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특집
[특집 인터뷰] 똑똑, 이미 늦었을까요?정보영 /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장소정 편집위원  |  sojeong246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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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호]
승인 2020.03.17  00: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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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청년’을 의심하는 청년

바야흐로 ‘청년’의 시대다. ‘청년’은 모든 곳에서 호명되지만, 그 이름은 공허하게 맴도는 이름이다. 청년에 대한 논의는 청년‘세대’나 청년‘정치’ 같은 이름으로 불리며 청년 자체가 꽤 힙한 수식어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청년’은 세대 내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납작하게 표현돼 텅 빈 이름이 됐다. 과연 누가 청년을 부르고 누가 청년으로 호명되는 것인가. 청년을 비롯해 새로운 신진 연구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있다. 바로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이다. 2019년 창립총회를 거쳐 활동을 이어가는 신진연구단체의 목소리를 빌려 특집 지면에서는 청년 세대가 집단화되는 방식을 담론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청년운동의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정보영 /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똑똑, 이미 늦었을까요?


■ 다층적인 청년 세대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적 구조로 야기될 잠재적인 위협과 가능성은
   당연하게도 청년은 절대 균일하지 않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자면 탈권위적이라고 불리는 ‘밀레니얼’과 ‘젊은 꼰대’가 한 직장 안에 공존하고 영영 페미니스트와 이남자가 같은 연령대 안에 공존하는 것과 같다. 결국은 나이라기보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연구대상으로 삼는 ‘사회운동으로서 청년’은 고유명사에 가깝다. ‘청년’이라는 단어가 특정한 가치를 자동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집단적으로 체득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표방하는 자들이 모여 스스로를 ‘청년’이라고 불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청년’을 운동 주체로 바라볼 때 중요해지는 것은 ‘누구와 함께 갈 것이냐’라고 생각한다. 청년운동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젊은 꼰대와도, 안티 페미니스트와도 함께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70세가 넘었어도 살고 싶은 대로 살라고 말하는 박막례 할머니와 함께하고 싶다.


■ 세대 담론화 현상이 ‘청년 세대’에 입혀져 균질화하는 방식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궁금하다
   청년운동이 ‘청년’이라는 단어를 경유해 담론적, 정치적 기회 구조를 열었을 때, 이 기회 구조를 타고 들어온 이들은 보다 다양했다. 나이만 젊으면 청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요 정당의 청년 기준은 만 45세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만 45세 후보가 스스로를 ‘청년의 맏형’이라며 청년 분야로 출마하기도 했다. 젊은이에게 혁신, 미래, 새로움 등의 가치를 동일하게, 임의로 덧씌워 놓고 시대의 교체는 고민하고 있지 않은 모습을 이번 총선 과정 내내 관찰하는 중이다.
   또 다른 예로는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면서 독일의 한 정당 재단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청년 정치인 혹은 활동가라는 공통적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적 정치 성향을 갖고 있던 이 프로그램에서 나는 한 청년 정치인으로부터 “광주/전라도 출신 중에는 빨갱이가 많아서 사기꾼 기질이 있다. 내가 겪어보니 실제로도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최근 당명을 바꾼 당에서 ‘청년 정치인’으로 촉망받으며 총선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나와 같은 ‘청년’일까.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김선기연구원의 '청년팔이사회'

■ 전략적으로 ‘청년’을 의심해야 한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청년이 ‘청년’을 의심하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이 필요할까.
   청년을 의심해야 한다는 말은 내 옆에 있는 친구가, 동료가 나와 얼마나 다른 위치에 있는지 돌아보자는 제안이다. 세대가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꼭 세대가 아니더라도 한 가지 기준이, 변수가 사회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을 이야기할 때, 의심 없이 당연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어떤 가치를 투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고민하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을 들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서는 신문연의 김선기 연구원의 저서 《청년팔이사회》(2019)와 청년담론의 《청년현재사》(2019)라는 책을 추천한다.

 


■ 《90년대생이 온다》(2018)를 읽고 이를 답습하는 90년대생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해답을 다른 책에서 찾고 자기화할 때까지 청년은 어떤 과정을 왜 겪을까.
   대부분의 경우 권력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세대론을 답습하고 있는 청년을 탓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 내의 문화가 권위적인 것을 신입사원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의 상사가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와서 나에게 그 이미지를 기대한다면 어색하게 웃으며 따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완전히 자기화했다기보다는 겉으로 장단을 맞춰주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문제적인 영역은 제도정치의 영역이다. 셀프 청년팔이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은 제도정치의 영역이다. 자신의 내용은 없으면서 ‘청년’의 옷을 빌려 젊으니까 그것으로 혁신이 이뤄지는 것처럼 포장하는 이들은 문제적이다. 이 경우에는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청년 후보를 밀어주고자 하는 기성 권력의 문제와 이에 적극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응하는 셀프 청년팔이 후보들이 복합적으로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한 발은 연구에, 한 발은 현장에 두고 연구를 한다고
   사실 나는 졸업을 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기웃거리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과거다. 인터뷰를 해준 게 고마워서, 연구를 반기고 응원해준 게 고마워서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청년유니온의 정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나로는 모자라서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도 병행하는 중이다.
   사실은 석사과정을 마치고 공부를 다시 안 할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현장에서 활동하며 하고 싶은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 현장을 외면한 채로,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더듬으며 연구하면 얼마나 나이브한 결과물을 내놓게 되는지 체감하게 됐다. 작년 여름에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배석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내가 연구했던 주제의 ‘진짜’ 현장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있었다. 많은 것들이 밀고 당겨지는 치열한 정치의 현장을 직접 보며 이 과정을 진작 볼 수 있었다면 나의 연구가 조금은 더 풍부해지지는 않았을까 생각했다. 아직은 연구자와 활동가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때도 많고 균형 잡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 둘 사이를 잇는 어딘가에서 아슬하게나마 버티다 보면 나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이 앞으로 기대하고 있는 성과나 방향은
   내가 2018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신문연)은 한국 사회 문화정치에 대한 연구실천을 하는 젊은 문화연구자들의 모임이다. 문화연구, 사회학, 인문학 등 다양한 전공에서 모인 연구자들이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고 세미나, 포럼, 학회, 등을 직접 기획해 열기도 한다. 고립된 연구자들을 서로 잇고 인사이트를 주고받으며 외롭지 않게 연구자로서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석사과정을 마치면 ‘척척석사’ 말고 뭐가 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과정 중에는 일단 학위논문부터 잘 쓰고 싶다는 말로 도망쳐왔는데 정말로 졸업을 하게 되니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이 시기 운이 좋게 신문연을 만났다. 신문연에는 대학원 이후에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곧 나도 이 길을 따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안정함을 각오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왕 불안정할 거라면 불행하지라도 않게 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신문연은 언제나 함께할 동료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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