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 종교사회학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제도종교의 쇠퇴]

근대 이후 사람들의 일상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수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이후다. 종교인의 수는 어째서 줄 고 있는 걸까. 이번 기획을 통해 종교인이 급감한 원인과 종교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관심에서 멀어진 종교 ② 교회에 등장한 AI ③ 종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④ 종교의 미래

 

무종교인의 증가와 제도종교의 쇠퇴

 

정재영 / 종교사회학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무종교인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인구센서스 이후 여러 통계에서 한국인 중 무종교인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인구센서스에서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56.1%, 종교가 있다는 비율보다 10%p 이상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종교 없는 사람이 종교 있는 사람을 추월한 것은 통계청이 조사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초다. 한국 갤럽에서 실시한 한국인의 종교 조사에서는 무종교인이 60%로 집계됐다.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종교인인데, 한국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제도교회 역시 영향력을 잃고 있다. 이전의 미국은 유럽에 비해 무종교인의 비율이 낮았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교회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1970년대 7% 수준으로 증가한 미국 무종교인의 비율은 1990년대 초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다시금 늘기 시작하여 199814%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20%까지 증가했다. 20년 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무종교인의 비율이 1990년대에 갑자기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유명 시사지인 타임지의 표지가 <종교 없음(Nones)>이 될 정도로 큰 이슈가 됐다.

 

무종교인의 증가 원인

 

 무종교인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보인다. 필 주커먼은 종교 없는 사회에서 무종교인들이 늘어나는 이유 중 첫째로, 기독교 보수단체와 정치세력(공화당 우파) 간의 결탁이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라고 꼽는다.1970년대 미국은, 전후에 태어나 경제 위기보다는 환경이나 인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세대가 사회의 주를 이뤄 후기 물질주의(Post-materialism)가 영향력을 확대하던 시기였다. 그들에게서 동성애나 낙태 등 여성 및 소수자 인권 지지 운동이 확산돼 가면서 보수 기독교와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주커먼은 가톨릭 사제들의 소아성애 스캔들과 여성 임금 노동력의 향상, 인터넷의 편재가 미국에서 무종교인을 늘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여성들의 직장 활동이 늘어나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이 사람들을 종교로부터 관심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동성애와 관련된 이슈이다. 미국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비난하는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종교에 관심이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종교가 현실적인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갤럽 조사에서 자신의 개인 생활에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하여 중요하다는 응답이 38%로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 데서도 알 수 있다. 198468%에서 지속적으로 줄다가 이 조사에서 역대 최하로 나타난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교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 준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하여도 도움을 준다는 응답이 201463%에서 202138%로 하락했다. 특히 무종교인은 82%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렇게 종교가 개인이나 사회에 대하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종교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무종교인의 특징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종교인이라는 것이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종교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세속적인 인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무종교인이 모두 무신론자이거나 완전히 세속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일종의 불가지론자일 수도 있고 제도종교나 종교단체에는 소속되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신앙 활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척도의 문제이기도 한데 단순히 종교단체 가입 여부로 따진다면 종교인과 무종교인이 쉽게 구분되지만 얼마나 종교적인가를 기준으로 하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완전히 종교적인 사람부터 완전히 비종교적인 사람들 사이의 연속선 위에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사회학자들은 종교단체에 속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종교적인 문제에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영적인 구도자라는 말을 사용한다. 전체 미국인들 중에 거의 40%가 종교단체와 연관이 없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여전히 집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무종교의 종교’(Religion of no religion)로 표현하기도 한다. 종교가 없음에도 영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에 기성종교는 무종교인을 전도나 포교의 대상자로 여겨왔지만, 최근엔 무종교인에게도 일정한 유형이 있고 그 나름대로의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국 갤럽 조사에서도 비종교인 중 45%는 기적의 존재를 믿는다고 응답했고, 내세에 대해서 23%가 믿는다고 응답했다.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무종교인 중에서도 영적인 차원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통해 무종교인 중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Agnostic)의 비율이 일반적인 추측보다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탈종교 시대에 종교의 역할

 

 따라서 무종교인의 증가는 종교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다기보다는 제도종교로부터의 이탈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기성 종교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제도종교의 쇠퇴와 탈종교화 현상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종교인에게는 큰 도전이다. 아무리 자신의 종교가 위대하다고 외쳐도 전혀 설득력이 없고 공허한 울림이 되고 있다.

 기성 종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종교적 차원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돕고 사람들의 종교성을 확장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내거나 종교 간 경쟁을 하기보다는 선의의 협력을 통해서 종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변하지 않는 종교의 역할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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