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 독어독문학 박사

 

동독 체제의 붕괴, 이데올로기의 몰락?

 

독일의 수많은 드라마 작가들 중에서도 페터 학스를 살펴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학스는 서독과 동독, 그리고 통독 이후의 삶을 산 작가다. 동독 문학, 나아가 독일 문학 전반을 통틀어 이런 경우의 작가는 매우 드문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는 브레히트 이후에 가장 성공을 거둔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
동시에 그는 동서독 두 체제로부터 매우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독 비평가들의 학스에 대한 비판은 이해가 가지만, 동독에서 조차 학스를 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그는 통독 이후에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포기하지 않을 만큼 신념이 매우 두터운 작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이 학스를 ‘문제적 작가’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고, 연구의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회주의적 고전주의 예술 이론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론을 분석한 이유는
  학스가 사회주의적 고전주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지 않았다는 것은 오해임을 밝혀둔다. 그는 「미래 연극에 관한 시도(Versuch über das Theaterstück von morgen)」에서 사회주의적 고전주의 예술의 과제를 현실 사회주의 사회로부터 도출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학스가 자신의 고전주의를 바이마르 고전주의와 구분 지으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예술의 역사적 정당성을 입증해 줄 수 있는 동독 사회주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그의 이론은 산발적이고 추상적이다 못해 체계화되지 않은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난해성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한 학스의 또 다른 이론적 에세이와 시대적 상황을 천착함으로써, 논문에서 제공하는 정도로 사회주의적 고전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학스는 현실 사회주의의 한계를 넘어 이상 사회주의 사회를 지향했던 작가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질문 자체는 그러한 맥락 또는 연구 결과에 따른 비판적 의미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계획 혹은 진행 중인 후속 연구가 있는가
  현재 진행 중인 후속 연구는 없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작품 번역과 더불어 학스의 코미디 장르를 더욱 심층적으로 연구 보완하고 싶다. 본 연구에서도 이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매우 짧게 언급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구의 미흡함에 대한 아쉬움은 학스가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작품의 내용과 상당한 괴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70년대 초중반부터 발표된 작품들이 그렇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접근은 매우 조심스러운데, 학스는 자신의 역사 해석에 따라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는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스 코미디의 모태가 되는 아리스토파네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시기를 코미디의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적 상황과 정반대되는 장르가 지배적이었다는 점이 그 이유이다. 물론 이러한 이유가 학스의 코미디를 규정지을 수 있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다.
  그러나 학스의 역사 해석이 가정된 역사를 전제로 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따라서 후속 과제로서 학스의 코미디는 흥미로운 연구 대상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동시에 이러한 구상들이 실현될 때, 학계와 독자들에게 학스에 대한 관심을 자극할 수 있고, 나아가 머지않은 시점에 극단에서 학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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