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진 / 국어국문학과 박사


시와 서울
 

공현진 / 국어국문학과 박사

 

■ 전후 세대 서울을 다룬 시를 리얼리즘·모더니즘이 겹치는 복합적 관점으로 해석한 이유는

  문학 연구에서 시의 리얼리즘적 성격 혹은 모더니즘적 성격을 밝혀내는 작업은 중요한 의의를 갖고, 또한 각각의 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한 성과들이 축적돼 왔다. 문제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서로 겹쳐지지 않는 대립적 자질로 여길 때, 한 시인의 문학 세계를 한정적으로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김수영, 신동엽, 김종삼은 문학사의 모더니즘/리얼리즘, 참여/순수 등의 구도 속에서 각기 다른 자리에서 대표적 시인으로 호명돼 왔다. 그러나 단지 모더니즘이나 리얼리즘 등의 틀에서만 이들을 위치시키면 이들의 보다 넓은 문학적 자장이 축소될 수 있으며, 나아가 전후 세대와 전후 문학 역시 ‘반대항의 결여라는 한계’를 내정하며 논의된다는 점에서 그 문학사적 의의가 축소될 수 있다.
  기존 문학사에서 리얼리즘 대 모더니즘, 순수문학 대 참여문학이라는 양극화된 구도는 모더니즘의 대표성을 띠는 시인에게는 현실이 결여되고, 리얼리즘의 시인에게는 또 그 반대의 것이 결여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게 했다. 최근의 연구 경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이분법적 구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연구들이 제출되고 있어 큰 의의가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연구 역시 리얼리즘/모더니즘의 구도를 넘어서는 주제의 연구 방법론이 되기에, 전후 세대의 시 세계를 보다 복합적이고 폭넓은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 김수영 시에서 대도시 출생으로서의 무의식이 드러남은 어떤 의미인지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수영에게 도시 서울은 ‘일상’의 장소였다. 김수영은 서울의 혼종성을 직시한 시인이었다. 그에게 서울은 부정적 표상과 긍정적 표상이 동시에 혼재하며 발견되는 공간이었다. 김수영은 대도시를 살아가는 도시인으로서 도시에 매혹을 느끼면서 동시에 도시에 대한 거부감을 함께 나타낸다. 그는 일상화된 도시의 속성에 둔감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서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1955년 2월 3일의 일기에서 김수영은 서울에 대해 “알 듯 알 듯하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곳, “내가 난 서울, 내가 자라난 서울은 이모저모 위로 아래로 혹은 옆으로 구멍이 뚫어지라 하고 보아도 몇 번씩 다시 보고 하여도 도무지 남의 것만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도시의 외부인을 자처했는데 그럼에도 생래적 도시인으로서 도시 중심부에 속한 무의식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그의 텍스트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김수영에게 서울은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장소로 여겨지곤 한다. 서울을 표면적으로는 낯설게 여기면서도 결국 귀환의 장소로, 고향으로 여기는 주체의 무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김수영 시의 주체는 도시 공간, 서울 내부에 그 ‘몸(신체)’이 위치해 있음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내부적 관찰자로서 대도시의 풍경을 관찰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신동엽과 김종삼의 시적 주체와는 구별되는 모습을 보인다.


■ 다른 세대 혹은 다른 지역 시에 대한 연구가 계획 혹은 진행 중에 있는지

  본 연구는 앞으로의 후속 연구를 통해서 계속 확장돼 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문학사 속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현대 시의 심상 지리, 지리적 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작업들을 진행하고자 한다. 우선은 50년대와 해방기의 주요한 시인들이지만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시인들을 살펴본 이후에 연속성을 지니기 위해 다른 세대와 시대에 대한 연구로 이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서울을 주제로 한 연구가 ‘서울 중심주의’적 결과로 가지 않기 위해 다른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학 연구도 관심을 두고 진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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