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신약개발과 바이오강국] ③ 떠오르는 신약, 첨단바이오의약품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래의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번 기획 에선 초기 신약의 임상시험 역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윤리적 문제를 시작으로 현재 임상시험의 현주소, 이슈화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해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 하기 위한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신약개발, 그 첫걸음 ② ‘임상시험’의 현주소 ③ 떠오르는 신약, 첨단바이오의약품 ④ 바이오강국을 향해
 
 

첨단재생바이오법의 두 마리 토끼

 
 
김소윤 /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작년 8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올해 8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작년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앞두고 ‘제2의 황우석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인보사 사태가 터졌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가 허가 당시 제 출한 연골세포와 다른 신장 세포라는 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인 사건이다. 특히 이 신장 세포는 악성종양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기에 결국 해당 치료제는 유통과 판매가 중단됐다. 이처럼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약 1년 만에 시행령과 시행규칙, 관련 고시가 만들어져 본격적인 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첨단재생의료에 대한 임상 연구와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에 관한 규율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명칭에서도 알 수 있 듯이 ‘안전’과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하거나 위험도가 큰 재생의료 임상 연구에 관한 예외 요건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신속처리 대상 규정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혁신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이다. 더불어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지정, 심의위원회 운영,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 센터 설립 등 안전 관리 체계도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법의 시행으로 인보사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에 판매하던 첨단바이오의약품도 식약처 재허가 대상에 포함돼 과도한 규제만이 생겼을 뿐 이라며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의 딜레마

 
   첨단재생의료는 발전된 생명공학기술을 통해 손상된 조직과 장기를 치료하고, 이를 대체 또는 재생시켜 인체 기능을 복원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는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 하게 하고 희귀·난치성 질환자, 선천성 장기 결함환자 등 현재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위한 미래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첨단재생의료는 인체세포 등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동물실험을 하더라도 효과성이나 안전성을 입증할 방법이 없어, 기존의 평가 방법과는 달리 보기 위해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재생과 복원의 기술을 통한 치료라는 목표달성이 저 너머에 보이지만 효과성과 안전성의 증명이라는 험난한 강에 가 로막혀 있으니 강의 수위와 물살을 낮춰 조금 수월한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3상 임상시험을 모두 마친 의약품도 치료의 불확실성은 완벽하게 피할 수 없기에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는 이 불확실성이 본질적으로 제거될 때까 지 마냥 기다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존 합성의약품과는 달리 살아있는 세포 등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체내에 적용시킨 후 안전성과 유효성을 몇십 년이 지난 후에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을 허용하자는 것이 첨단재생바이오법 입법자의 선택이다. 그런데 이는 ‘환자 안전’이라는 중요한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 및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이라는 규정의 목적과 상치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남은 윤리적 과제

 
   일본은 2012년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유도만능 줄기세포로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 재생 의료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 2014년부터 관련법을 제·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핵심 규정인 허가 신속처리(Fast-Track Approval) 정책은 오히려 일본의 줄기 세포 기술에 관한 명성을 갉아먹는다는 비판적인 내용이 제기됐고, 해당 내용은 2019년  월에 ‘A stem-cell race that no one wins’라는 제목으로 유명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 신속처리의 세 가지 유형으로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글의 논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임상 2상까지만 통과한다면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예외’를 허용하는 조 건부 허가 부문이 국내에서도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는 곧 법이 첨단재생의료 혹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 입증의 어려움을 방패막이처럼 이용해 재생의료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바이오의약품 산업계의 과도한 욕망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역할을 한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따라서 해당 문제를 해소해 나갈 수 있는 장치들을 보완해 나가는 것에 이 법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책임 있는 연구를 개발하는 것은 향후 첨단재생바이오법에게 남은 윤리적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들이 전문적이고 객관화된 정보에 입각해 첨단재생의료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임상 연구의 동의를 연구 대상 자에게 얻을 시엔 연구의 목적 및 내용과 예측되는 결과,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일반적인 치료와 임상 연구의 차이점을 연구대상자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킴으로써 결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한 판례에서는 임상시험이 의료행위인 경우, 의사는 ‘해당 의료행위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관해 시행 당시 임상에서 실천되는 일반적·표준적 의료행위를 비교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 했다. 또한 미국의 재생의료 프로그램 클리닉의 한 교수는 인터뷰에서 “재생의료 상담 서 비스의 목표는 환자들이 줄기세포치료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상태에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첨단재생바이오 연구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연구자에게 이해 상충이 발생하는 것은 가 급적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이해 상충이 발생한다면 그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 연구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첨단재생바이오는 효과와 부작용이 장기간에 걸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 안전관리 체계를 엄격하고 정밀하게 운영해야 한다. 현재 장기추적조사 기간은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엔 5년, 유전자 치료제는 15년이고, 동물의 조직·세포 등을 포함한다면 30년 이내에서 정할 수 있다. 연구 개발자들은 이러한 규정을 준수해 그 결과를 식약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연구의 유효성과 안전성 확보에 관해 높은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후적인 장기추적조사를 투명하게 수행해야 한다. 또한 관련 당국은 시기적절하게 허가된 사항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체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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