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게르마니아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중앙게르마니아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불안의 정치, 파시즘의 사회심리학


지난달 20일, 2016 중앙게르마니아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강연이 열렸다. 강연자로 나선 안성찬 교수(서울대)는 “하류중산층과 파시즘의 관계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안 교수는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에리히 프롬을 “유럽 교양사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결코 그 안에 들어갈 수는 없는 경계선상의 존재”로 소개했다. 190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프롬은 당대 지성인들이 모두 부딪힌 문제, 즉 이성과 계몽을 통해 사회가 진보하기는커녕 오히려 파시즘의 광풍 앞에 파묻혀 가는 현실에 천착한다. 프롬은 근대가 약속한 ‘자유’ 그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물음을 던진다. 프롬은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이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아닌 파시즘으로 표출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마르크스의 이론과 정신분석학을 결합한다.

프롬은 자유의 사회심리학적 기원을 분석한다. 그 출발점은 15-16세기에 최초로 등장한 ‘개인’이라는 용어다. “모든 경제적, 정치적 관계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동시에, 혼자이고 고립되어 있고 사방에서 위협받고 있는” 개인이 근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근대는 자유를 제공한 대신, 지금까지 개인에게 주어졌던 모든 고정된 것들을 뺏어간다. 근대의 자유가 지닌 양면성이다.

 

 
 

 

프로테스탄티즘에 나타나는 종교관은 하류중산층이 처한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프로테스탄티즘은 자유 이외에는 아무것도 물려받은 것 없이 내팽개쳐진 개인의 종교다. 근대의 개인은 아주 강력한 권위에 의존하지만, 폭군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되는 신과의 관계는 매우 불안정하다. 안 교수는 사랑보다는 불안이 핵심을 차지하는 프로테스탄티즘이 바로 종교에서 나타나는 자유의 사회심리라고 설명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신’을 ‘정치가’로 치환하면, 프롬의 논리는 20세기 파시즘의 사회심리학으로 변주된다. 안 교수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열광하는 미국 중하층민의 심리가 파시즘의 광풍 속 20세기 독일인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보았다. 소득불평등이 심각해지면서 미국 경제를 지탱하던 중산층이 몰락했고, 이들의 불안한 심리가 ‘트럼프 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중산층이 붕괴하면 파시즘이 등장한다는 독일의 체험이 오늘날 독일의 근간을 이루었다”며, 경제적 안정을 꾀하지 않으면 미국 또한 독일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프롬의 개념을 빌려, ‘~로부터의 자유’인 소극적 자유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 자유, 즉 ‘자발적인 사랑과 생산적인 일’을 통한 자기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한국 사회는 적극적 자유가 아주 적은 사회”라고 지적하며,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고 적극적 자유에 눈 뜬 이들이 연대함으로써 사회의 발전을 꾀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으로 강연을 맺었다.

김대현 편집위원│chris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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