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 유아교육학 박사

 

『음률놀이와 연계한 유치원 적응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김지은 著 (2023, 유아교육학과 유아교육전공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호에서는 유아교육학과 김지은의 박사 논문 『음률놀이와 연계한 유치원 적응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를 통해 유아와 적응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고, 유아 적응교육 프로그램으로 제시된 음률놀이에 대해 함께 연구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음률놀이를 이용한
유아의 적응교육에 관한 연구

 

김지은 / 유아교육학 박사

 

  빛의 속도로 급변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적응력은 핵심적 역할을 한다. 심리학자 유리 브론펜브레너(Urie Bronfenbrenner)는 “적응의 상실은 세상에서 정체되는 것이며 이는 곧 퇴보를 의미한다”라는 말을 했다. 이처럼, 개인의 삶 속 즉각적인 장면이 변화하는 속성을 발전적으로 이어 나가기 위해 개인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적응’을 논해야 한다. 인간발달을 연구한 학자 발바라 로고프(Barbara Rogoff)는 유아기부터 적응에 유연한 마음자세를 지니게 되면 스트레스 내구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이를 통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 성인으로 성공적인 발달을 이루게 됨을 주목했다. 유아는 최초의 사회적 공간 속에서 유치원이라는 환경과 마주하게 되고, 가정이라는 친숙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물리적인 환경 속에서 인적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공동체 경험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유아 생활세계의 안전한 기반을 만들고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의 기초를 형성하도록 돕기에 유치원에서 적응과정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적응은 어떤 개념으로 이해되는가

  앤 마스튼(Ann Masten)은 적응의 과정이란 사회적인 관계 안에서 유아의 마음이 인간 자원과 환경적 영향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마법과도 같다고 비유했다. 이에 유아교육기관은 조화로운 상태를 ‘사회화’ 과정으로 규정하며 집단 속의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역량을 갖추고, 요구되는 규칙을 습득하며 유치원 환경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역동적인 과정의 개념들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기에 유아들은 ▲새롭게 접한 유치원의 공간 ▲익숙하지 않은 시간의 체계 ▲친숙하지 않은 관계의 맥락에 놓여있는 인적 환경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사회적인 약속을 익히고 지켜나가야 하는 과제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신학기의 교육영역으로 마땅한 유치원 적응교육

  적응을 교육이라는 단어와 연결한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유아기에 갖춰진 적응능력은 연속적으로 이행되며 긍정적인 성인기를 예언하기에 이를 교육의 한 영역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수년간 사회발달을 연구한 여러 국내·외 학자들 또한 유아에게 적응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적·감정적·물리적으로 관계를 맺는 집합체 속에서 적응능력에 대한 선순환적 고리를 형성할 수 있기에 필수 과정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서성희와 박병기의 『만 3-5 세 유아의 초기적응 양상-초기적응과 연령별, 성별, 적응영역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를 살펴보면, 유치원 입학 이후의 만 3세 유아들을 20주간 관찰한바, 약 30%의 유아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적응교육을 현장에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간접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즉, 유치원이라는 장소에서는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이라는 섬세한 지원과 지침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응교육은 어떤 교육적 요소를 포함해야 할까. 만 3세 유아가 유치원에 첫 발을 내딛는 입학식을 생각해보자. 어린이집의 적응기간은 부모와 동행하기에 사회적 공간·관계 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신발을 벗는 순간, 홀로서기는 시작된다. 누군가는 소란스러운 기쁨에 들뜨는 한편, 누군가는 울음을 터트리는 혼란의 장일 것이다. 낯선 유치원이라는 환경과 선생님, 복잡해진 일상의 구조와 시간체계, 그리고 공간·시간·인간의 모든 요소가 낯섦과 새로움으로 아이는 스트레스와 역경에 직면하는 것이다. 여기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유치원 적응교육의 교육 요소는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고 다차원적으로 조합해 실행돼야 한다. 영국 알린 웬디 던롭(Aline-Wendy Dunlop) 교수는 적응교육을 하나의 모형으로 세워 유치원에서의 물리적, 인적 환경과 더불어 유아가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모든 다차원적인 영향의 개념들을 포함해 종합적인 접근에서 교육이 시도해야 함을 강조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유치원 적응교육의 동향과 실정을 분석하고, 폭넓게 확장해 다각적인 체계를 다루는 교육지원을 마련했다. 먼저, 유치원 적응교육에서는 유아가 인적·물리적인 환경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를 염두에 뒀다. 동시에 유치원에서 필수적으로 작용하는 규범과 질서 및 사회적인 기술을 이해하고 준수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자신을 조절해 바람직한 조화와 균형을 이뤄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유치원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또래 및 교사와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유치원에서의 일과 및 활동 수행에서 필요한 행동을 취하는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선정했다. 

