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더하기]


선과 색으로 전하는 상상력

 

《파도야 놀자》(2009)
《파도야 놀자》(2009)


  또 한 명의 포스트모더니즘 그림책 작가가 있다. 작가 이수지는 《동물원》(2004)을 통해 한국 독자와 마주한 이래 2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며 국내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그림책을 관통하는 특징은 ‘현실과 환상의 교차’다. 단순하지만 과감한 선과 색의 사용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파괴하는 이수지의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파도야 놀자》(2009)는 엄마와 함께 한적한 바다를 찾은 아이가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파도가 두려워 거리를 두다가, 이내 마음을 열고 파도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투박한 먹 선으로 그려진 아이는, 커다란 파도를 앞두고 들어갈 듯 말 듯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지만, 용기를 내 발을 담그자 새파란 물결이 순식간에 아이를 덮친다. 책의 한 면을 모두 적시는 청량한 푸른색의 향연은 독자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책의 말미에서는 기분 좋은 미소가 피어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한 줄의 글 없이 오로지 선과 색으로만 이뤄진 그림책이지만, 읽는 내내 생동감 넘치는 파도소리와 경쾌한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색감의 파격적 대비뿐 아니라 책의 제본선을 활용해 양쪽 공간의 경계를 넘나듦을 보여주는 연출 또한 눈여겨볼 요소다. 반복된 일상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색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날, 머뭇댈 틈 없이 온통 새파란 즐거움으로 물들고 싶다면 《파도야 놀자》를 펼쳐보길 바란다.


김규리 편집위원 | dc88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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