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산 / 오앤이컨설팅 대표

 

[특집 칼럼] 창업 양극화시대

 

막대한 투자에 비해 현장에서는 매출, 수익, 성장 등 전 분야에서 양극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본 특집호에선 창업 현장에서 격차가 발생한 원인을 탐색하고 그 실태를 조명하고자 한다. 나아가 창업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적·교육적 방안이 필요할지에 대해 전문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주>

 

 
 

 

창업, 이대로 좋은가

 

권영산 / 오앤이컨설팅 대표

 

  전 세계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모든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만연하다. 그 결과, 기업을 비롯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창업은 리스크가 매우 크다. 따라서 창업 리스크를 줄이고 실패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창업교육이 필요하다.

 

창업 현황 및 창업교육의 필요성

 

  코로나 이전에도 주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구조적인 경기침체가 일어나며 비자발적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코로나가 발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인플레이션 현상,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비용은 오르고 매출은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되며 악순환은 더 심해졌다.

  매년 신규사업자 등록은 평균 130만 명 내외, 폐업자는 92만 명 내외였다. 특히 작년 국세청 발표 자료에 의하면 재작년 한 해 동안 신규사업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무려 151만 명이 넘는다. 반면 폐업을 신고한 사람은 89.5만 명 정도로 평년보다 줄었다. 그러나 폐업 신고가 감소한 이유를 살펴보면 원하지 않는 영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창업자금의 많은 부분을 타인자금으로 충당했는데, 폐업할 경우 타인자금을 일시불로 상환해야 하기에 폐업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창업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선 자영업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고객과의 접촉이 덜한 업태로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됐고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됐다.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진 결과, 기술기반셀프서비스(Technology-Based Self Service, 이하 TBSS)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TBSS 개념은 1994년 다볼카르(Dabholkar)에 의해 처음 제시됐으며, 2000년 뮤터(Meuter)·오스트롬(Ostrom)·라운드트리와 바트너(Roundtree & Bitner)에 의해 확장됐다. 이들은 셀프서비스기술에 대해 고객이 서비스 접점에 있는 종업원과 직접적인 대면 없이 기술사용을 통해 서비스 생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PC·스마트폰·키오스크와 같은 다양한 기기 매체를 통해 외식, 금융, 유통서비스 등 여러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TBSS는 ▲인터넷 기반 배달서비스 ▲모바일 결제 서비스 ▲모바일 앱 전용 간편주문서비스 ▲진동벨을 이용한 고객호출기 ▲드라이브스루 ▲커버사이드 픽업 ▲키오스크 ▲로봇 등 다양하다.

  이 외에도 현장에서는 사업전환을 뜻하는 피보팅(Pivot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을 전환하거나 배달전문점, 테이크아웃 전문점 등으로 업태 변화를 하는 곳이 많아졌다. 또한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중고폰 거래 플랫폼과 같은 중고경제가 날개를 달았다. 이에 발맞춰 관련 교육도 변화하는 창업트렌드 등을 제대로 전해 줄 수 있어야 하지만 필자는 창업교육에서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교육을 거의 보지 못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관련 교육 커리큘럼은 획일적이다. 그러다 보니 예비창업자들이 정작 알아야 할 정보는 많지 않다. 결국 창업교육이 아무리 많아도 실질적인 성공 창업이나 성과를 거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알지 못하는’ 현실

 

  필자가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멘토링을 하다 보면 이들 대부분은 창업 프로세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창업자·창업자금·창업 아이템·사업장과 같은 기본적 개념에 이해도가 낮았다. 창업적성검사와 성격유형검사를 받지 않은 창업자들도 많았다. 또한 ▲창업자금은 어떤 기관을 통해 조달하고 융통할 것인지 ▲창업 아이템 및 업종선정에 있어 업종빅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업종 수명주기는 어떤 단계인지 ▲사업타당성 분석에서 시장성·기술성·경제성·위험성·자금조달 및 운용·성장성 분석은 어떻게 하는지 ▲사업장은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매장으로 출점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준비가 안 된 모습들이었다.

