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익숙한 당신, 장시간 노동]

 

그 개미는 어디로 갔나

  지난 추석을 돌이켜 본다. 햅쌀로 빚은 송편과 가을볕을 잔뜩 머금은 햇과일을 떠올리자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얼마나 넉넉한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모두가 오고 가는 정을 나눌 때, 그러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6일, 야간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오던 중 2중 추돌 교통사고로 사망한 충남 아산우체국 집배원 박인규 씨의 이야기다.
  이날 박씨는 가족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업무를 처리했지만, 물밀 듯이 쏟아지는 물량을 업무 시간 내에 마무리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저녁 7시 40분이 지나서야 겨우 배달을 마칠 수 있었다.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집배노동자들은 올해 명절 배달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평소보다 47% 늘어난 근무를 감당해야 했다. 특히 박씨의 경우, 최근 팀에 결원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보충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켜지지 않은 작업장의 약속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우정본부 규정 상, 해가 진 후 배달은 금지돼 있다. 야간 배달이 사고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박씨의 죽음을 말할 때, 단순한 교통사고라 칭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폭증한 업무량이라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지나치게 오랜 시간 노동해야 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19년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도, 올해 사망한 집배원의 수는 벌써 12명이다.
  문득 이솝 우화에서 하루 온종일 쉼 없이 일했던 그 개미가 생각난다. 여름 내내 저보다 훨씬 큰 짐을 이고 가는 개미가 도착한 곳이 과연 추운 겨울, 따뜻한 집이었을까. 그저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할 뿐이다.

 

한재영 편집위원 | yodream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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