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순 / 식품공학부 교수

인간과 바이러스 ③ 바이러스의 전염과 확산 예방 기술
인류와 바이러스는 오랜 세월 동안 밀고 밀리는 싸움을 지속해왔으나 신종 바이러스의 유행주기는 점점 짧아지며, 변이를 예측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핵산과 단백질 껍질로 이뤄진 단순한 구조의 이 생명체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날만 기다리는 듯하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의 예고된 공격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번 기획에서는 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이러스의 특성을 알아보고 감염의 진단과 확산의 예방을 위해 어떠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 동향을 살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류 역사와 바이러스 ② 바이러스의 진단과 백신개발 ③ 바이러스의 전염과 확산 예방 기술 ④ 인간과 바이러스의 공존

 

 
 
하나의 건강을 위한 모두의 협력

최창순 / 식품공학부 교수


  2000년대 이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 등 생소한 질병들이 다수 보고됐다. 이러한 질병들이 전 세계에서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질병의 원인 병원체·전파경로·질병경과·치료와 예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과학계는 새로운 바이러스 치료제 및 백신의 개발과 보급으로 감염환자를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필자는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전염과 확산을 차단 및 예방하기 위한 최근 연구의 동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이러스(Virus), 숙주(Host),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신종 감염병 상당수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감염과 예방을 위해서 원인 바이러스와 숙주의 상관성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속에는 세균·원충·곤충·식물·동물·사람 등 다양한 생명체에 감염할 수 있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숙주 특이성(Host specificity)’과 ‘장기 및 표적세포에 대한 친화성(Tropism)’이 높아서 숙주 이외의 종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다.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물과 음식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바이러스는 사람이 아닌 세균·원충·식물 등에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인체감염은 보고되지 않았다. 숙주 특이성이 높은 바이러스의 특징을 이용해, 세균에 감염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를 항생제 내성을 가진 병원균으로 치료하거나, 식중독 예방·식품의 부패 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편 동물을 숙주로 이용하는 일부 바이러스는 종간 장벽을 넘어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인체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닭·오리·야생조류·돼지·소 등 많은 동물에 감염할 수 있다. 감염된 숙주 내에서 강력한 병원성을 가진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어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검출과 방역과정이 뉴스화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는 원숭이·사향고양이·박쥐·낙타·모기·진드기 등 다양한 숙주 동물에 감염을 일으키므로, 원인 병원체에 대한 확인뿐 아니라 전파경로에 대한 확인 또한 신종 질병 예방에서 중요하다.
  동물에 감염됐던 바이러스는 왜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감염병으로 주목받게 됐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수많은 변수가 제시되고 있으나, 크게 정리하자면 사람과 동물,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 환경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화·기후변화·도시화·생활스타일 및 식생활의 변화는 사람과 동·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군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 과정은 사람들과 접촉이 빈번하지 않은 야생동물 등의 생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뜻하지 않게 사람에게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은 바이러스를 비롯해 항생제 내성 세균과 기생충 등 150여 종의 병원체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75%이상이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한다고 알려져 있어, 사람의 감염병뿐 아니라 야생동물, 환경, 식품 등에 대한 연결고리를 이해하기 위해 범학제 간 정보교류 노력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부처는 감염병이 확산되면 소관 분야를 중심으로 질병을 통제하는데 전문성을 발휘해 왔지만, 신종 감염병 대응에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다부처 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원헬스(One Health) 기반의 감염 관리


  지난 4월 26일, 각종 정부부처가 주관하는 ‘2019년 제1차 원헬스 포럼’이 개최됐다. 이 포럼에서는 한국의 실정에 맞는 ‘원헬스’ 구현을 위해 각 부처의 주요 공무원과 감염 분야의 전문가 등이 참석했고, 다양한 주제에 관해 발표·토론·분과회의가 진행됐다.
  원헬스는 루돌프 피르호(R.Virchow), 윌리엄 오슬러(W.Osler) 캘빈 슈바베(C.Schwabe) 등 보건의료 및 수의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건강 확보를 목표로 한 다학제 간 협력’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하게 ‘Health in all policies’ ‘Health security’ 등과 같은 개념도 기존에 존재했지만, 국민의 건강·국방확보를 위한 다부처 간 협력 등으로 국한된 제한점이 있었다. 이러한 기존 개념의 제한점을 보완하고 최근에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과 예방을 위해서 우리 주변의 물·공기·토양 등의 생활환경,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범부처 협력까지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신종 병원체의 감염으로부터 사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범학제·범부처 간 노력이 필수적인데,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실현하기 위한 대안이 ‘원헬스’다.


바이러스 전염과 확산 예방 기술


  ‘원헬스’는 사람의 감염증 관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필자는 2005년부터 식품위생안전성실험실을 운영하면서 식중독바이러스의 검출 및 제어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노로바이러스·A형간염바이러스·E형간염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식중독바이러스지만, 최근 식품에서 다양한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관련 연구가 학술지에 많이 발표되고 있다.
  식품 중 식중독바이러스의 오염을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오염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신선농산물, 소·돼지·닭고기, 어패류 등 다양한 식재료는 각각 다른 생산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농산물, 축산식품, 수산식품을 생산하는 환경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하면 바이러스 오염원 추적이 어려워질 수 있어, 농업분야, 축산·수의분야, 수산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오염된 물은 사람의 식중독 발생의 주요 원인이면서, 농·수·축산물 오염에도 중요한 매개체다. 단순하게 보이는 물도 분류에 따라서 지하수·지표수·농업용수·식품용수·음용수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바이러스 검출과 물의 오염원 확인 등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조언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다학제·다부처 간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한 ‘원헬스’가 제도적으로 잘 정착한다면, 신종 감염병을 포함한 바이러스 감염병 관리·예방에 대한 대비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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