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희 / 예술학과 박사과정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교육에 희망을 걸어본다

 

공주희 / 예술학과 박사과정

 

 

  낭만 가득한 예술가를 꿈꾸었던 나의 대학시절을 지나 어느덧 아이 셋의 엄마가 되고, 이제는 중학교 입 학을 앞둔 딸의 미래를 고민하는 학부모가 됐다. 갑자기 중학교 미술시간에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손에 속이 상해서 펑펑 울며 “미술 진짜 싫어!”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그림을 못 그렸던 내가 미술학사를 취득하고 박사과정까지 예술공부를 지속하게 될 줄이야! 이런 일들은 나에게도 분명 중요한 교육의 전환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토론문은 나의 특별했던 ‘미술수업’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보려 한다. 

  한때 우리 모두가 힘들었던 IMF 시기를 우리 집 역시 그냥 지나가지 못해 나는 시골로 전학을 가야 했다. 당시 그 학교 미술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장승과 솟대를 만들고, 도자기를 만들고, 사진을 찍고, 실크스크린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다소 파격적인 미술 수업의 진행으로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미술 시간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장승을 톱질했다. ‘난 누구인가? 여긴 어딘가? 왜 난 지금 미술 시간에 이렇게 톱질을 하고 있는가’. 비오는 날에는 같은 조 친구들과 톱질하기와 우산 씌워주기를 번갈아가며 함께했던 그들도 모두 비슷한 생각이었으리라.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나고 방학식 날 등교하는 학교 정문 양쪽 길에는 우리가 만든 가지각색의 장승들이 우뚝 서서 우리를 향해 바보같은 웃음들을 짓고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다음 학기 첫 번째 미술시간에는 선생님께서 인근 마을 입구들에 세워질 우리들의 솟대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지는 한 학기 동안 우리는 또다시 조각칼과의 과의 힘든 싸움을 이어나갔다. 시대를 앞서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신 이 미술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예술을 사랑하는 지금의 나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은 우리의 삶을 혼란스럽게 하며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학생들의 경우 갑작스럽게 ‘비대면 수업’으로의 적응이 과제로 주어졌다. 더불어 이러한 비대면 시스템으로 인해 타인과 사회에 대한 공감과 소통의 부재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현장에서 이뤄져야 하는 실험, 실기 수업이나 예체능 계열의 교육 부적응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이렇게 갑자기 맞이하게 된 사회 변화와 그 안의 절실한 삶의 문제들 속에서 우리에게 발생한 교육적 공백을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분산되고 개방적이면서 동시에 다양하고 유연한 삶의 연결망 구축을 추구하는 지금의 문화예술교육은 이 시대의 알맞은 교육적 실천이 될 수 있다.

  최근 예술과 교육이란 개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용어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다양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의미로서의 교육이 예술 분야를 만났을 때, ‘문화’의 의미가 함께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라는 말은 자연적인 것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인류의 지식∙신념∙행위의 총체를 일컫는 거대한 개념 이다. 문화는 근대 사회에서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근대사회에서는 이성을 앞세우며 사회의 분업화∙세분화∙전문화를 이뤘다. 그러면서 하나의 사회는 마치 기계의 부속품들처럼 나뉘고 각자의 가 동범위 안으로 깊숙하게 침잠하려는 특성을 보인다. 여기서 발생한 많은 문제가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하게 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은 많은 분야와 범위를 망라해 이뤄지고 있으며 분야별 용어와 정의상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융합과 통섭, 삶의 연결, 네트워크 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전쟁과 혁명 등의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에게 왜 예술이라는 행위와 형식이 필요했던 것일까.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그 답을 찾아가는 실천적 과정이 요구됐는데, 근대의 ‘예술’은 그 노력 중 일부이자 특수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며 시작됐다. 그동안 너무 빠르게 변화했기에 놓쳐버렸던,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삶의 모습들을 상기시키는 일종의 ‘삶의 환기’ 작용을 예술이 맡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렇게 변화하는 삶과 연계된 유연한 교육의 일환으로서 자리한다. 그래서 이는 기능적인 성격의 예술과 교육의 실천이 놓쳐버린, 변화하는 삶의 의미와 그것들의 예술적 연계를 강조한 대안적 개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학교 중심의 교육시스템은 전문화된 과목별 체제와 성적을 바탕으로 다소 경직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오늘날 다양성과 유연성, 창의성을 중시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확대가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분명하게 이것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비대면 매체 중심의 사회 개편 속에서 타인과 사회의 공감과 공유, 소통과 네트워크 형성 능력 등에 보다 큰 중점을 두는 실천적인 교육적 대안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 이후,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이확대되고 인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문화예술교육사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인력의 양성경로를 다양화하고 법령에 자격을 정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 인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고자 2012년 자격제도를 도입했다. 문화예술교육사는 예술가로서의 전문성과 교육가로서의 역량 및 자질을 갖춘 전문인력이다. 2020년 현재, 전국 16개의 시∙도 교육청 소속의 학교들과 지역 운영기관 그리고 공공 및 민영의 교육기관 등에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민서의 박사학위 논문은 내러티브 탐구라는 연구 방법론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사들의 예술교육 경험에 대한 의미를 탐구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풍성한 논의점들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예술가들의 예술 교육적 경험이 그들의 문화예술교육의 실천에 있어 어떠한 배경을 이루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연구 참여자들의 교육적 목적론과 방법론을 고찰한다. 더 나아가 예술가들이 삶의 경험을 내면화하고 공감과 몰입의 교육 체험을 통해 예술교육자로 전환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도 상세하게 짚어냈다. 다만 본 논문에서 문화와 예술 그리고 교육의 융합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론적 차원의 근원적 접근이 다소 미흡한 점이 아쉽다.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든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는 시대적으로 피할 수 없는 교육적 대안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의 불안한 유지와 애매한 교육 방향의 설정, 교육 실천 방법의 구체성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놓여있다. 현재 문화예술교육이 내실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외 예술 강사와 현행 제도에 면밀한 사회적 분석, 제언 및 적용과 근본적인 문화예술교육의 의미 탐구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방향설정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질적∙양적 연구를 계속 진행하며 사회적 논의를 끌어내 내실 있는 제도화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문화예술교육이 현재의 교육적 공백을 따뜻하고 유연하게 어루만져주길,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의 경험을 만끽하며 자라날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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