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 연극학과 박사

 

공연예술에서 민관협력이 필요한 이유


■ 해당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2017년 여주시는 지역 브랜드 개발을 위해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 사업을 추진했다. 시는 민간제작사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필자는 작가로 참여하게 됐다. 공연은 〈1446〉(2017)이라는 이름으로 여주 세종 국악당에서 리저널 트 라이아웃(Regional Tryout)을 가졌다. 이후 2018년 런던 쇼케이스와 서울 초연이 이뤄졌 다. 이어 〈세종, 1446〉(2019)으로 재연에 성공하면서 상업뮤지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필자는 공공과 민간이 파트너십을 이뤄 개발한 뮤지컬을 관객으로 먼저 접했다. 그때 〈세종, 1446〉 등을 통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관련 장르가 예술성과 상업성을 무시한 채 ‘보여주기식’으로 소비된다고 느꼈던 이유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 국내 공연예술계의 민관협력과 관련된 아쉬움은
  우선 재정적 문제가 있다. 민간은 고질적인 문제인 비용질병(Cost Disease)으로 인해 경제적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반면 공공은 공적 자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공연 제작이 가능하다. 이러한 양측의 첨예한 상황에서 공연예술을 수단으로 인식하는 공공의 경향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양측은 ‘협상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 보통 제작비 산정 문제로 공동 제작 형태를 지니게 되는데, 큰 틀은 위탁 제작이기에 공공과 민 간의 역할이 나눠지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민간 업체는 하청의 성격을 띠게 되며 공공이 행정상 전시 수단으로 작품을 이용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 한국에서의 ‘인핸스먼트 계약’이란
  인핸스먼트 계약(Enhancement Deals)은 현재 미국 뉴욕에서 활발하게 추진되는 방식으로, 재정적 돌파구가 필요한 비영리 공연단체와 재정적 긴장 해소를 위한 상업 프로듀서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진다. 보통 상업 프로듀서가 비영리 공연단체에 일부 제작비를 제공하고, 단체는 한 해 예산 중 일부분을 제작비로 사용하는 공동 투자 방식을 취한다. 뮤지컬 〈렌트〉(1996), 〈스프링 어웨이크닝〉(2006), 〈해밀턴〉(2015) 등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국내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공동 제작 방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이 제작비를 분담하는 역할에 주로 한정돼 용어의 한계를 지닌다.


■ 갈등조절장치인 ‘중간지원조직’의 경우 민관 사이에서의 성격은
  중간지원조직은 서로 다른 영역 조직들 사이에 위치해 연계와 협력을 촉진하고, 다양한 차원으로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개념이다. 주로 사회적 가치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역량 강화’ ‘자원 동원 및 네트워킹’ ‘모니터링 및 평가’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아직까진 해당 개념에 대해서는 사회·경제·복지 부문에 연구 방향이 집중돼 문화 예술 영역에서의 현황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연예술의 민관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중간지원조직의 활동 기반 구축, 사업 방향, 역량 강화 방안 등이 더욱 논의돼야 할 것이다.


■ 앞으로 기대하는 후속 연구는
  국내 민관협력 관련 연구는 공공이 주도해오던 정책 추진 방식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남북교류·도시재생·공적개발원조 등에서 정부·민간기업·시민사회 간의 협력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러나 공연예술에 대한 민관협력에 대한 연구는 대단히 부족하다. 민관협력의 개념과 사업 방식을 바탕으로 지역 문 화예술 관련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연구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민관협력으로 진행된 공연예술의 다양한 사례 및 모델 개발과 공공·민간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만 한계를 극복하고 상생 가능한 공연 제작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