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택 /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기술적 상상’을 통한 비판적 주체되기


- 철학자 빌렘 플루서의 이론을 적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대중매체 시스템에 대한 대안적 미디어로서 소셜미디어가 갖는 가능성과 의미를 탐구해보고 싶었다. 플루서는 ‘코무니콜로기(Kommunikologie)’라고 하는 그의 독창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통해 현대 대중매체 시스템이 초래하는 커뮤니케이션 불균형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에서 그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러한 점이 나의 문제의식과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플루서는 기술발전을 통한 ‘장미빛 미래’를 그리는 기술결정론적 관점이나 미디어를 단순히 인간이 이용한다는 도구주의적 관점을 지양하고, 미디어와 이용자가 서로를 조건 짓는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현 시대의 인간을 ‘인간-기기 복합체’로 규정하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관점이 현재 인간과 미디어와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적합하고 유연한 시각이라고 본다. 이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의 기술적 조건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이를 인식하고 이용하는 이용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균형 잡힌 접근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한다.

- 본문 중 “소셜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사이버 불링, 프라이버시 침해 등 이용자들의 비윤리적 행위들, 또한 정보의 다양성과 출처 불분명으로 인해 정보를 신뢰하고 판단하기가 어려운 점이 이용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부정적인 측면들이다. 온라인 활동에 대한 국가권력의 감시와 통제 또한 이용자들을 위축시키는 큰 문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신의 이익과 통제권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집중화, 개인화, 폐쇄화된 구조로 점차 바꾸어 간다는 것인데, 이를 일반 이용자들이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제약되고 통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안이다.

- 토론자가 제언한 ‘코무니케메’, “개인 내면의 경합 과정”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이용태도와 방식은 토론자가 지적한 것처럼 맥락과 개인 내면의 경합과정을 통해 각자 다르게 결정된다. 플루서가 말한 바와 같이 커뮤니케이션은 의미를 발견하고 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행위로, 개인 내면의 차원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사람들의 미디어 인식과 이용행위 속에서 이 점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 분석해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본 연구도 이용자에 대한 질적 연구를 통해 이 부분을 풍부하게 담아내고자 했으나, 인터뷰 조사 및 분석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해석하고 드러내는데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이는 단순화의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유형화 작업이 지닌 방법론적 한계이기도 하다.

- “담론적 커뮤니케이션의 질서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로서의 귀결”이 우려된다고 했다. 실로 끔찍한 측면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상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플루서는 미디어 정보에 대해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 이면의 의도와 매커니즘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정보를 읽고 해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령 요즈음 연예계 결혼 소식이나 스캔들 기사가 뜨면, SNS에서는 사실 반, 재미 반으로 “정치권에서 또 뭐 숨길 게 있나” 하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어떤 이는 관련 정치 기사를 직접 찾아 올리기도 한다. 이는 기술적 상상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덧붙여 최근의 온라인 감시와 통제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행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우정 편집위원 | jgugak@naver.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