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판>, 감독 자크 오디아드, 2015

[더 함]

삶을 위한 세 사람의 비밀
<디판>, 감독 자크 오디아드, 2015

 
 

“이제부턴 당신들이 그 가족이요” 가족을 잃은 스리랑카 반군, 혼자 떠도는 여인 그리고 부모를 잃은 아이. 세 사람은 몇 달 전 죽은 디판 가족의 여권으로 프랑스 땅을 밟는다. 밝혀져서는 안 될 비밀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는 프랑스에서의 삶은 며칠 전 만난 가족이라는 존재만큼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불어를 배워야 하고 생계를 위해 아픈 노인의 수발을 들어야 하며, 허물어져 가는 아파트 관리인으로 살아야 한다. 집에는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있으니, 그 자체로 괜찮은 생활이다. 영화 <디판>은 여권으로 가짜 가족이 된 세 난민의 정착과정을 다루고 있다.

시간이 흘러 낯선 생활은 익숙함으로 변해가고 세 사람도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그러나 가족이 된다는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어느 날 시작된 집 주변 갱들의 총격전은 내전의 충격이 아직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남편은 반군이 되어 총을 쏘던 낯선 남자로 변하고, 삶의 공간은 벗어나야 하는 위험한 곳으로 바뀐다. 공포가 된 삶에서 가족은 다시 남이 된 듯하다. 그러나 치열한 총성이 오가는 공간에서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 말, “우리 남편 해치지 마세요”는 이제 세 사람을 묶어주는 건 여권뿐이 아님을 보여준다.

긴 총성이 멈추고 진짜 가족이 된 세 사람의 삶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행복하다. 다만, 그 행복이 사실인지 혹은 치열한 총격전에서 디판이 눈을 감으며 바랐던 꿈인지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세 사람의 미래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이주 난민 정착문제에 있음을 말해주는 건 아닐까.

김현진 편집위원|kim199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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