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지 /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1인 가구의 문화 ]

‘혼밥’ ‘혼술’ ‘혼족’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나 홀로 활동의 기저엔 대한민국의 중심적인 가구 형태가 되어가고 있는 ‘1인 가구’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개인주의화를 통한 독립의 한 형태로 읽어내기도 하지만, 대다수 ‘1인 가구’의 실상은 독립이 아닌 고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본 기획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주거’와 ‘식사’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1인 가구’가 놓인 고립과 그 극복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독립과 고립 사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잘 살기 어려운 사회

 

임경지 /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홍제천을 곁에 둔 서대문구 남가좌동에는 청년 1인 가구 14명이 모여 사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달팽이집’이 있다. 입주자들이 직접 만든 마당 앞 평상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다. 달팽이집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를 ‘식구’라고 부른다. 전통적으로 혈연 중심의 가족을 일컫는 ‘식구’라는 말을 쓰지만, 이들 삶의 모습은 그와 전혀 다르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구성 중 최고를 차지하는 지금, 달팽이집은 1인 가구의 증가와 청년들의 높은 주거비 부담 속에서 대안적인 삶의 모습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사회가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지역 내 안정적인 공동체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의무임대 기간이 2년에 불과해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2년마다 반드시 이사를 가야 하는 현실은 물론,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직장에 따라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곳에 오래 사는 일이란 요원하고 일방적인 임대차관계 속에서 집과 동네에 애정을 갖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집 계약을 할 때부터 동등한 관계가 아닌 상태로 시작하게 되고, 집의 관리나 가격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이 전무하기 때문에 ‘건물에 잠시 거쳐 가는 사람’ 그 이상의 의미를 스스로 느낄 수 없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대중매체에서는 ‘나 혼자 산다’ ‘룸메이트’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 혹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방영되고 이슈화되고 있다. 제19대 대선에서는 한 후보가 1인 가구 종합대책을 주거·노동·건강 등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로 발표했다. 서울시의회는 1인 가구 기본 조례를 2015년 제정했고, 서울시는 최근 1인 가구 실태조사를 종합적으로 실시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렇게 주요한 정부 정책 대상으로 1인 가구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정책 대상에서 사회 취약 계층에 1인 가구를 추가한 수준에 머무르고, 4인 가구와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와 시장의 메커니즘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에게 더는 이러한 관점이 유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가구 구성 중 최다 비율을 차지하는 1인 가구’ ‘전체 가구 중 1/4이 1인 가구’라는 지표는 이제 1인 가구를 특수한 계층으로 바라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사회가 재구성되어야 할 것 이다.

 
 


  ‘내 집 마련’이라는 말로 끊임없이 “주거안정은 곧 자가소유”라는 말을 믿게 한 한국 사회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경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1인 가구 10명 중 6명은 세입자며 이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보증부 월세 비율은 36%다. 1인 가구는 다른 가구에 비해 가구 합산 소득이 적다. 연령이 어릴 경우 자력으로 자산 형성이 어려우므로 주거비 부담에서 다인 가구에 비해 보증금 마련과 월세 지출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처럼 보증금의 비율이 턱없이 높은 경우에는 이를 마련하지 못해 지하·옥탑·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제도 밖 1인 가구, 사회 밖 1인 가구


  1인 가구의 52.1%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다가구주택에 거주한다. 또 1인 가구는 아파트 중심의 법과 제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임대료 역차별 현상’이다. 이는 단독·다가구주택이 아파트보다 단위 면적당 임대료가 비싼데다가 이러한 불공정,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가장 보편적인 임차 유형인 보증부월세의 경우, 단독·다가구주택은 ㎡당 임대료가 1.54만 원인 반면, 아파트의 경우 1.13만 원이다. 심지어 고시원이 타워팰리스보다 ㎡당 임대료가 더 비싸다.

  보증금과 임대료만 1인 가구에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월 임대료와 마찬가지로 관리비도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주택 유형에서 역차별 현상이 있다. 월평균 원룸 관리비는 약 6만 원인데 이를 ㎡당 비교할 경우 원룸 관리비가 아파트 관리비보다 약 6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난다. 1인 가구의 주거실태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는 제도의 공백 속에서 1인 가구가 잘 살기란 쉽지 않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거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주택자금대출, 공공임대주택, 주거급여가 이에 해당한다. 즉, 돈을 빌려주거나(대출), 집을 주거나(공공임대주택), 돈을 주는(주거급여) 방식으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세 정책에서 모두 소외되고 있다. 주택자금대출의 경우 주로 신혼부부와 같이 2인 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특히 청년 1인 가구를 겨냥해 월세 대출이 도입되었으나 이용률이 상당히 낮고 동족방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거급여는 선정 기준이 엄격해 급증한 1인 가구를 정책 대상으로 포용하지 못한다.

  공공임대주택정책은 1인 가구가 배제될 수밖에 없는 입주 기준을 갖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의 큰 영향을 미치는 가산점 제도는 연령이 높을수록,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거주 기간이 오래될수록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 결과 1인 가구 입주 비율은 현격히 낮다. 1인 가구 중에서도 청년과 같이 독립한 기간이 짧거나 연령이 어릴수록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어려운데 그 결과 20대 공공임대주택 입주 비율은 2015년 기준 단 3%에 불과하다. 30대의 경우, 17%로 증가하는데, 이렇게 현격히 높아진 수치는 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주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1인 가구 중 가장 많은 세대 구성을 차지하는 청년 주거정책의 실상은 신혼부부 중심이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행복주택처럼 1인 가구 대상 공공임대주택이 새롭게 도입되었으나 이 역시 한계가 있다. 행복주택은 타 공공임대주택보다 임대료와 입주자 선발 기준이 다른데, 임대료는 2배가량 비싸며 ‘청년’을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로 편협하게 나눠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미취업 3년 이상 또는 취업 5년 이상은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이에 대표적으로 배제되는 대상은 대학원생, 프리랜서 등이 있다. 그나마 최근 예술인과 프리랜서도 입주 대상으로 포함했으나 예술인은 예술인복지법에 의거, 예술인 인증을 받은 사람에 한한다. 공공임대주택 정책 내에서조차 차별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시장에 맡기지 않아야


  최근 1인 가구를 겨냥한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소형 오피스텔은 물론 소형 가전, 혼밥과 혼술이라는 트렌드에 맞춘 각종 소품과 요리들을 집으로 배달받을 수도 있다. 부동산 중개, 이사 서비스, 소형 창고 대행 서비스, 그리고 셰어하우스 증가 등 1인 가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포섭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비즈니스, 즉 시장의 영역이다.

  따라서 주거정책은 이제 1인 가구의 주거정책 진입 장벽 해소와 패러다임 변화를 토대로 가족에서 개인으로, 공급 중심에서 포괄적 복지로의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가구 구성의 변화, 점유형태의 변화, 거주 기간의 변화라는 변화의 트라이앵글을 바탕으로, 집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대상’이며 ‘자산이 아닌 일상’이라는 인식 변화로 주거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1인 가구의 관계망 형성을 토대로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회의 힘을 기르는 정책도 중요하다. 도시를 하나의 공유지(commons)로 바라보며 지나치게 시장화된 영역들을 사회의 품으로 돌려야 혼자 사는 사람들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

  우리 사회는 사회가 변함에 따라 경계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시장에만 맡겨왔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사회적인 연결이 제한된 사람들일수록 더 빠르게 빈곤과 고립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아울러 이미 주거의 영역까지 지나치게 시장화된 상황에서 ‘1인 가구’ 들이 우리 사회 빈곤의 상징이 아닌 새로운 ‘시민 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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