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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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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방 사람들] 언/리턴정민우 / USC 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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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호]
승인 2015.05.10  17: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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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리턴

정민우 / USC 사회학과 박사과정


  “학위가 끝나면 돌아갈 거야?” 진로에 관한 대화 때마다 종종 제기되는 질문에 더는 처음처럼 얼어붙지 않는다. 한국에 깊은 애증을 품고서 한국 사회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온 모순적 이동의 구조적 출처에 관해, 학술시장의 전지구적 불균형과 지식생산의 국제 분업, 글로벌 대학 경쟁 체제 속 비영어권 출신 학자의 제한된 선택지에 관해 더는 부연하지 않는다. 어디든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가야지, 가볍게 웃으며 대답한다. 돌아갈 것인지 남을 것인지에 관한 질문은, 많은 경우 나와 같은 외국인 학생들이 처한 구조적 조건에 대한 물음도, 선결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도 아닌 나를 범주화하는 식별작업에 가깝다. 너는 미국 학생들과 동등한 투자가치를 지녔느냐, 우리와 유사한 전망을 공유하고 있느냐, 너 역시 우리처럼 될 준비가 되어 있느냐. 질문이 제기되는 맥락은 돌아갈지 여부 자체라기보다 미국의 대학원 제도가 길러내고자 하는 학자의 형상과 결부되어 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받아들이지만, 동시에 그들 가운데 미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통합시킬 소수의 고급인력과 본국으로 돌아갈 나머지 학생들을 암묵적으로 변별하는 차등적인 지원 정책이 유학생들을 관리하는 문화적 기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학술 사회로의 통합, 또한 그것이 상징하는 보편적 학문과 대치되는 특수성과 학문적 열위의 표지가 된다.

  우습게도 언제부턴가 같은 질문을, 내가 먼저 수업 안팎이나 학회에서 만난 다른 외국인 학생들에게 던지게 됐다. 미국 학술 사회의 식별의 정치를 그새 체화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와 다른 또다른 피아식별이 필요해서였을까.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희망을 강하게 내비쳤고 그 희망을 통해 고된 유학 생활을 견뎌내는 듯 보였다. 미래를 기약한 연인과 사랑하는 친구들,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많은 이들에게 나고 자란 사회로의 복귀는 자명한 상식의 영역인 듯도 싶었다. 학업이라는 개인적 성취를 다시 자신이 속한 사회로 돌려 어떤 방식으로건 기여하고자 하는 전망이 그 상식의 일부인 것 같았다. 그 사회가 불안정한 정치 변동기에 있건 경제적 빈곤을 겪고 있건, 돌아갈 곳, 돌아가야 할 곳, 돌아갈 수 있는 곳에 대한 강한 믿음, 그리고 그곳에서 학자로서 무언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낙관이 국경을 넘어 이동한 그들을 다시 모국으로 소환하는 중력인 듯싶었다. 비슷한 대화를 여러 차례 나누며, 내가 던진 질문에 스스로는 답할 수 없는 모순에 처한 내 자신과 한국을 번갈아 원망하곤 했다. 내게는 돌아갈 곳이 있는가, 한국은 내게 돌아갈 수 있는 곳인가, 내가 배운 것을 가지고 돌아가 그것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인가, 왜 한국의 중력은 내게 이다지도 모호한가.

  그러나 모호한 한국의 중력이 작동하는 방식 역시 균질하지가 않다. 학교 밖에서 인종 차별과 이민자 차별에 반대하는 단체 활동을 통해 만난 친구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미등록 이민자거나 입양인이었고, 이들에게 한국은 미국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 부정되어야 할 특수성의 표식도, 삶에서 자연스레 당도해야 할 목적의 공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돌아가고 싶어도 비자 문제나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간다 한들 속할 수 있는 공동체가 부재하지만, 동시에 미국에서의 주변화된 삶을 매개하는 상상된 해석의 준거이자 정체성의 부분적 부지로서 결코 간명히 포기될 수 없는 무엇이었다. 박탈된 뿌리, 탈구된 결연이자 주권 없는 영토로서 한국은 이들에게 “돌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는 포착될 수 없는, 외려 그 질문이 기반한 국경과 소속의 정치학 자체를 성찰하게 하는 사유의 빈칸이었다. 친구들로부터 나는 한국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고, 한국에 관한 지식과 한국에 관여하는 지식이 전지구적 맥락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할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돌아갈 것이고, 또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모순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 LA 코리아타운의 맥도날드. 커피 한 잔으로 이 곳에 머물며 잠정적 커뮤니티를 꾸리는 한인 노인들 역시 지금 시대에 '한국'이 무엇이며 어디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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