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7.10.11 수 20:35
기획
[과학] 과학수사의 새 지평, 유전자 감식이상준 /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
정윤환 편집위원  |  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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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호]
승인 2017.05.09  16: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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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그것을 알고 싶다, 과학수사

2000년대 들어서 범죄 수사 드라마들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속 장면들로 인해 과학적 증거들을 통해 범죄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는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현실 수사에서는 과학적 증거를 찾지 못하거나 찾더라도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수사의 대표적인 기법들을 소개하고 그 원리를 알리고자 한다. 더불어 그 한계와 향후 과학수사의 미래까지 조심스럽게 타진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수사상황에서의 행동분석 ② 뇌와 거짓말 탐지 ③ 유전자 감식을 통한 과학수사 ④ 법보행분석

과학수사의 새 지평, 유전자 감식

이상준 /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

  우리가 부모형제와 외모가 닮은 이유는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전달받고, 또 형제들끼리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DNA다”라는 말은 이제 초등학생들도 알 정도로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20세기 초에는 유전자의 실체가 무엇이며,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현대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느낄 수 있다. 생명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유전 정보의 실체가 DNA의 염기서열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그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는 생화학적 방법이 개발되면서, 개개인의 유전정보의 비밀은 서서히 베일을 벗게 됐다. 예를 들면, 염기서열의 돌연변이를 갖는 유전병인 혈우병도 진단할 수 있게 됐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전자에 염기서열의 차이가 존재함을 점차 알게 돼 마침내 유전자 서열 정보의 분석으로 과학수사를 하게 되는 시대에 이르렀다.

DNA 지문의 역사

  유전자 감식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과 같은 DNA 샘플로부터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과학수사 방법이다. 이것의 첫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9월 영국 레스터대학교 알렉 제프리(Alec Jeffreys) 교수는 우연히 한 연구원 가족의 DNA 서열분석 결과를 보다가 가족 간에 유사성이 있지만 저마다 다른 점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제프리 교수는 이것을 사람 개개인이 특징적으로 가지고 있는 손가락의 지문과 같이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인간 유전자 특정부위의 반복되는 염기서열의 차이점으로 개개인을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DNA 지문(DNA fingerprinting)의 기본원리를 제안했다.

  1983년과 1986년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각각 발생한 두 건의 강간살인 범죄 해결에 제프리 교수의 유전자 감식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사건 당시 영국 경찰은 범인의 혈액형이 A형이라는 사실에 기초해서 A형 혈액형을 가진 용의자를 잡았다. 그러나 용의자가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제프리 교수팀에게 범인의 정액 DNA 샘플과 유력한 용의자의 유전자 분석을 의뢰해 본 결과, 용의자의 유전자형은 범인과 전혀 달라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미궁으로 빠져들게 됐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 마을 일대 5,500여 명의 남성 유전자 지문을 검사한 끝에, 범행을 저지른 콜린 피치포크를 체포해서 사건을 종결하게 됐다. 그 후 억울하게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누명을 벗기고, 진범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는 유전자 감식기술은 이제 누구나 바로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익숙한 과학수사 기법 중 하나가 됐다.

유전자 감식 기술의 원리와 적용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30억 쌍의 염색체의 DNA 염기서열은 고유하며, 개개인 마다 여러 개의 변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개개인 변이를 모두 분석하는 것은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게 돼 개인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STR(short tandem repeats) 분석법이 널리 쓰인다. STR 분석법은 특정 유전자 부위에 2-5개의 짧은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횟수가 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것에 기초하는데, 각 염색체마다 부계와 모계로부터 물려받은 두 벌의 같은 유전자가 있으므로 짧은 염기서열의 반복 횟수는, 예를 들어 2번 염색체(6번, 9번), 3번 염색체(7번, 11번) 등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그림 참조). 이렇게 각 염색체 마다 분석한 짧은 염기서열의 반복되는 횟수는 부모 자식 간에는 절반이 같게 된다. 이러한 반복 수는 세대가 지남에 따라 조금씩 늘거나 줄어들어 변화하게 되고,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반복 수를 가지기 때문에 개인별로 고유한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DNA 프로필(DNA profile)이라고 한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유전자 감식에는 상염색체 13군데와 성염색체 2군데 총 15곳의 STR 분석을 실시한다.
   
▲그림 개념도

  이러한 유전자 감식 기술은 여러 가지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첫째, 범죄수사에서 사건현장의 증거물인 칫솔에 남아있는 구강세포의 DNA, 빗에 있는 모근세포의 DNA, 루미놀 반응으로 찾은 미세한 혈흔 등으로부터 얻은 극미량 DNA를 유전자 증폭방법(PCR)을 이용해 충분히 얻는다. 그리고 이를 STR 분석을 통해 DNA 프로필을 확보하고 구속 피의자 또는 수형자로부터 확보한 DNA 프로필과 비교 분석하여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유전자 감식 기술은 친자 확인에 이용될 수 있다. 자식은 부모로부터 절반의 유전자를 각각 얻기 때문에, STR의 반복 수 패턴의 절반이 한쪽 부모와 똑같게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이용하여 친자 확인이 가능하다. 셋째, 화재 사건이나 비행기 추락 등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된 경우 신원 확인에도 유전자 지문이 이용될 수 있다.

DNA 데이터베이스 시대의 과학수사

  그런데, 만약 오래된 백골이나 모근이 없는 머리카락을 증거물로 확보했다면, 핵에 있는 DNA가 손상됐거나 없을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핵 DNA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휠씬 많은 사본을 갖는 미토콘드리아 DNA 검사를 해야 한다.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미토콘드리아 DNA는 세포질 유전으로 전달받게 되므로 모계로부터 얻기 때문에 모계가 같은 형제들 사이에는 차이점이 없다. 따라서 개인 식별을 정확하게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에서는 살해된 두 영아가 형제관계에 있음을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으로 밝혀낸 예가 있다. 둘째, STR과 같은 핵 DNA 분석은 염기의 반복 횟수만을 분석하면 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의 경우는 변이가 많은 부분의 DNA 염기서열을 모두 직접 생화학적인 방법으로 읽어서 비교해야 하므로 비용이나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최근 빠르고 간편하게 사람의 염색체 DNA 염기서열정보 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고, 소요되는 비용도 비싸지 않다. 다가올 미래에는 태어나는 모든 사람의 지문등록대신에 유전체 정보를 DNA 데이터베이스화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이용해 사건현장의 DNA 증거물과 비교하는 과학수사의 시대가 올 수 있지 않을까. 개인유전 정보의 보호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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