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섭 /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

 
『문화예술영역의 시너지효과와 효율성 연구: 창조부문과 콘텐츠부문을 중심으로』 전종섭 著 (2022,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호에서는 문화예술경영학과 전종섭의 박사 논문 『문화예술영역의 시너지효과와 효율성 연구: 창조부문과 콘텐츠부문을 중심으로』를 통해 ‘CCD(Coupling Coordination Degree)’의 개념을 살펴보고, 이 기법을 적용해 ‘창조영역’과 ‘콘텐츠산업’과의 시너지를 측정하는 방식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이와 연계해 창조영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다뤄보겠다. <편집자 주>

 

순수예술과 콘텐츠 산업의 시너지

 


전종섭 /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

 

  문화산업에서 제공하는 창의성은 타 분야와 구별되며, 고유한 지식재산권은 이후의 산업발전에도 기여한다. 예를 들어 2000년대에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영화 《반지의 제왕》은 톨킨(Tolkien)의 1950년대 소설에서 파생된 것이다. 영화의 흥행은 당시 문화에 가까운 유행을 만들었으며, 지금까지도 촬영지는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창조부문과 콘텐츠산업의 시너지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짐을 방증한다.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s)’는 하켄(Haken)의 시너제틱스(Synergetics) 이론의 용어이며, 물리학에서 파생돼 다양한 학제에서 적용됐다. 복잡계란 “서로 다양하게 얽혀 있어 겉보기에는 쉽사리 그 구조가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질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창발 현상은 “개별 영역의 특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전체론적 산출”을 의미한다. 이는 이질적이고 계층적인 복잡계의 내부영역 간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예컨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신과 함께》 등 소설이나 웹툰을 영화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문화경제학자 스로스비(Throsby)의 동심원모형(Concentric Circles Model)에 기반해 연구를 진행한다. 동심원모형의 가장 큰 특징은 흔히 순수예술로 구분하는 영역을 ‘창조적 핵심’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문화산업은 크게 ‘창조영역’과 ‘콘텐츠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창조영역은 순수예술이나 비상업예술로 지칭되는 영역으로 개인의 역량이 가장 중심이 되는 부문이다. 공연, 전시, 문학 등이 이에 포함된다. 반면 콘텐츠산업은 문화산업 중 복제를 통한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문화적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중적인 상품을 제공하는 산업이다. 이는 영화, 방송, 게임 등을 포함한다.
  [연구1]에서는 ‘CCD(Coupling Coordination Degree)’ 기법을 적용해 창조영역과 콘텐츠산업과의 시너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창조영역의 역할을 확인하고자 한다. 창조영역의 역할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문화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내부영역 간 상호작용과 이를 통한 시너지가 발생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화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문화산업은 광범위한 이질적 영역의 집합이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급변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 복잡하고 무질서한 시스템을 기존 경제학의 접근방식처럼 각 요소를 단순화하는 방법으로는 경제의 모습을 바르게 묘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이들 문화산업의 영역 간 결합과 상호작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규명하는 것이 문화산업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문화산업의 발전에 있어서 경제적 목표가 문화적 목표보다 우선돼야 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창조영역의 문화적가치뿐 아니라, 문화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창조영역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속가능한 공연예술을 위해

 

 

 
 

 

  [연구2]에서는 [연구1]의 시사점과 연계해 문화예술의 기반이 되는 창조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창조영역 중 국가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공연예술분야는 복제가 힘든 특성이 있어 노동생산성 향상이 어려운 ‘보몰의 비용질병(Baumol’s Cost Disease)’을 초래한다. 그럼에도 가치재로서 다양한 외부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공연예술분야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이 혼재하며, 정부 지원이 지속되고 있다. 근래에 들어 서구 유럽국가들은 비영리 예술단체에 대한 국가지원금을 점차 줄여나가는 경향이 있으며, 덴마크 왕립극장의 경우에도 국가재정의 악화로 예산 규모를 점차 줄이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평등주의적 정책목표의 달성’이라는 정부에 대한 요구는 공연예술시설에서 수립한 전략적 비전의 달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에 외부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문화 생산과 소비를 위한 조직의 경제적 자생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공연예술기관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효율성 관점에서 현 상태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연예술은 순수예술영역 중 비용질병과 시장실패가 쉽게 관찰되며, 국가지원의 의존도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또한 해당 부문은 공공과 민간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서도 비영리적 성향을 같이 포함하므로 최적의 효과성을 분석하는 모형보다는 다양한 요소들의 투입·산출물을 고려할 수 있는 효율성 분석기법이 적합할 수 있다.

 

연구결과의 시사점

 

  첫째, 창조영역과 콘텐츠산업의 시너지효과는 낮은 수준이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는 창조영역이 콘텐츠산업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나아가 창조영역이 문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럼에도 상당히 낮은 시너지는 문화산업 결합과정에서 조정비용의 과다로 해석되며, 이를 개선한다면 문화산업의 상호작용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산업은 각 영역별로 상이한 특성을 가져 이들이 교류하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조정하는 과정, 즉 조정비용이 발생될 수 있으며 주변 환경조성을 통해 이들의 상호작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발전과 혁신의 과정에서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외부적 요인 또한 상호작용의 위축이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 대도시나 수도권에 문화예술이 집중된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둘째, 공연예술기관의 낮은 효율성은 환경적 측면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하겠다. 대부분의 공연예술기관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있으며, 공연기관 간의 효율성 격차는 지역 및 인프라 등의 물리적·외부적 요인으로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수확체증 현상이 두드러지며, 국가지원 및 경쟁력 확보를 통해 현실적으로 인력이나 운영예산 등의 규모가 큰 공연시설과 수도권에 포함된 기관의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공연예술기관의 효율성은 정태적 관점에서 평균 31.1% 수준의 투입만으로 지금의 공연성과를 도출해야 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를 동태적 관점의 분석 결과에서 살펴보면 공연예술기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생산성은 첫 시기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기관의 효율성 변화의 수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크게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상당히 낮은 생산성은 기술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예술기관의 수확체증은 다양한 원인을 통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모든 공연예술기관의 규모를 일괄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기존 연구에서 수확체증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규모 생산에서 가능한 비용절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연의 기획·제작·리허설 등 초기비용이 높은데 비해, 공연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재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규모가 큰 공연예술시설은 상대적으로 도시화된 지역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으며, 도심중심의 문화시설에 실질적·잠재적 문화예술 향수(享受)자가 많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상급기관의 평가로 관리체계가 고도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비영리단체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재무 운용의 정부 모니터링 강도가 강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기관의 상대적인 규모가 크다는 것을 내부능력의 축적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규모의 증가를 통해 기관의 시장점유율과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경쟁우위를 지니게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본 연구에서는 문화창조산업에서 경제적가치만을 다뤄 문화산업의 문화적가치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를 가진다. 문화산업을 운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예술적가치 ▲철학적가치 ▲문학적가치 ▲역사적가치 ▲타영역에 미치는 긍정적인 외부효과 등이 산출물로서 고려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화적가치의 시너지효과는 배제됐고, 문화산업 간 시너지효과는 과소 추정됐을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세부적인 장르 간 결합도를 분석하지 않았다. 예컨대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영화와 출판 등의 시너지도 새로운 연구주제로 제시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본 연구에서는 수확체증 현상만을 분석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는 정확히 규모의 경제와 같은 의미가 아니며, 이에 대한 원인 규명에 집중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수확체증의 원인을 규명하는 분석은 추후 연구과제로서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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