며 적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 3세 신입생에게 적응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엔 매우 지난한 과정일 것이다. 가정과는 다른 환경임과 동시에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과정의 어려움이 있다. 유치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유아에게 위와 같은 시간은 인적, 물리적 환경 모두 어려운 시간으로 느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와 유아 모두 큰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에, 그들 모두 설렘과 두려움을 딛고 유치원 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교사의 세심한 관심과 준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만 3세 유치원 생활의 첫 시작인 3월은 인생의 첫 단추를 끼우는 순간과도 같다. 낯설고 두려운 경험으로 시작하지만, 동시에 유치원을 다니면서 스스로의 생활·인생 습관이 만들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 의식, 그리고 인간의 사랑을 처음으로 체득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에 적응은 유아와 유치원의 관계에서 나아가 유아, 교사, 또래 그리고 환경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형성을 위한 서로 간의 섬세한 협력과 조율이 필요하다.
  그동안 현장에서 교사들은 유아의 개별성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황에 ‘적응’이란 과제를 맡겨놓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유아가 놓인 가정환경이 각기 다르고 충분한 시간이 제공되지 못하는 환경이 많아짐에 따라 안정적인 적응을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만 3세 유아들의 발달 특성과 요구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섬세한 계획이 있다면, 만 3세 유치원 교사의 반복되는 수고와 두려움을 덜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김지은의 연구에서는 유치원 적응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단계적 전략을 소개한다. 만 3세 유아의 발달 눈높이에 맞춰 교사, 또래, 유치원 내·외부의 환경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유아들이 이러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주도성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인적·물리적 환경과 일·시간의 체계들이 익숙해지고 수용될 수 있게 음률놀이와 연계했다.
  동시에 음률놀이의 환경과 유아가 세상을 알아가고 배워나가는 방식이 모두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이뤄진다는 동일한 방향성을 두고 적응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러한 연계적이고 단계적인 활동들은 유아가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위 연구는 대다수의 유아교육 현장 및 연구와는 달리 ‘적응기간’이 지남에 따라 유아가 자연스럽게 적응되도록 기다리고 지지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않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실제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적응지원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유아가 현관문에 들어서부터 독립된 순간이 시작된다. 특히 만 3세 유아는 대부분 교사 한 명당 유아 열다섯 명의 비율로 이뤄져 있기에 교사가 유아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해 적응을 지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유아의 질 높은 적응을 위해서는 3월 적응기 동안 점진적으로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지도안 역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더불어 교사는 유아의 유치원 적응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따라서 김지은 박사의 프로그램은 신학기 동안에 이뤄지는 적응교육 지침으로 현장의 교사들에게 실제적 지원 방안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가진다. 본 연구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이 현장에 보급된다면 학기 초, 유치원은 유아들에게 미지의 공간으로 시작하나 점차 ‘내 교실’, ‘내 친구’, ‘우리 선생님’이 돼줄 것이다. 또한 유아들에게 적응이라는 시간이 결국에는 유치원이라는 사회 속에서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들의 시작이 될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매해 봄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3월, 유치원에 첫걸음을 내딛는 모든 만 3세 유아들에게 적응의 시간이 설렘이라는 두 글자로 가득 메워지기를 희망한다. 또한, 적응이라는 소중한 개념을 배움으로써 유아들이 새로움이라는 수많은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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