  특히 손익계산과 원가계산, 가격산정 등 기본적인 회계처리에 대한 개념을 모르고 있어서 앞으로 벌고 뒤로 까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작금과 같이 경기가 최악일 때는 손익 계산을 통해 원가 및 비용의 절감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원가계산을 통해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가격도 다시 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 출점 시 상권과 입지가 어떠한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의한 법 적용은 받을 수 있는지, 인허가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렇듯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하고 알아야 할 프로세스가 적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의 창업자는 필수적인 사업전략의 하나인 STOP전략조차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STOP전략은 시장세분화(Segmentation), 타겟팅(Targeting), 기회요인(Opportunities), 포지셔닝(Positioning)을 말한다. 사실 STOP전략만 제대로 알아도 폐업률을 크게 떨어뜨린다. 독특한 경쟁력과 차별성을 시장세분화를 통해 찾아내고, 월 예상 매출액·고객 성별·나이 등 타겟팅을 명확하게 하며, 기회요인을 집중적으로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창업자금, 창업 아이템, 상권입지 등 포지셔닝 또한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기존의 창업자나 예비창업자 중 이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모델 9블록 ▲핵심파트너 ▲핵심자원 ▲핵심활동 ▲가치제안 ▲고객관계 ▲채널 ▲고객 ▲비용 ▲수익을 모르다 보니 사업계획서도 작성할 수 없고, 기본적인 것을 모르니 업태와 업종을 구분하지 못한다. 창업 시, 포지셔닝이 제대로 돼야 업태를 설정할 수 있고 업태를 설정할 수 있어야 출점전략도 도출할 수 있다. 창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알아야 할 내용을 철저하게 배워야 하는데 이를 가르칠 만한 기관이 없다. 이에 창업 프로세스를 아는 창업자들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반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간과했던 창업자들은 폐업의 순서를 밟고 있다.

 

오늘날의 문제와 해결 방안 제언

 

  최근 가장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 창업교육의 위탁이다. 물론 뛰어난 전문성으로 창업교육을 위탁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적지 않은 곳에서 문제점이 도출된다. 한정된 교육 사업비로는 뛰어난 전문가를 강사로 데려올 수 없어 교육의 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내용을 전문가인 양 강의하는 강사도 있다. 이들은 그것이 일회성·단발성 강의라는 이유로 크게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교육생들에게 있다. 창업교육 대부분이 창업자금 혹은 지원금과 연계돼 있는 탓에, 그들은 정보와 노하우의 습득보다는 이수 자체에 의의를 둘 뿐이다. 한마디로 시간 채우기에 급급하다.

  이처럼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 전문성 없는 강사, 성의 없는 교육생 등 창업교육의 폐단이 심각하다. 일례로 청년창업자 멘토링 때 만난 한 창업자는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원을 받아 창업했다. 1년간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창업 후 10개월 동안 약 4천만 원의 빚만 졌다. 그리고 허리디스크로 건강도 잃었다. 폐업하고 싶어도 월세 지원금 때문에 그조차 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년을 채우는 것을 봤다. 또 다른 여성창업자도 1년 동안 사업할 수 있는 점포를 지원받았지만 비즈니스모델 9블록, 사업계획서, 손익계산, 원가계산 등을 전혀 몰라 결국 폐업했다.

  그렇기에 창업 프로세스와 교육 과정을 전면 재편할 필요가 있다.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없애고 실력과 전문성이 뛰어난 강사들을 섭외해야 한다. 교육 대상 역시 무분별하게 선정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역량을 갖춘 예비창업자들로 선별해야 할 것이다. 교육 후엔 개인 맞춤형 멘토링 등 사후관리도 뒤따라야 한다. 이 외에도 창업은 단기간에 이해와 적용이 어렵기에 예비창업자들이 이해하고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 시간과 기간을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창업교육이 성과 위주의 다발성 혹은 다회성 강의로서, 양보다 질적으로 전환해 실전 적용 가능한 경쟁력과 차별성이 있는 교육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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