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제156회 중앙게르마니아가 개최됐다. 독어독문학과와 독일유럽연구센터 공동주관으로 열리는 중앙게르마니아는 <대중을 다시 읽는다>라는 표제로 12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첫 번째 강연은 <스피노자 정치학에서의 대중>이란 주제로 진태원 교수(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가 발표했다. 진 교수는 강연에 앞서 “스피노자 정치학에서 대중이 갖는 위상과 스피노자 대중개념이 현대 정치학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진 교수는 “스피노자 철학에서 정치학의 위상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스피노자가 범신론자이자 형이상학자라는 편견에 대해 “실제 세속적이고 정치에도 관심이 많던 철학자”라 평하며 “오히려 신학권력이나 이데올로기에 인간이 예속되던 모습을 안타까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피노자 정치학이 현대정치·사상의 문제에서 가지는 의미와 통찰을 보여준 두 사상가로 안토니오 네그리와 에티엔 발리바르를 꼽았다. 이들은 각각 <야생의 별종>, <스피노자와 정치>이란 두 권의 저서를 통해 ‘몰티투도(multitudo)’라는 개념을 공통적으로 언급한다. 몰티투도는 ‘다중(대중)’이란 의미다. 진 교수는 “몰티투도를 논하지 않고 스피노자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서 스피노자 정치학과 관련된 <신학정치론>과 <정치론>이란 두 권의 저작들을 통해 스피노자 정치학의 주요 주제를 설명했다. <신학정치론>은 성서와 정치에 관한 논의를 했는데, 성서의 신학적 권위를 해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괴적이다. 진 교수는 “성경은 사변적 진리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닌 히브리인들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대 신학권력에 기초한 신학이데올로기를 해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학정치론>에서 대중을 불구스(vulgus; 무지한 대중, 우중)라 경멸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민주주의를 본래적 정치체제라 주장하면서도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대중을 불구스라 표현한 것은 어떤 점에서 모순이다”라 설명했다. 반면 <정치론>에서는 다중의 역량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다중의 역량은 국가의 토대이나 다중이 정치적 주체는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주권자나 통치자가 될 수 없다”고 설파했다. 나아가 “스피노자는 다중이 비록 완전한 정치적 주체는 아니라고 봤지만 통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스피노자가 전하는 대중민주주의의 교훈은 무엇일까. 진 교수는 “다중이 완전한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체제는 다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주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완성된 형태의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개선되는 과정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중앙게르마니아는 이번달 12일 <오르테가 이 가셋: 대중의 반역>이란 주제로 황보영조 교수(경북대 사학과)가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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