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단 연구위원

 

[특집 칼럼] 창업을 '교육'하다

본 기획에선 일시적 지원이 다수인 현행 창업 교육에 대한 한계를 직시하고, 이에 관한 개선을 탐색하려고 한다. 즉 스타트업이 성공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문적 교육과 체계적인 정책 시스템이 필요한지 논의해 창업자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업 생태계 안정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도를 지닌다. <편집자 주>

 

 
 

 

창업의 보편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창업교육

 

김영환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단 연구위원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창업생태계는 급격한 성장과 발전을 이뤘다. 재작년 기준으로 창업기업 수는 개인과 법인을 합쳐 136만여 개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생계형 창업 대비 기회형 창업비중은 2.93배로 여전히 미국 6.83배, 프랑스 4.07배, 영국 4.0배 등 선진국에 비해 낮으며, 창업기업의 생존율 역시 5년 기준으로 32.1%에 머물러 일본 81.7%, 미국 50.6%, 프랑스 50.1%에 비해 낮게 나타나 창업기업의 성장잠재력 및 지속가능성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링(GEM)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중의 창업의향은 25.9%에 달하나 실제 초기 창업활동에 참여하는 비중은 13.0%에 불과해 창업 계획 또는 의향과 창업 실행의 커다란 간극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인식이나 의향에 비해 창업 실행 및 기업성과가 낮게 나타나는 것은 사업 환경에서의 애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창업을 위한 준비역량, 즉 기업가정신이 잘 갖춰지지 않은 데에 큰 원인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중의 기업가정신 수준을 살펴보면, 기업가적 태도나 인식과 같은 실천적 특성에 비해 혁신성 및 위험감수성과 같은 기업가적 지향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기업가정신과 창업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생계형 창업자 비중이 높은 것이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저해하고 있으며, 그 기저에는 창업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

 

대학 중심-공급 중심의 창업교육의 한계

 

  한국의 창업생태계는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나, 기업가정신 및 창업교육에 있어서의 접근성과 보편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20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자 중 창업 이전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비중이 18.8%에 불과하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가정신실태조사의 경우 해당 비중은 2019년 기준 8.3%로 더욱 낮아진다.

  우리나라의 창업교육은 2010년대 중반,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 정책을 통해 주로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2019년 기준 313개 대학에서 1만4천136개의 창업 관련 강좌가 개설돼 총 45만8천948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등 정량적인 수치로 본다면 창업교육이 매우 활성화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사립대학 위주로 창업교육이 집중되는 반면 지방대 일부의 경우 창업교육 전담 조직조차 설치돼 있지 않는 등 지역별, 학교유형별 교육 환경의 편차가 크다.

  또한 대학이 제공하는 창업교육 콘텐츠에 있어서도 2019년 기준 이론형 강좌의 비중이 78.6%로 실습형 강좌의 21.4%에 비해 월등히 높아 실제 창업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학습하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창업캠프 ▲창업동아리 ▲실전창업대회 ▲창업기업에서의 현장실습 등 다양한 유형의 실전형 창업강좌 및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성공한 창업가나 현장 전문가 등 해당 프로그램을 제공할 만한 전문인력 및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는 대학은 부족해 수준 높은 창업교육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대학 중심의 창업교육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초중고 학령기의 기업가정신 교육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중고 과정에서의 기업가정신 교육 경험률은 20.6%로 독일 38.1%, 중국 35.6%, 미국 27.1%에 비해 낮았다. 즉, 초중고 과정에서의 경영 및 경제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창의성 및 도전정신과 같은 기업가정신을 장려하는 교육 커리큘럼의 부재가 앞서 언급한 낮은 기업가정신 지향성 수준의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우수한 창업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연방-주정부, 대학 및 민간을 포함해 지역사회가 교육과 창업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갖춰 연령, 인종, 성별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창업에 요구되는 지식, 기술, 지원 등을 편리하게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K-12 과정(12년 동안의 미국 정규 교육 과정)과 대학, 민간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창업교육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

  K-12 단계에서는 창의성, 도전정신, 창업 및 사업활동에 대한 이해, 기획 및 연구 능력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의 경험 중심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며, 특히 창업 및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스킬보다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을 통해 융합적 사고를 갖춘 미래의 혁신가를 양성하고자 노력한다. 지역 내 대학에서는 기업가정신 및 창업에 대한 강좌를 재학생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개방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가정신 및 창업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전담 조직 및 연구 인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유명 대학의 졸업생들을 디트로이트, 뉴올리언스 등과 같은 재건이 필요한 낙후 도시에 보내 2년간 창업기업에서 근무토록 한 후 해당 지역에서 창업을 유도하는 민간 중심의 ‘벤처 포 아메리카(Venture for America)’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업에 대한 현장 및 실무 중심의 교육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도구로서 창업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다.

 

창업 접근성 및 효과성을 높이는 창업교육의 방향

 

  한국의 창업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가 창업활동과 창업준비 과정에서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즉 성별, 연령, 지역 등 다양한 개인적 배경이 창업활동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창업에 대한 보편성 및 접근성이 향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 자원과 사업지원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령기부터 대학, 직업 및 평생교육 과정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주기 창업교육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학령기 교육은 실전 창업을 위한 지식을 제공하기보다는 창의적 사고와 도전정신 등 기업가정신의 핵심적 가치를 소개하고 창업가와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심어 주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 사회와 인류가 겪는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창업의 가능성을 인식시키고, 창업을 미래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경력경로로서 인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학령기에 배우는 기초 학문들이 어떻게 응용돼 기술로 거듭나고 사업화되는지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지식-기술-창업’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연계 구조를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창업교육은 창업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창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을 계획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공할지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 전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며, 왜 제품을 사는지를 이해하면서 다양한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검증함으로써 창업의 현실적인 성공가능성을 파악하고 창업활동에 뛰어들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공급 중심의 이론형 강좌가 아닌 수요 중심의 체험형, 실습형 강좌의 비중이 확대돼야 한다. ▲창업 캠프 등을 통한 창업 아이템 선정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계획서 작성 ▲창업 캡스톤 디자인 ▲창업 인턴십 등 경험을 늘릴 수 있는 실습형 강좌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또한 대학은 창업교육에 있어 단순히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지역 창업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대학은 창업을 희망하고 계획하는 지역민들 누구나 창업에 필요한 지식 및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의 창업보육 조직은 유망한 아이디어를 가진 지역 창업가들에게 창업 초기 필요한 자금, 인력, 기술 등의 지원을 원활히 제공해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업가정신에 대한 인식과 창업을 위한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의 경우 대학의 창업교육 및 창업지원 등을 통한 지역 창업생태계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창업교육에 있어서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대면학습과 그룹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이론만을 제공하는 창업교육은 실질적인 창업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및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에서의 팀 활동이나 협업을 위한 기본적인 학습도구 또는 학습방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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