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사회
[노동] 라이더의 투쟁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노동조합 위원장
최진원 편집위원  |  jinwon3741@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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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호]
승인 2020.06.09  22: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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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바이! 노동! ④ 연대, 그리고 노동조합

21세기 이후 우리의 삶에서 플랫폼 노동이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을 때 자본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플랫폼 노동과 결합하는가.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만들고 최소한의 노동요건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플랫폼 노동의 신화는 ‘과로와 지원체계 부족’이라는 단점에 부딪혔다. 그러나 변동하는 자본의 세계를 읽고 기본소득과 플랫폼노동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패러다임을 상상해야 한다. 플랫폼과 정보들의 범람 속에서, 이번 기획은 기존에 개별화된 노동자들이 ‘우리’라는 연대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플랫폼 자본주의 ② 새로운 ‘일’의 세계 ③ 기본소득과 플랫폼 노동 ④ 연대, 그리고 노동조합

 

   
 

라이더의 투쟁

 

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노동조합 위원장

 

  자본가들은 왜 플랫폼 자본주의를 만들었을까. 자본주의 탄생 이후 자본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효용 가치가 없는 노동자를 없애는 것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투쟁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사장들은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져야 했다. 사장들도 이에 대응해 비정규직을 탄생시켰고 그들은 이것을 ‘수량적 유연화’라고 불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장들은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만 노동자를 쓰기 위해 플랫폼을 고안했다. 1초 단위로 들어오는 주문을 순식간에 라이더에게 전달하고 물품을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전문 중개인이 필요했기에, 라이더는 무한대로 대기해야 하는 데이터로만 존재해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돼선 안 됐다. 초 단위로 쓰고 버려야 하는 그들을 근로자라는 경계 안에 가두면 근로계약서 작성, 퇴직금 등의 문제가 발생해 애초에 플랫폼 노동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폭염수당 100원, 노동조합의 시작

 

  플랫폼 노동조합은 우연한 계기로부터 시작됐다. 2018년 더운 여름날, 야외노동자들에게 추가적인 수당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을 했고, 하루 정도 1인시위나 해보고자 맥도날드 광화문 본사 앞에서 “폭염수당 100원을 주세요”라고 쓴 피켓을 들었다. 그러나 시위의 여파가 생각보다 커지며 이슈가 됐고 취재 열기도 뜨거워졌다. 이 문제를 다시 가라앉게 둘 수는 없었기에 개인이 아니라 조직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고 그해 8월,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다. 오픈된 익명게시판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비밀조직이었지만 오픈채팅방 사람이 늘었다고 해서 어떠한 기능을 하는 ‘조직’이 될 순 없었다. 그래서 두 가지 일을 먼저 시작하게 됐는데, 첫 번째는 기본적인 사고 및 산재 상담이었고 두 번째는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었다. 라이더들은 고립돼 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배달 일이 자랑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방금 죽을 뻔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오픈채팅방을 살피며 인터뷰에 참여할 분들을 찾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라이더유니온 가입서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는 라이더들과 공감하기 위해 현장에서 계속 일하고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 시기가 체력적으로는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즐거웠다. ‘과연 될까’라는 의문도 끊임없이 들었으나 5월 1일 출범을 목표로 오토바이 행진을 제안했고, 마침내 50여 명의 라이더가 모여 시행한 오토바이 행진으로 라이더유니온이 탄생했다. 참석자들은 감동했고, 우리의 활동 양상도 달라졌다. 진정한 조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4월 29일엔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로 제2회 오토바이 행진을 진행했다.

 

자기네들 마음대로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플랫폼업체들은 중간업체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지휘·감독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 역시 정보 통제와 일방적 소통으로 이뤄진다. 가령 5개의 배달을 마치면 3천 원의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는 광고를 핸드폰 팝업으로 띄우는 방법, 한 지역의 주문량이 폭발하고 있으니 지금 접속하면 시간당 2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솔깃한 팝업을 띄우는 것이다. 이를 행동경제학의 넛지(Nudge)라는 용어를 활용해 넛지 방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해외 플랫폼노동계에서는 과연 이러한 방식이 지휘·감독인지, 알고리즘에 의한 지시인지에 대한 논쟁이 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놓고 감시와 지시가 이뤄져도 아무런 제재가 없기에 논쟁조차 발생하지 않는다. 라이더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세간의 오해 혹은 믿음과 달리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 주문이 몰리는 주말에 쉬려고 했다간 잘릴 수도 있으며, 일요일엔 신앙심을 잠시 접어둬야 한다. 라이더들이 앱에 접속하면 위치정보가 실시간으로 관제 컴퓨터에 뜨게 되고, 관제 컴퓨터에 라이더의 위치를 알려주는 여러 개의 점이 몰려있을 땐 배달대행업체 사장으로부터 일 안 하고 뭐 하냐는 식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이를 단속해야 할 국가는 가만히 있었다. 일례로 요기요 플러스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면서 고정급을 시간당 1만 1천 500원으로 제시하며 8개월 동안 고정급을 받고 일하는 조건을 내세워 라이더들을 붙잡았다. 그러나 요기요 플러스 측은 갑자기 계약 내용을 변경했고, 그 내용은 시급 5천 원에 건당 50%로 임금체계를 변경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라이더와의 협의 없이 계약을 변경했을 뿐 아니라 8개월이라는 계약 기간도 지키지 않았다. 또한 ‘허브’라 불리는 각 지사에서 라이더들을 직접 운영·관리했으며 근로 시간과 식사 시간을 정해주고 다른 지역에 사람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파견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 이후, 노동청 진정을 통해 라이더들은 근로자로 판정받게 됐다.

 

‘혁신’을 가장한 핑계

 

  현재 라이더유니온은 이륜차 시스템의 정비, 과도한 보험료 현실화, 안전배달료 도입을 위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배달대행업체들의 단가 후려치기 경쟁이 과열돼 단가가 지나치게 낮아진다면, 라이더들은 위험한 질주를 하게 될 것이므로 배달 한 건당 최소 4천 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또한 ‘라이더들의 위험한 질주’라는 인식은 과도한 보험료로 이어지는데,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논리적이다. 보험회사가 시급을 보장받는 직고용 라이더보다 건당으로 일하는 배달 대행 라이더의 위험이 10배에서 18배 정도 위험하다고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위험부담을 라이더가 온전히 책임져야 할까. 플랫폼 산업을 통해 이윤을 얻는 플랫폼 사 배달대행업체 음식점, 사장과 고객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것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 초기 자본주의가 성립하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 농촌에 속박돼 있던 농민들을 토지로부터 떼어내고 도시로 보냈던 산업정책은 오늘날, 근로기준법에 속박돼 있던 노동자들을 법으로부터 떼어내 자유로운 플랫폼노동자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를 ‘혁신’이라 말한다. 근로기준법은 지키고 싶으나 근로자가 아니라서 적용할 수 없다는 핑계로 가득한 시대가 도래했다. 근로기준법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이었던 70년 11월 13일의 ‘화형식’이, 오늘날 근로기준법이 쓸데없는 규제이자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조롱과 희극으로 바뀐 것을 그저 지켜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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