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진 / 대학원신문 편집장

 

[특집 기획의도] 창업교육의 현주소와 미래

 

 
 

 

사라진 스타트업

 

안혜진 / 대학원신문 편집장

 

  ‘역대’, 창업지원을 말할 때 몇 년째 따라오는 수식어다. 1월 3일,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 중앙부처 및 지자체 창업지원사업’에 총 3조6천668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전체 예산이 늘어난 지원은 창업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한다. 창업지원사업 예산은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그 금액의 규모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이는 양적인 변화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신설된 융자지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본다면 사업의 유형 역시 다양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지원이 있다고 해도,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타자의 지원은 주체에게 영향은 줄 수 있어도 그 결과를 확언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이는 ‘가능성’을 ‘결과’라고 착각했다. 그렇지만 창업의 결과는 어떠한가. 현재 창업계의 저변은 반쯤 허물어져 있는 상황이다. 위쪽에서는 ‘벤처붐’, ‘유니콘기업’ 등의 수사를 딴 잎을 틔우고 있으나 단단한 뿌리가 자리해야 할 곳에는 쫓겨난 이들의 탄식과 절규만이 가득하다. 그 아이러니한 공존은 ‘보여주기’를 매개로 연쇄된다. 동경의, 그리고 조롱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

 

  창업이란 무엇인가. ‘나’를 필요로 하는 이의 시선에서 시작돼 타자의 빈 것들을 하나씩 채워 나가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해 스스로조차 알지 못했던 욕망을 끌어내고, 충족시켜 투명한 욕망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 그렇게 다시금 관념을 넓히고 세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그 본질적 목적이다. 타자를 주체로 만들고 주체가 다시 타자가 돼 욕망하는 그 과정은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성장을 미처 다 마치지 못한 연약한 살들을 뭉그러뜨리지 않았던가. 그랬기에 위와 아래, 두 세계의 격차는 벌어지고, 깊숙한 곳의 진실은 밑바닥으로 떨어졌으며, 현상은 그저 현상으로만 남아 버렸다.

  이는 현 매개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지탱의 힘을 상실한 매개를 방치해 버리는 순간 연결은 끊어진다. 우리는 그것을 방관했다. 불안정의 원인, 불균형의 이유를 톺아 가는 일이 스스로의 무능을 수용하는 과정이어서였을까. 혹은 썩어 버린 알맹이를 도려내는, 혹독한 자괴에 대한 회피였을까. 그러나 바닥이 존재하지 않는 ‘존재’는 그 본질을 정의 내릴 수 없기에 우리는 걸어야만 한다. 하염없이, 고단한 길을. 보이지 않는 미래로의 전진, 그것은 창업의 본성과도 맞물린다. 미지의 세계를 두드리는 행위는 욕망 그 날것 그대로를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욕망의 변두리에서, 그 은밀한 뿌리를 포착하고자 한다.

 

불편한 진실로부터

 

  바닥과 꼭대기는 끝과 끝이라는 꼭지점에 놓인다. 닿을 수 없는 세계는 다른 것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한편 생명의 시작은 아래로부터 계속된다. 가장 몰락한 것들로부터 우리는 본질을 이해하고 원인을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역시 밑으로부터 올라가야 한다. 겹겹이 쌓인 먼지를 가장 연한 손가락으로 훑는 것만큼 불쾌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불편하지 않은 진실은 없기에 다시, 전진해 본다.

  재작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금희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창업기업 생존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차 생존율은 29.2%로 나타났다. 위 자료는 창업기업의 운영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은 다른 모습일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정재 의원이 정부의 청년창업 양성 프로그램인 ‘청년창업사관학교’ 사업의 지난 10년간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해당 사업 출신 기업 중 설립된 지 5년 이상 된 기업의 67.7%는 재작년 매출이 0원이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어린 유망주들조차 납작하게 짓눌려있다. 성공의 무게에 뭉그러진 잔뿌리들이 그곳에 모여, 우리의 눈길이 닿지 않은 밑바닥에서 일그러진 채로 얽혀 있었다. 우리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우리가 그들을 외면했던 것처럼 그들은 이유를 회피했다. 바닥을 알지 못하는 꼭대기는 끝없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에 다시금 이유의 파편을 모아 본다.

 

성장을 위한 새로운 매개

 

  언제나 금전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금전을 매개로 한 세계는 그 형태를 아슬하게 유지한다. 화려한 꽃을 피우더라도 단편적인 양상에 머무른다. 반면 뿌리, 그 아래의 내밀한 곳에서부터 올라가는 생명은 끈적거리듯, 그 숨을 연신 토해 내곤 한다. 숨소리는 연약하지만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비어버린 세계를 하나씩 채워 간다. 살아있기에 세계를 채워 나갈 수 있다. 떠다니는 공허를 채우고 욕망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줄아는 용기는 언제나 깊은 아래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덜 자란 싹을 틔우는 행위는 때론 지루하게 느껴져 교육과 성장은 우리들의 시선에서 쉽게 사라지곤 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보편의 상식과도 같이 여겨졌다. 하지만 ‘당연한’ 것은 쉽게 잊히곤 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단기간 내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멀어지는 일이 종종 나타나곤 했다. 이러한 문제는 창업과 경영에서도 발생했다. 창업은 세계를 만드는 것이며, 경영은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생성의 전제에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기반한다면 창업과 경영 또한 계속해서 요동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뿌리로부터 시작돼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돌파할 수 있는 다리는 숫자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현실의 세상으로 ‘내모는’ 것이 아닌, 그들이 그 세상에서 버텨 나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 보내는 일이 아니다. 힘을 키우고 눈을 띄우며, 잎을 틔울 수 있도록 뿌리를 다듬어 가는 행위다. 그들에게 모든 일을 일임하는 것은 안일한 무책임이다. 선택과 결정은 주체가 맡은 것이지만,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주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며 관련 교육의 필요를 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에 반해 현실의 반영 속도는 늦기만 하다. 본 특집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착안해 창업 교육의 현주소와 발전 방안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그 뒤틀린 시작점에서부터 훑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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