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생명공학대학 대학원 정원 안성캠퍼스 이전 강행


떠미는 학교, 침묵하는 교수… 떠밀리는 학생


  지난 18일, 대학본부는 교육부 행정처분에 따른 대학원 정원 190명의 안성캠퍼스 이전을 골자로 하는 학칙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상이 된 일반대학원 생명공학대학(이하 생공대) 5개 학과(동물생명공학과, 식품공학과, 식품시스템과학과, 식품영양학과, 시스템생명공학과)의 교수와 원우, 학부생들의 반대는 묵살된 채였다.
  10일 오전, 생공대 교수 37명은 “학교 측의 ‘대학원 5개 학과의 안성캠퍼스 강제이전 추진’을 결사반대한다”며 310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행정처분을 생공대에 떠넘기는 학교 본부의 태도는 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오후 생공대 교수·원우·학부생들은 서울캠퍼스 본관을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학칙개정(안)이 통과된 18일 이후,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은 내부 회의를 하겠다며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학칙개정(안)은 통과되고

  생공대 대학원 정원 이전 문제는, 본교가 예술대 소속 대학원 정원 190명을 안성캠퍼스로 이동하겠다고 교육부에 보고한 사항을 지키지 않았기에 초래됐다. 교육부는 본교가 2011년 단일교지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서류를 허위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본교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본교는 본·분교 통합 승인 당시 교지확보율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었던 박범훈 전 총장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를 단일교지로 인정하라는 지시를 내려 본·분교 통합 승인을 받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행정처분위원회를 열어 ‘통폐합 승인요건 이행 허위소명 관련 행정처분’을 내렸다. 본교가 행정처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익년도 일반대학원 입학정원 190명이 강제 감축된다. 행정처분을 이행하기 위해 본교는 ▲캠퍼스 간 학과 이동(생공대 소속 5개 학과) ▲안성캠퍼스의 일반과정 신설 ▲안성캠퍼스 학과 간 협동과정 신설 등의 내용을 포함한 학칙개정(안)을 발의, 통과시켰다.
  학칙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비대위의 행동은 소극적으로 변했다. 비대위 측은 “개정(안)이 교무회의에서 통과되어 생공대 다른 교수들과 이후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 왔다. 이는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학본부의 일방적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17일 본관 앞 집회에서 ‘결사반대’를 외치던 모습과 대조해볼 때 이해하기 힘든 태도다.

또 다시 학생들은 뒷전으로

  비대위의 태도가 미온적으로 변한 것과 더불어, 12일에 이루어졌다는 대학본부와 비대위의 재협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되었다는 것 또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생공대 학생대표는 17일 집회 현장에서 “12일 재협의 자리에 비대위 교수들만 참여할 수 있었고 학생들의 입회는 거부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회의에 참가하지 못한 입장에서 자세한 이야기는 하기 힘들다”며 ‘대학 측의 일방적인 생명공학대학 대학원 정원의 안성 이전 강행에 대한 상황 보고’라는 생공대 대학원 학생회 입장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이행하기로 했던 원안은 예술대 소속 대학원 정원 190명을 안성캠퍼스로 이동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느냐” “개교기념일과 중간고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통보하는 것은 졸속 행정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지조차 않았다”는 등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칙에 따라 10일 이상 공고했고, 기간 중 생공대의 의견이 제출됐다고 밝혔다. 또한 총장·부총장 등 주요보직자들이 안성캠퍼스를 방문하고, 안성캠퍼스에 있는 대학원 학과장 교수와 6월 이후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기에 문제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종합해보면 행정처분의 당사자 중 하나인 학생들의 의견은 원천적으로 배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질러진 일, 피해는 학생에게로

  그동안 안성캠퍼스로 이동할 대학원 정원에 관해 말을 아끼던 본부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 답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20일 ‘생공대 교수들이 모든 중앙인께 드리는 글’을 발표한 것으로 ‘결사반대 투쟁’을 일단락지었다. 성명서는 대학본부의 비민주적 행정과 일체의 발언권을 박탈당한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구성원 모두가 하나로 단결됨을 확인”하는 장으로, “안성캠퍼스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대학 본부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로 환원시켰다.
  결국, 다시 한 번 본부의 뜻대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게 됐다. 비대위 성명서가 “단지 생공대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생공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학사운영을 강행하는 대학 본부의 근본적 태도에 있”다고 지적하듯, 문제는 어떤 학과가 선택되느냐의 ‘폭탄 돌리기’가 아니다. 애당초 부정을 저질러가면서까지 본‧분교 통합을 추진해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것 또한 본부다. 본부는 이 사태를 벌여놓고, 수습하는 과정에서조차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2011년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이후, 대학본부는 불도저처럼 그들의 뜻을 관철시켜 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하다. 결국 행정처분이라는 후폭풍은 앞으로 들어올 대학원 신입생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형국이다.

지난 17일, 본관 앞에서 생공대 학생들이 대학원 정원 안성캠 이전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7일, 본관 앞에서 생공대 학생들이 대학원 정원 안성캠 이전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윤환 편집위원│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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