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처라 /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 수료

 

예술산업의 시너지효과와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을까

 

백처라 /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 수료

 

  문화산업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미래산업이라는 견해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문화예술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해 많은 기관에서 국내 문화예술 시장을 키우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아이돌그룹 BTS,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 영화 《기생충》(2019) 등 한국의 많은 문화예술 콘텐츠들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예술이 대중문화에만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 영화와 드라마, 댄스음악이라는 한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클래식, 무용 공연이나 미술관 같은 순수예술 분야의 경우 국가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부족한 경제적 성과로 인해 국가지원의 당위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내 문화예술의 발전에 있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종섭의 『문화예술영역의 시너지효과와 효율성 연구: 창조부문과 콘텐츠부문을 중심으로』에서는 이에 대한 학문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 논문에서는 문화예술영역의 핵심인 ‘창조영역에 해당하는 순수예술’과 높은 확장성을 가진 ‘콘텐츠산업에 해당하는 대중문화’ 간의 시너지와 효율성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순수예술의 지원에 대한 사회적·국가지원의 당위성을 확보했으며, 단순히 이윤 중심의 성과만이 아닌 공공영역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성과지표를 제안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논의돼오던 쟁점 중 하나는 예술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가치는 예술가의 결과물과 감상자의 반응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문명화시킨다는 실용주의적인 목적들에 포함되지 않는 사회적 가치를 품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문화예술 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산업적 측면에서의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계량적 지표를 선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전종섭의 논문은 ‘CCD(Coupling Coordination Degree)’ 기법 및 ‘DEA(Data Envelopment Analysis)’를 적용해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시너지효과와 효율성을 측정한 국내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CCD모델은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엔트로피(Entropy) 지수에서 파생된 복잡계(Complex System) 모형의 한 종류로 1970년대에 독일의 과학자인 하켄(Haken)에 의해 만들어진 시너제틱스(Synergetics)로부터 유래됐다. CCD모델은 경제적인 파급효과 이외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모형으로 이 기술은 주로 지역 경제 개발과 환경오염 사이의 적절한 경계를 찾는 데 사용됐다.
  한편, DEA모형은 기준기술과 내부에 위치하는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단위거리를 선형 계획법을 통해 상대적인 효율성을 측정하는 자료중심적·비모수적 분석 방법론이다. DEA는 화폐단위로 측정되지 않은 다수의 투입변수와 산출변수를 분석할 수 있고, 투입과 산출 간의 어떤 사전적 함수관계에 대한 가정이 없더라도 동일 시장의 상대적인 효율성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에 적용됐다.
  전종섭의 논문은 통계청의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서비스업 조사」에 근거해 전국 17개 시도를 중심으로 영역별·시기별로 분석을 시도했으며, 창조영역과 콘텐츠산업의 시너지효과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나아가 이 논문에서는 문화예술 산업 간의 시너지효과와 효율성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조정비용과 외부 환경 요인을 지목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실제로 문화예술 산업은 공연, 전지, 출판 등 각 영역별로 상이한 특성을 가지며 이들이 교류하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또한 이 논문에서는 문화예술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환경적 측면의 개선을 중요한 과제로 주목한다. 논문의 결과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공연 예술기관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인프라 등 물리적·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한계가 드러난다.
  문화예술 산업은 공공의 영역을 포함하는 분야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예술 산업 스스로 자생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성장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전종섭의 논문에서 지적했듯이 문화예술 산업의 자생력을 높이고 성장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논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예술 산업간의 조정비용을 줄이고 인프라 등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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