유치원 적응교육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질까

  유아들이 하는 행위에 ‘놀이’라는 의미를 많이 담고, 유치원에서 수업이나 활동을 할 때 ‘놀이식’이라는 말이 수식어처럼 따라붙곤 한다. 아동심리학자 피아젯(Piaget)은 놀이를 “아이의 일(Children’s Work)”이라고 표현했다. 유아들에게 놀이란 그 자체가 학습 과정인 셈이다. 그러나 만 3세 유아들의 행동, 발달 특성을 고려해보면 놀이만으로 적응교육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만 3세 유아들의 놀이 발달 단계에서 놀이 특성과 놀이 행동을 살펴보면 아직은 또래와 협업하거나 교류하는 놀이보다는 자기중심적 사고 속에서 혼자 놀이를 하거나 서로 근접한 공간 속에서 놀이가 이뤄지나, 서로에 대한 관심은 무(無)이다. 따라서 적응교육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재가 필요하다. 심리학자 모레노(Moreno)는 음악은 긴장된 정서상태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집단을 융화시키는 힘을 지니며, 놀이는 하나의 의사소통 방식이 될 수 있기에 음악과 놀이를 조합한 접근방식인 ‘음악놀이치료(Music Play Therapy)’를 명료화하는 과정을 출범시켰다. 이에 교육학 분야에서도 음악의 범위를 확장해 신체와 음악을 통합한 ‘음률’이라는 소재가 다차원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학문에 기여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심리학, 교육학 분야에서 반영되고 있는 교육적 소재를 분석해 본 연구에서는 ▲음악 ▲놀이 ▲음률의 각 이점을 가지고 유치원 적응교육과 연계해 음률과 놀이를 동일선상에 놓고 교육적인 관점에서 활용했다. 

유치원 적응교육에 연계된 음률놀이

  본 연구의 실험집단에서는 음률놀이와 연계해 유치원 적응교육이 이뤄졌고, 다른 비교집단에서는 이야기 구성하기와 연계해 유치원 적응교육을 경험하도록 했다. 즉, 실험집단에서는 구조적인 틀 속에서 적응교육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노래를 부르며 신체를 움직이고, 악기를 흔들며 강한 주도성을 가지고 비형식적인 틀 속에서 적응교육이 이뤄진 셈이다. 그 결과 음률놀이가 적응교육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었음을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었다. 유치원에서의 하루일과가 담긴 노랫말을 듣고 불러보며 일과의 흐름을 인지했고, 악기를 활용해 교실 내 규범과 규칙을 표현하는 과정들 속에서 적응해야 할 사회적 영역을 효과적으로 체득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아들은 음률놀이 환경 속에서 교사와 신체를 접촉하며 놀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애착이 형성되고 친밀감이 형성됐다. 즉, 역동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이 발현돼 유아들은 교사를 신뢰할 수 있는 친숙한 성인으로 받아들이고 또래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수월했다.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 유치원을 만든 로리스 말라구찌(Loris Malaguzzi)의 “신체와 분리하여 사고는 생각할 수 없고, 머리와 분리하여 활동이 나올 수 없다”라는 주장을 인용하면, 유아들은 머리뿐 아니라 몸으로 신체적 활동을 하면서도 세상을 배워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피아젯의 말처럼 유아는 새로운 정보를 직접 교육 받을 때보다 그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 도구, 혹은 사람들과 직접 어울려 놀이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상호작용을 통해 효과적인 세상을 배울 수 있다. 위와 같은 학자들의 견해는 본 연구에서 실험설계해 입증한 음률놀이가 적응교육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소재의 접근이 될 수 있었음을 뒷받침해준다.
  끝으로, 유아의 긍정적인 신체·안정적인 심리 및 정서감 형성과 적응적인 삶을 돕기 위해서는 즉흥적·자율적·흥미로운 분위기 속에서 직접 참여해 적응행동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음률놀이와의 연계가 유아교육현장에 적용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유아의 미래가 보다 적응유연한 삶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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