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9.4 금 14:15
기획사회
[사회] 이성애적 상상력과 트랜스젠더퀴어의 이미지루인 / 트랜스/젠더/퀴어 연구소 선임연구원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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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호]
승인 2020.05.05  15: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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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으로 쌓아올린 ‘정상’사회 ③ 퀴어와 ‘이성애’ 남성

현대인의 삶은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를 연출해가는 한 편의 연극과도 같다. 이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구조와 결탁해 정체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때 정체성 구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인 ‘낙인’은 한 개인에게 부정적인 편견을 덧입혀 그 존재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주류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이라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 자들이 수많은 ‘죄목’을 달고 타자화되는 현상과 낙인이 어떻게 설득의 힘을 가지며 유지되는지에 대해 주목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청년과 ‘근면한’ 기성세대  ② 정신질환자와 ‘안전한’ 사회 ③ 퀴어와 ‘이성애’ 남성 ④ 난민과 ‘대한민국’ 시민
 

   
 

이성애적 상상력과 트랜스젠더퀴어의 이미지


루인 / 트랜스/젠더/퀴어 연구소 선임연구원
 
  2020년 1월 말, 숙명여대 법학부에 트랜스여성 A씨가 합격했다는 뉴스가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했다. A씨는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박한희 변호사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히며, 얼마 전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하사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합격 소식을 공개했다. A씨의 합격 소식이 알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여대 재학생들이 ‘여성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입학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그 근거로 트랜스혐오를 사용했다. 물론 숙명여대를 비롯해 많은 인권 단체에서도 그를 향한 지지의 입장을 밝혔지만, 안타깝게도 트랜스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례 없는 주목을 받아 트랜스혐오 발화는 계속해서 재생산됐다. 결국 합격생 A씨는 입학을 포기하고 재수를 결정했다.
  이 사건을 법적으로 따진다면 문제가 될 사항은 없다. 2006년 대법원은 트랜스젠더퀴어의 호적상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려, 일정한 조건을 갖춘 트랜스젠더퀴어는 재판 절차를 통해 성별 정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성폭력 피해 대상이 부녀로 규정돼 있던 2009년에는 트랜스여성을 성폭력 피해자로 판단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트랜스여성을 여성으로 인식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더욱 확실하게 만들었다. A씨는 2019년에 이미 호적상 성별 정정을 한 상태였기에 법적으로 여성이었고, 따라서 그가 여대에 입학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될 사항은 없었다. 그렇다면 A씨의 합격은 왜 심각한 문젯거리, 스캔들이 됐는가.
 
트랜스젠더퀴어를 반대하는 이유

  트랜스여성 A씨의 여대 입학을 적극 반대한 일군의 집단은 여대에는 생물학적으로 인정되는 여성만 입학할 수 있고, 트랜스여성이 여대에 입학하면 비트랜스여성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다는, 익숙한 트랜스혐오 논리를 사용했다. 문제는 이 논리가 여성 인권의 이름으로,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1960년대 서구에서 제2물결 페미니즘이 등장할 당시, 사회는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본질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이 가사 노동을 하고 아동을 양육하고 임금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 반대로 남성이 가사 노동을 전혀 하지 않고 힘을 쓰는 일에 적합하며 임금 노동에 참여하는 것은 모두 여자와 남자 모두 ‘원래 그렇다’는 생물학적 본질에 근거했다. 이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 역시 자연화하며 이성애를 정치 체제가 아닌 인간의 본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본질주의를 비판하며 등장한 만큼 여성과 남성을 정치적 범주로 재구성했고, 마찬가지로 여성과 남성의 관계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정치의 장에 위치 짓는다. 이런 맥락에서 트랜스여성을 적대하기 위해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논리를 소환하고 이를 통해 여성의 인권을 주장하는 작업은 기존의 이성애 중심적 질서를 재강화할 뿐만 아니라, 여성 억압의 논리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여성 혐오이기도 하다.
  트랜스여성이 여대에 입학하면 비트랜스여성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다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트랜스여성이 비트랜스여성에게 위협적이라는 주장은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면 한국 사회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주장처럼 극단적 혐오와 근거 없는 소수자 공포에 기반하고 있다. 물론 트랜스여성과 비트랜스여성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어떤 위협이나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사건을 집단의 위협으로 환원하는 태도는 지배 질서가 비규범적 집단이나 소수자 집단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 통치 기술이다. 트랜스여성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주장은 트랜스여성이 비트랜스여성의 공간에 들어오면 여성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다는 논리만이 아니다. 트랜스여성이 초여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여성성을 강화해 여성 억압을 재생산한다는 사고 또한 트랜스여성의 이미지를 규정한다. 후자의 주장에 따르면 트랜스여성은 바비 인형과 같이 여성성 그 자체이며 퇴행적 여성성을 고집하는 존재다. 전자의 주장에 따르면 트랜스여성은 덩치가 상당히 큰 근육질이라 겉모습만으로 여성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다. 트랜스여성을 초여성적이거나 초남성적으로 그려내는 이미지는 여성을 성녀 아니면 창녀로 구분하는 이성애중심 사회의 여성 혐오 논리와 동일하다. 결국 트랜스여성의 이미지는 구체적 실재를 통해 구성되기보다 배제를 위해 인위적이고 악의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이성애적 상상력이 만드는 규제

  결국 트랜스여성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논리는 트랜스젠더퀴어를 이성애 질서에 강제로 배치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태어날 때 남성으로 지정받은 사람이 여성스럽게 행동하거나 여장을 할 때 그것이 공연 무대나 TV에서 하면 과잉된 코미디이고, 현실에서 마주하면 끔찍한 공포나 징그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이 사회에는 만연하다. 바로 이 태도가 트랜스여성을 규정하고 있다. 트랜스여성을 여성으로 인식하기보다 여장한 남성, 즉 이성애규범적 상상력으로 규정하기에 과잉이거나 위협이 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본 사건은 여대라는 공간의 성격을 재규정한다. 원래 비트랜스여성만 입학할 수 있는 공간에 트랜스여성이 입학해서 문제가 된 사건이 아니라, 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여성을 문제로 만들어 여대 내 기존 학생의 성격을 다시 규정한 것이 된다. 피상적으로 볼 때, 해당 사건은 트랜스여성 A씨가 합격을 하면서 여대에 트랜스젠더퀴어 의제가 발생한 것 같다. 하지만 A씨가 입학 취소를 결정했을 때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FTM(트랜스남성, Female to Male)이 글을 남긴 것처럼 여대에는 이미 많은 트랜스젠더퀴어가 존재한다. 그러니 이는 단순히 트랜스젠더퀴어를 배제하는 사건이 아니라 여대라는 공간을 이성애규범적으로 균질화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해당 문제는 내부 구성원의 성격을 단속하고 이미 존재하는 트랜스젠더퀴어가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만들기에 이른다.
  이성애주의는 트랜스젠더퀴어를 비롯한 소수자에게 낙인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성애주의는 내부와 외부 구성원의 성격을 강제 규정하며 다른 삶의 가능성을 삭제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속하도록 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이러한 주장을 하는 바로 그 자신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주장, 트랜스젠더퀴어는 위협이라는 주장은 트랜스젠더퀴어를 추방하기 위해 등장한 논리지만 기존의 이성애중심적 질서를 재강화하고 여성 억압을 문제 삼을 수 없게 만든다. 숙명여대 합격생 A씨를 둘러싼 이번 사건은 결국 이성애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주장이 그 주장을 펼치는 자신에게도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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