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익숙한 당신, 장시간 노동]


착취당한 팬심, 도둑맞은 애정

  여러 아이돌 가수들이 스포츠 종목에 도전해, 땀을 흘리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가리는 곳. 바로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다. MBC에서 방영하는 명절 특집 예능프로그램인 아육대는 오는 추석에도 어김없이 열릴 예정이다. 프로그램 소개란에 등장하는 스포츠, 땀, 정정당당이라는 단어들을 보고 있자면, 정당하게 흘린 땀의 대가가 무시되기에 십상인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여느 시사프로그램에 못지않다. 그 의도야 어찌 됐든 간에, ‘아육대’ 역시 한국 사회의 단면과 유사하다. 아니, 오히려 바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른 오전부터 시작해 이틀간 온종일 녹화를 진행하는 아육대에는 아이돌과 그들의 수많은 팬이 뒤따른다. 드넓은 고양 실내종합운동장은 어느새 많은 이들의 움직임으로 채워진다. 문제는 이 움직임이 ‘문제적 노동’으로 탈바꿈 되는 데서 시작한다. 수많은 아이돌은 아육대를 포함해, 자기 앞에 놓인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야만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MBC가 출연자인 아이돌에게 지급하는 출연료는 팀당 약 30~50만 원으로, 1일 근로시간인 8시간으로 어림잡아 계산해 봐도 턱없이 부족한 대가다. 첩첩산중(疊疊山中)이라 했던가, 팬들의 노동 착취는 더 심각한 실정이다. 사실상 MBC가 고용해야 하는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대체하는 팬들이지만, 이들에게는 그 어떤 노동의 대가도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돌 따라다니느라 시간 허비한다’는 식의 모욕이나 붙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처럼 아육대의 카메라가 담길 원하는 땀방울은 정당하기는커녕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의한 눈물에 불과하다. 땀방울의 가치가 진정으로 인정받는 세계는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마련됐을 때 가능한 게 아닐까. 그곳이 아육대든, 한국 사회든 말이다.

 

한재영 편집위원 | yodream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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