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1.11 수 11:46
기획
[중앙아카데미아] 구조변혁과 인권규범의 실현을 위한 도정정정훈 / 문화연구학 박사
홍의미 편집위원  |  dmlal33@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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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호]
승인 2020.11.05  18: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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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세대 인권운동의 형성과 전개:1993년부터 2012년까지의 시기를 중심으로』 정정훈 著 (2020, 문화연구학과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호에서는 문화연구학과 정정훈의 박사 논문 『한국 2세대 인권운동의 형성과 전개:1993년부터 2012년까지의 시기를 중심으로』을 통해 2세대 인권운동의 사회구조적 조건과 독자적 사회운동으로서 갖는 의미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구조변혁과 인권규범의 실현을 위한 도정

 

정정훈 / 문화연구학과 박사

 

   사회운동의 역사에서 인권운동은 다른 사회운동들과 더불어 한국사회 민주화와 권리의 보장 및 확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학생·노동·여성·시민운동 등과 같은 여타의 사회운동이 꾸준히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돼 역사와 의미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갖게 된 것에 비해 한국의 인권운동에 관한 학술적 논의는 매우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민주화운동의 시기라고 불리는 1970~80년대 이후의 인권운동, 즉 1990년대 이후의 인권운동에 대한 연구는 더더욱 드물다. 필자의 논문은 소위 ‘민주화 이후’,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1993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전개된 인권운동의 특성을 분석한 작업이다.

 

인권운동의 형성과 전개

 

   양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1970~80년대 인권운동에 대한 주요한 연구에선 이 시기 인권운동을 민주화운동 또는 변혁운동의 하위 부문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즉 민주화운동·변혁운동의 부문운동으로서 인권운동은 주로 양심수, 고문, 실종 등 정치적 문제로 탄압받은 이들의 권리구제를 중심으로 펼쳐진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1993년 이후 한국의 인권운동에는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전체운동’의 부문운동으로서 인권운동 개념에서 탈피해 독자적 관점과 담론 그리고 운동의 방식 등을 갖춘 종별적 사회운동의 성격이 형성된 것이다. 이는 이 시기 사회운동의 변화라는 맥락 속에서 일어난 변모라 할 수 있다. 1989년에서 1991년에 걸쳐 발생한 역사적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국제질서의 변동과 1991년 5월 투쟁의 패배 및 1993년 문민정부의 ‘출범’이라는 국내 정세는 한국 사회운동에 중요한 변화 요인이 된다. 사회운동의 영역에서 사회주의와 자주적 통일을 지향하는 체제변혁운동의 헤게모니가 쇠퇴하며 사회운동이 분화되고 다양화됐다. 이 시기 시민운동과 환경운동 등이 본격화되며 성소주자와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도 시작된다. 1990년대 이후 인권운동은 바로 이와 같은 국제적·국내적 정세의 변화와 사회운동의 분화라는 맥락에서 독자적 사회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갖추게 됐다. 본 논문은 이처럼 독자적이고 종별적 사회운동으로서 성격을 확보하게 된 1993년 이후의 운동을 2세대 인권운동으로 규정하고 그 사회구조적 조건과 문화적 특성을 20년의 역사를 통해 고찰했다.
   하지만 2세대 인권운동이 1세대 인권운동과 구별되는 특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이전 운동과 완전한 단절을 통해서 형성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2세대 인권운동은 1세대 인권운동과의 일정한 연속성의 계기와 동시에 이로부터 벗어나는 전환의 계기, 연속성과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계기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두 가지 계기 중 하나는 1970~80년대의 급진적 사회운동이 추구한 사회구조의 변혁이라는 변혁운동적 계기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 참여 이후 한국인권운동의 핵심적 준거로 자리 잡는 국제인권기준의 계기다. 이 두 계기의 접합을 축으로 1990년대 이후 2세대 인권운동은 인지적 차원이 마련됐다. 다시 말해 인권의 달성을 위해서는인권침해의 사회구조적 조건을 변혁해야 한다는 인권운동에 대한 인식과 국제인권기준을 비롯한 인권규범에 입각해 이에 어긋나는 한국의 상황을 비판하고 이를 그 규범에 부합하도록 변화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접합됨으로써 2세대 인권운동의 인지적 차원이 구축됐다는 것이다.

