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택 /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한국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다섯 유형

오정택 /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커뮤니케이션 사상가 빌렘 플루서(Vilem Flusser)는 “우리 인간은 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죽을 수밖에 없는 숙명에서 오는 인간 존재의 고독과 허무를 타인과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플루서는 이와 같은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인간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구조적인 측면에서 ‘대화(dialogue)’와 ‘담론(discourse)’으로 구분 지었다. 대화는 기존의 정보를 교환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행위이고, 담론은 정보를 전달하고 이를 보존하는 행위이다. 이 대화와 담론은 대조적이지만 동시에 어느 하나만 존재할 수 없는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따라서 인간 커뮤니케이션은 이 둘 간의 균형을 통해 가장 잘 성취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균형을 이루기란 쉽지 않으며, 때문에 한 개인과 인류 역사는 이 둘의 균형을 이루려하지만 거듭 실패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플루서는 대화와 담론의 균형론적 관점에서 현대 대중매체 시스템을 통한 담론적 커뮤니케이션의 지배 문제와 그 작동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그는 이와 같은 비판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기술(플루서는 ‘텔레마틱’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의 발전에서 대화적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균형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플루서는 네트워크화 된 개인들이 자유롭게 정보의 생산과 공유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의미 있는 세계를 스스로 구성할 수 있는 사회를 전망하며 이를 “텔레마틱 사회”라고 명명했다. 또한 텔레마틱 사회가 가능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으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 기술이 갖는 잠재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이용자의 “기술적 상상”, 즉 이용자의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이용 능력을 제시했다. 이용자의 기술적 상상이 따르지 못하는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담론적 커뮤니케이션의 지배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기술적 상상

본 논문은 앞서 논한 플루서의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최근 빠르게 발전해온 소셜미디어가 갖는 대화적 매체로서의 가능성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또 일상적 미디어 이용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소셜미디어의 매체적 특성과 이용자의 기술적 상상이 커뮤니케이션 균형론의 측면에서 지니는 함의를 탐색해보고자 했다. 본 연구는 이를 위해 한국의 2-30대 소셜미디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질적 연구를 수행했다. 본 연구의 취지를 고려할 때, 한국의 소셜미디어 문화와 이용자를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잘 갖추어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터넷 문화가 매우 활발하며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 반면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의 사회·문화적 영향력 또한 크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표현과 정보의 자유는 상당히 제약되어 있다. 한국은 담론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사회적 지배력이 큰 동시에, 인터넷을 통한 대화적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빠르게 성장해 이 둘의 긴장과 충돌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환경과 조우하며 미디어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이용자들의 기술적 상상은 커뮤니케이션 균형론적 측면에서 그 의미와 중요성이 더해진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을 상대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 인터뷰 참여자들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인식 및 이용행위에 있어 다양한 수준의 기술적 상상을 보여주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기술적 특성 및 잠재성은 이용자의 기술적 상상에 따라 다양한 수준과 형태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소셜미디어가 대화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가지며, 이 대화적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매스미디어와 구별되는 특징이라고 인식했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주로 신뢰성·다양성·전문성·유용성·파급력 다섯 측면에서 미디어를 평가했는데, 소셜미디어와 매스미디어에 대한 평가에서는 상이한 입장을 보였다. 참여자들 다수는 소셜미디어의 대화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선호했는데, 이 점이 정보의 다양성·신뢰성·전문성·유용성·파급력을 가져온다고 보았다. 또한 이용자들에게 있어 이러한 긍정적인 인식과 평가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적극적인 이용 행태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전문가들에 의해 정보가 생산되고 검증된다는 측면에서, 담론적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선호하는 이용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이용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이용태도를 보였다.
이용자들은 또한 정보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소셜미디어가 대안적인 정보 채널로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 소셜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도 컸는데, 사이버 불링·프라이버시 침해·저작권 침해·상이한 정보들로 인한 혼란·상업화 등을 부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이 소셜미디어의 강점과 이용 동기 및 적극적인 이용태도를 약화시킨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에서 소셜미디어 활동을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정치권력이 소셜미디어 상에서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손에 꼽았다.
본 연구는 이용자들의 기술적 상상이 어떠한 양상을 띠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이용자의 인식과 이용행위를 기준으로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을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이용자’, ‘실용적 이용자’, ‘비판적 정보 이용자’, ‘회의적 이용자’, ‘보수적인 이용자’ 다섯 가지로 유형화했다.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이용자’군은 높은 수준의 기술적 상상을 보여주었는데,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이용태도를 보였다. ‘실용적 이용자’군은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 어느 한쪽을 선호하기보다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두 매체를 목적에 맞게 각각 이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판적 정보이용자’군은 소셜미디어를 주로 정보를 얻는데 이용하고, 정보의 생산과 공유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지만, 정보채널로서 매스미디어에 비판적이며 소셜미디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회의적인 이용자’ 그룹은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인식이 모두 높아, 소극적인 미디어 이용 행태를 보였다. ‘보수적인 이용자’군은 매스미디어를 소셜미디어보다 선호하고 신뢰했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주로 소셜미디어 이용에서 얻은 부정적인 경험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대화적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

본 연구는 이상과 같이 소셜미디어가 갖는 대화적 매체로서의 특성이 이용자의 인식과 이용행태에 따라 각각 다양한 수준과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셜미디어가 담론적 미디어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대화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소셜미디어 이용의 부정적인 측면들과 사회적 통제와 압력에 이용자들의 기술적 상상이 위축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결국 사람들 간의 연결이고, 이 네트워크상의 대화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생명력을 얻고 성장해간다. 때문에 이용자들의 기술적 상상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그 힘을 잃는다면 이 네트워크는 그저 생명 없는 껍데기, 담론적 매체가 생산한 정보를 실어 나르기만 하는 채널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플루서가 우려한 담론적 커뮤니케이션 질서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로의 귀결이다. 하지만 아직 그가 예견한 텔레마틱 사회로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으며, 어떠한 길로 귀결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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