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이 장면!]

범행 현장은 많은 것을 말한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2009)>은 1997년 4월 3일,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대학생이던 피해자 조 씨는 목과 가슴 9곳을 칼에 찔려 숨졌다. 화장실에는 조 씨를 따라 들어온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만 있었다. 이 사건은 1998년, 패터슨이 사면되고 리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재수사를 거쳐 2016년, 재판부는 당시 사건 기록과 주변 증언, 검찰이 제출한 혈흔 분석 등을 참조해 용의자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009년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혈흔 형태 분석 기법’으로 리와 패터슨의 옷과 현장에 남은 핏자국을 분석, “리에게는 소량의 피만 묻었으며 가까운 위치에서 9차례나 흉기를 휘둘렀다면, 다량의 피가 묻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혈흔은 피해자의 사인이나 범행 도구, 범행 장소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준다.

 
 

  다른 액체들처럼 혈액도 착지면에 수직으로 떨어지면 면적이 작은 원 모양을, 입사각이 줄어들수록 면적이 큰 물방울 모양을 그린다(그림 참조). 일반적으로 동맥이 손상된 경우 강한 혈압으로 인해 비교적 먼 거리까지 혈액이 튈 수 있다. 또한 도검류에 의해 절삭된 경우 더 많은 혈흔이 남는다.

정윤환 편집위원|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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