 

   
 

 

사회구조와 인지적 차원의 분석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 논문은 2세대 인권운동의 형성 및 전개 과정을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연구했다. 하나는 이 운동의 사회구조적 조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 측면으로서의 인지적 차원이다. 사회구조적 차원에 대한 분석은 ‘한국사회체제 논쟁’에서 제출된 87년체제, 97년체제 등과 같은 사회체제론을 통해서 2세대 인권운동의 구조적 조건을 개념화했다. 조희연(2013)은 사회체제에서 ‘체제(Regime)’를 “다양한 요소들 간에 긴밀한 상호작용이 존재하고 그 관계가 어떤 일관된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집합체”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그 체제 안에 존재하는 정치적·사회적 행위자들과 그들 간의 상호작용에 일관된 규정관계가 존재”할 때 이를 사회체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1987년 헌법개정 이후 한국의 사회체제를 87년체제(1987~1997), 97년체제(1997~2007), 포스트민주화체제(2007년 이후)로 나눴는데 본 논문은 이 사회체제론에 입각해 각 체제의 성격이 인권운동의 형성과 전개를 어떻게 조건 지었는지를 분석했다.
   2세대 인권운동의 문화적 차원에 대한 연구는 론 이어먼(R.Eyerman)과 앤드류 재미슨(A.Jamison)이 제시한 사회운동에 대한 인지적 접근 방법을 활용했다. 그들에 따르면 “사회운동은 인지적 영토, 서로 다른 집단이나 조직들 사이의 역동적 상호작용에 의해서 채워지는 개념적 공간에 더 가깝다. 그 개념적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조직들 간에 발생하는 긴장을 통해 사회운동의 (일시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각각의 개별 조직이나 집단은 사회 문제를 규정하거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있어서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름의 방식이 서로 다른 단체들 사이에 소통되고 교류 가능한 것이 되지 못한다면, 각 단체의 개별적 활동은 사회적 영향을 갖는 ‘운동’으로 전환될 수 없다. 각각의 개별적 활동이 사회운동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이 개별 조직 및 그룹들이 서로 긴장관계를 형성할지라도, 함께 자리 잡고 소통하며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이어먼과 재미슨은 그 공동의 장을 ‘인지적 차원’이라고 본다. 즉 사회운동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발생 원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규범적 방향, 이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화 전략 및 행동 전략 등이 사회운동의 인지적 차원인 것이다. 또한 이들에 따르면 사회운동의 인지적 차원을 세계관적·조직적·기술적 차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본 논문은 그중 특히 세계관적 차원에 주목했다. 세계관적 차원이 바로 2세대 인권운동의 종별성, 혹은 여타 사회운동과 구별되는 독자성을 구성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세계관적 차원은 한 사회운동이 상정하는 이상적 사회의 상과 그 이상적 사회의 상에 도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문제의 발생 원인,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 등에 대한 앎의 체계로 이뤄져있고, 이는 사회운동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구별되는 문화적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권규범과 사회구조변혁이라는 계기의 접합

 

   본 논문은 학제 상 문화연구학과의 박사학위 논문이므로 2세대 인권운동의 문화적 차원에 대한 연구가 핵심이다. 2세대 인권운동의 세계관적 차원을 자유권·사회권·인권의 제도화 담론으로 나눠 분석한 부분이 이 논문의 골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각각의 담론이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의 원인, 해결책, 그리고 이상적 세계상을 어떤 원리에 의해서 어떻게 표상하는지를 분석했다. 2세대 인권운동의 담론에는 두 가지 담론구성의 원리가 접합돼 있다. 세계인권선언, 자유권규약, 사회권규약 등의 인권규범인 ‘규범기반접근 인권담론’을 구성하는 하나이고, 사회구조의 모순과 변혁이 또 다른 담론구성의 원리가 되는 ‘구조기반접근 인권담론’이 나머지 하나다. 이 두 가지가 접합됐다는 것은 인권규범과 구조변혁의 계기 사이의 관계가 체계적으로 통합되지 않았음에도, 자유권·사회권·인권의 제도화 등과 같은 2세대 인권운동의 의제들에서 이 두 계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 활용돼 이 운동의 인권담론 생산에 활용됐음을 뜻한다.
   본 논문은 1990년대 이후 한국 인권운동에 대한 연구의 공백을 매우기 위한 시도 가운데 하나로서, 2세대 인권운동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그 역사를 정리했다. 그리고 사회운동에 대한 문화연구의 작업으로서 2세대 인권운동을 인지적 차원, 특히 세계관적 차원을 규범기반접근 인권담론과 구조기반접근 인권담론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분석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한국의 인권운동을 연구하기 위한 첫 걸음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첫 걸음은 다음 걸음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이후 더 세밀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한국 인권운동을 연구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인권달성에 이론적으로 기여하는 작업이 필자 스스로에게도, 또 한국의 인권운동을 연구하고자 하는 동료연구자에게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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