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연 심리학과 박사

[인터뷰]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바꾸는’ 요인

 

■ 유권자들의 투표행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다면
  정치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애초에 한국 사회에서 서로 다른 신념, 가치를 기반으로 발현되는 집단 간의 갈등에 대한 질문을 품고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그들은 왜 다른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그 인식의 간극을 해소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정치와 연결됐고, 정치심리학이란 주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또한 사람들이 특정 후보를 ‘왜 뽑는가’만큼이나 ‘어떤 이유로 후보 선택을 바꾸는가’에 대한 기준 역시 궁금했기에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 연구 대상을 대학생으로 설정했는데
  정치심리학 연구에서 연구 대상을 대학생으로 했을 때 다른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가진 집단으로 일반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은 예전부터 있었다. 자칫하면 특정 집단에게만 국한된 연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과학 연구 분야에서 제한된 표본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을 때 연구 외적 타당도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타당도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면, 필자에게 대학생이라는 표본 집단은 접근이 가장 용이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은 대학생 세대에게 정책 효과와 관련된 결과가 조금 더 잘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다.

■ 스캔들 유형을 금품수수, 채용 비리, 성 스캔들로 설정한 이유는
  기존 정치인 스캔들 연구를 보면 가상 스캔들 연구보다 실제 정치인의 스캔들 연구가 두 배 이상 많다. 주로 연구돼왔던 유형을 보면 금품수수와 성 스캔들이 가장 많다. 그만큼 자주 발생하는 스캔들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스캔들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최근 자주 불거졌던 채용 비리 스캔들을 같이 연구해보고 싶었다. 한국 사회에서 취업은 중요한 이슈고, 특히 젊은 세대는 ‘공정’이란 키워드에 예민한 편이기 때문이다.

■ 정책 정보가 정당보다 강력했던 것에 대서는 초두효과, 약화된 정당 효과는 지역주의 약화와 관련해 해석했는데
  초두효과는 정보 순서에 관련된 효과를 의미한다. 같은 가치의 정보라 해도 먼저 받아들인 정보는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기에 이후 들어오는 정보를 지각하고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책으로 인해 이미 결정된 후보의 인상은 수용에 시간차가 있는 정당 정보의 효과를 상대적으로 제한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역사는 서구 민주주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짧다. 또한 1990년대까지 한 번도 정권 교체를 경험하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 선거에서는 보수 정당은 여당, 진보 정당은 야당으로 고정하고. 유권자의 여야 성향이 선거의 가장 중요한 예측 변인이었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이후엔 지역주의가 후보 예측의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부각됐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유권자들이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지역주의가 매개된 결과라고 설명하는 연구들이 있었고, 정당에 대한 심리적 애착 역시 지역주의의 결과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런데 2002년 이후 선거에서는 지역주의가 갖는 영향력이 점차 약화됨에 따라 이념이나 세대 갈등이 주요 예측 변인으로 부각됐다. 이런 맥락에서 정당 효과의 약화를 지역주의의 약화와 관련해 해석한 것이다.

■ 4.15 총선이 마무리됐는데 이후 관련한 연구 계획이 있다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책 정보는 ‘초두효과일 뿐이다’란 의견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번엔 정보의 순서를 바꿔보려고 한다. 정당 정보를 1단계에서 제공하고, 2단계에서 정책 정보를 제공해 첫 번째 연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정당과 정책 효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하고자 한다. 후보 선택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정당 정보와 정책 정보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후속 연구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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