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웅 / 문화연구학과 석사 수료

[자유발언대]

기본 그 이하의 대학원 열람실

윤수웅 / 문화연구학과 석사 수료

지정석이 없는 수료생은 자유석 열람실을 떠돈다. 논문을 찾아 공부하고 석사 논문을 쓰고자 하는 마음으로 열람실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아, 플러그가 뽑혀 있구나.’ 플러그를 꽂고 다시 전원을 누른다. 삐- 삐- 소리가 열람실에 울린다. 서둘러 플러그를 다시 뽑는다. 2년이나 다녔으면서 자유석 열람실의 컴퓨터 플러그가 뽑혀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컴퓨터를 켜다니 한심스럽다.

몇 자리를 돌아다닌다. 마침내 컴퓨터가 작동되는 자리를 발견했다. 오늘은 성공이지만, 언제 또 이 컴퓨터가 말썽을 피울지 모른다. 역시나 어느 날, 그 컴퓨터는 말썽을 피우고 플러그가 뽑히는 신세가 되었다.

지정석을 뽑지 못한 불운의 수료생으로서 글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미지의 영역인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발을 들여놓고 조립 컴퓨터의 견적을 뽑는 것이었다. 컴알못(컴퓨터를 알지도 못하는) 문과생에게 ‘다나와’는 어려운 곳이었다. 간신히 ‘홈/오피스용’이라는 탭을 발견했다. 기본 패키지의 3월 상품으로는 328,000원, 304,000원, 445,000원의 세 조립 상품이 걸려 있었다. 가장 싼 304,000원의 주요 사양은 다음과 같다. AMD A4 7300 CPU, 메인보드는 FM2A68M-DG3+ 에즈윈, 4G 메모리, 기본 VGA 내장 그래픽카드, HDD 500GB, 400W, 미니타워. 잘은 모르겠지만 논문을 찾고 문서를 작성하는 데에는 충분할 것 같다.

견적을 내 봤으니 막무가내로 계산해 보자. 내가 한 학기에 낸 등록금으로는 기본 사무용 컴퓨터 15대 정도를 살 수가 있다. 열 명의 한 학기 등록금으로는 150대. 그렇게 컴퓨터가 바뀌게 되면 수료생이든 재학생이든 손으로 논문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열람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다. 이 컴퓨터는 잘 켜질지, 이 자리는 괜찮은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뽑혀 있는 플러그를 보고 긴장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단지 컴퓨터 몇 대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내가 낸 등록금을 컴퓨터로 바꿔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열람실이 대학원 수준에 맞는 최소한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아니 대학원생들이 이곳을 연구공간이라고 여길 수 있게 대학원이 운영되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다나와’는 표준형 홈/오피스용 컴퓨터를 홍보하기 위해 “기본 그 이상의 만족”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지금 대학원의 연구공간은 기본의 만족은 제공하고 있는지, 아니 만족을 떠나 기본은 되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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