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 / 정치학교 반전 기획실장

[22대 총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2024년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76개국에서 투표를 치루는 선거의 해다. 정치 지형이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흐름에서 한국 역시 총선을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여전히 공고한 양당 정치 속 꿈틀거리는 제3지대, 청년·여성 그리고 소수자 정치, 대전환기 기후 위기 문제 등을 해결할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정치 혐오도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한국 정치의 방향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22대 총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② 청년과 여성, 소수자 정치의 필요성 ③ 대전환기 시대, 다당제 연합정치의 필요성 ④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
 

22대 총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유승찬 / 정치학교 반전 기획실장

 


  우리는 지금 대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이 대전환기 안에는 인류의 존재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세 개의 거대한 위협이 포함돼 있다. 첫째, 기후 위기다.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지 않으면 인류는 해수면 상승과 전 지구적 감염병 확산 등의 치명적 위기를 맞게 된다. 둘째, AI를 필두로 한 디지털 전환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근미래에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 로봇이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챗 GPT의 출현과 양자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이는 인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종을 인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며 인류의 존재 기반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셋째, 미·중 갈등과 핵전쟁 위협이다. 전 세계를 강타하는 자국 이기주의 물결과 극우포퓰리즘의 득세는 국가 간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고, 특히 초강대국인 미·중 갈등은 국제질서를 강력한 충돌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또한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 악화가 사회 갈등을 심화하고 있고,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국가의 경제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지역, 젠더, 세대, 계층 갈등의 문제도 점점 심화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혐오주의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복합 위기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정치밖에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총선을 앞둔 한국 정치는 이 같은 시대정신과 문제들을 송두리째 외면하고 있다. 양당의 적대적 대결 구조가 어느 때보다도 강화되고 있으며, 다원주의 시대의 민심을 담아낼 다당제 제도화 같은 정치개혁은 정체되는 실정이다. 제3지대를 포함해 이번 총선은 이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프레임 전쟁: 정권 심판이냐 야당 심판이냐


  모든 선거는 구도, 인물, 이슈 순으로 진행된다. 선거 프레임, 즉 구도는 전체 선거판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다. 대통령제 하에서 치러지는 총선은 언제나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게 된다. 모든 총선에서 정권 심판 프레임이 작동하는 이유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을 때 정권 심판론은 더 강한 탄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거대 야당 심판론도 강하게 형성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이 작동하면서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동시에 제기돼 있는 상태다. 여기에 제3지대 정당들의 양당 심판론도 일부 작동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프레임 전쟁에서는 야당이 다소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힘 파열음보다 더불어민주당 파열음이 더 크게 들리면서 여론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뒤로 빠지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서 진행한 국민의힘 공천 과정은 이른바 친윤 학살 공천이라든가 대통령실 인사 내리꽂기라는 일각의 우려를 완화한 측면이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친명 공천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고 있고 여기에 의원 하위 평가 20% 대상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선거 판세 전체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양당 모두 한국 사회를 대비할 뚜렷한 인재 영입이나 새로운 인물이 없는 뻔한 공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낙제점이다. 심지어 여당은 R&D 예산 삭감이나 카이스트 졸업식에서의 ‘입틀막’ 사건 등으로 퇴행적 징후를 보였다. 야당도 기후 위기, AI, 미·중 갈등 등 대전환기 의제에 대응할 인재 영입을 보여주기는커녕 친명 패권주의 공천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3지대의 활약 여부, 총선을 달굴 이슈와 정책은


  18~39세 청년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무당층이 있지만 제3지대가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설 연휴 직전 전격 통합을 결의했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단 11일 만에 결별함으로서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데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초기엔 커다란 관심을 끌었으나 연이은 전략적 실수와 지엽적인 문제에 대한 집착으로 스스로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다. 제3지대는 본질적으로 양당체제 극복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선거 처음부터 끝까지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공천도 인재 영입도, 정책 이슈도 프레임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이 제대로 만들어지기도 전에 세대와 젠더 갈라치기 의혹이 있는 공약을 발표하고,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통합의 그릇을 스스로 깨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전략적 한계를 그대로 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도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출범했지만 아직은 비명계의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통합을 너무 서두른 점도 문제다. 통합 과정에서 이름을 개혁신당으로 정했기 때문에 개혁신당 인지도는 매우 높아졌지만, 새로운미래는 당명을 알리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이 다시 통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2월 4주 한국갤럽 정례조사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35%, 국민의힘 37%로 양당 결집 현상이 뚜렷하다. 물론 양당이 경선 중이고 여론조사는 많기 때문에 양당이 과표집 되는 시기인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혁신당은 3%, 새로운미래는 1% 지지율에 그친 것을 통으로 변명하기는 어렵다. 새로운미래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개혁신당 지지율은 뼈아프다. 특히 개혁신당은 남성 5%의 지지를 받은 반면 여성 지지율이 0%로 나타나 젠더 편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즉 젠더 갈라치기 전략은 국민의힘 같은 거대 정당에서 특수한 상황에서 선거 전략으로 유효할지 모르지만 독자 정당을 만들 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 비로소 정책, 이슈가 들리기 시작한다. 김건희 특검이나 명품백 이슈는 야당이 끊임없이 제기할 것이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총선 이슈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제기한 운동권 심판론은 조국신당 등과 관련해 확대될 것이다. 과잉 경호 논란 등 대통령 리스크도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이슈로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고, 김포, 하남 등을 중심으로 한 메가 서울 이슈도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녹색정의당 등을 중심으로 제기될 기후 위기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양당이 대놓고 만드는 위성정당 심판 문제 역시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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