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서 / 교육학과 박사

 『문화예술교육사들의 예술교육경험에 대한 의미 탐구』 한민서 著 (2020, 교육학과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호에서는 교육학과 한민서의 박사 논문 『문화예술교육사들의 예술교육 경험에 대한 의미 탐구』를 통해 예술교육자들의 특성을 파악해 적절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삶의 연장선상에서 ‘나’에 대한 발견

 

한민서 / 교육학과 박사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순간을 보아라 / 하나둘 내리기 시작할 때 / 공간은 새로이 움직임이기 시작한다 / 늘 똑같던 공간이 / 다른 움직임으로 붐비기 시작하면서 / 이색적인 선(線)들과 색깔을 그으면서 / 마침내 아직까지 없었던 시간 / 새로운 시작의 시간을 열고 있다 / 그래 나는 찬탄하느니 / 저 바깥의 움직임 없이 어떻게 / 그걸 바라보는 일 없이 어떻게 / 새로운 시간의 시작이 있겠느냐 / 그렇다면 바라건대 나는 마음먹는 대로 / 모으든 그런 바깥이 되어 있으리니”

  정현종의 시 〈새로운 시간의 시작〉(2003)을 보면 일상적 공간을 다르게 바라보기를 통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공간의 탄생을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인들도 어떠한 삶의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새로운 공간에 놓이게 된다. 그중 ‘문화예술교육사’들은 예술가로 활동을 함과 동시에 교육자의 역할을 행하고 있는 예술인이다. 그들은 기존에 예술교육이 가지고 있던 엘리트주의적 시각과 단편적인 학습의 방법론을 뛰어넘어 예술을 통해 일상의 이야기들에 질문을 던진다. 이때 예술적인 소통의 과정은 단순히 교육의 대안적인 장치라기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데 주체적인 성찰을 가능케 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사회의 다양한 변화들 속에서 예술의 역할은 날로 중요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예술교육자들에 대한 무관심은 오히려 예술교육을 퇴보하게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과 예술인들의 역동을 위해 교육의 주체로 예술교육자를 바라봐야 한다. 예술교육자를 한 명의 평생 교육자로 인식하며, 어떤 삶의 경험을 이뤄 왔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이들의 교육적 행위가 이해될 수 있다.

 

교육 안에서 나의 예술철학

 

  예술교육자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임의적인 둘레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교육자로 살아가는 방법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개발하며 자신에 맞게 체화하고 있다. “19세기 교사가 20세기 교실에서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라는 말이 있다. 좋은 예술교육은 좋은 예술교육자에게서 나온다. 시대를 앞서가지는 못할지라도 예술교육자는적어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매개자다.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넘어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가져보고 철저히 통제됐던 비정상적인 질문과 행위들을 함께 시도해보면서, 진공상태의 정서와 감정들을 발견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인 것이다.
  예술가를 꿈꾸며 생각과 가치를 작품에 옮기려 했던 예술교육자들은 지금껏 예술적 탐구 시간을 보내왔다. 새로운 개념들과 이야기들을 만나며 삶의 경험이 담긴 미적 체험을 했다.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들을 배우고 예술교육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하며 자신 안에 감정들을 제3의 언어로 표현해왔다. 나아가 예술교육자들은 예술 활동의 부차적인 수단으로 우연히 시작했던 교수자의 역할에서 교육적 열정을 품게 됐다. 동료 강사나 예술가와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기도 하고, 교육적 방법에 영감을 얻기도 하며 예술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됐다. 교육적인 내용을 충실히 만들고자 하는 마음과 전문적인 교육에 대한 갈망은 이들을 공부하게 하고, 타자와의 거리를 허물게 했다. 예술교육자들은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예술의 맥락에서 달리 해석되는 두터운 경험의 의미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들이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영감을 준 매체였다. 문화와 예술교육이라는 거대한 의미를 포함하는 이 단어를 전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교육을 하면서 서서히 자신들의 교육철학을 만들어갔다. 교육이나 기획, 공연 등 혼자서 하는 일에서 탈피해 조금씩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교육적 실천은 이들을 예술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예술 하기’에 대한 자극과 욕망을 심어줬다. 이를 통해 예술교육자 개인이 아닌 타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게 하며, 예술의 맥락을 내재화했다.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공유적 가치

 

 예술교육자가 교육을 한다는 것은 교육을 받던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었다. 개인적인 사유들을 매체와 대응시켜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했던 예술로부터 이제 그들의 사고는 학습대상으로 관심을 돌렸다. 어떻게 이들에게 접근할 것이며, 어떠한 이야기를 발전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점들이었다. 교육의 현장에서 예술교육자로 거듭나게 자극을 준 사람은 학생들이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용어도 낯설고 교육이라는 것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그들이었기에 새로운 분야에서 적응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교육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성찰하고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계속된 탐구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예술교육자들은 새로운 일들을 마주하고 선택하는 과정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관해 물음을 던지게 됐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믿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들은 예술교육에 대한 열정을 품게 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좋아하던 일이 꿈이 되고 대안적인 활동이 직업이 되며, 실천의 현장에서 만나는 가르침을 통해 다시금 학습자들의 마음을 읽게 됐다. 예술에 대한 생각이 확장됐으며 개인에게 머물러 있던 감정과 에너지들은 점차 타인에게로 퍼져나갔다. 예술교육자로 활동하면서 예술 작업을 멈춘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많은 사람과 공유해 예술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가능케 했다. 예술교육자들이 거치는 존재적 성찰의 과정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가치와 관점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예술교육자들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실천과 재구조화를 통해 미적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존 교육의 규칙 안에서 예술교육만이 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우고 창의성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고려할 수 있다. 이때 예술교육의 핵심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감정들을 돌아볼 수 있는 감수성을 기르고 전통적인 교육에 지쳐있는 아이들에게 해소의 창구가 돼 주는 것이다. 예술교육은 사람의 경험을 기초로 하는 탐구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다른 경험의 지점들을 공유하고 감정을 비추는 시간은 새로운 방향으로 열정을 키울 수 있게끔 한다. 세상 속에 ‘나’의 존재를 확인 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사건을 다각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층적인 스펙트럼의 문화예술교육

 

  지식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애매모호하고 탈 정형화된 것들을 생산한다. 이에 사람들은 절대적인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새로운 것들에 관심을 둔다. 모든 것들은 다양한 상호연관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총체성의 원리는 불확정성의 차원으로 간주된다. 자기표현과 개성을 발전시켜 개인의 독자적인 표현방식으로 예술과 조우하는 것,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되살리고 질적 예술교육으로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예술교육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지극히 개인적인,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지표’들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예술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예술교육 현장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예술교육자로 활동하며 예술가적인 감성을 교육적으로 풀기 위해 교육적 주제에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육의 경계를 허물고 근본적인 탐구를 하기 위해 기존의 교육적 방법들과 타협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예술교육자들은 이제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 그들이 하는 일을 통찰하려 한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철학을 공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살아가다 마주할 많은 날 중에 어떠한 일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예술가나 예술교육자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아닌, 새로운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삶이 가진 어마어마한 무게는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겹겹이 쌓아올린 몰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히 이론적인 접근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다층적인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예술적 행위를 통해 대화의 장을 열어갈 수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관계들에서 발생하는 감정들은 삶 그 자체이기도 하며 동시에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합할 수 있는 의미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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