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플랫폼’]

무법지대 플랫폼

  최근 수십 명의 여성과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판매한 ‘N번방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N번방 운영자인 일명 ‘박사’ 조주빈과 그 일당들은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고액 알바를 미끼로 여성들에게 접근했으며, 성 착취 영상을 획득한 뒤에는 이를 텔레그램에 판매하는 수법으로 수익을 챙겼다. 이들은 해외사업자 플랫폼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범행의 도구로 삼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해외사업자는 정부의 시정 요구나 삭제 요청에 따를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정부가 해외 인터넷 플랫폼에 삭제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물 중 32%만이 삭제됐으며, 나머지 영상물은 계속해서 유통되는 실정이다. 그 방치의 결과가 바로 N번방인 것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건 지금도 무법지대 위에서 N번방 범죄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방심위가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에 공조를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는 총 7,310건에 달할 정도다.
  N번방 사건에 대한 분노의 칼끝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뿐만 아니라 해외사업자 플랫폼을 무법지대로 몰아넣은 쪽으로 향해야 한다. N번방 방지법, N번방 재발금지 3법 등 다양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지금, 해외 플랫폼 위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한 감시와 이를 통한 범국가적 차원의 해결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윤영빈 편집위원 | ybycau@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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