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프래질>(와이즈베리, 2013)

[편집자의 서재]

 
 
바람을 사랑하는 법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프래질>(와이즈베리, 2013)


당신은 바닷가에 서 있다. 저 멀리서부터 파도가 몰려와 방파제로 달려들더니 이내 부서진다. 제법 거대한 방파제는 이 정도 파도에는 끄떡없어 보인다. 시선을 조금 돌려 보니, 넘실대는 파도 사이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보인다. 서핑보드에 올라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스릴을 즐긴다. 여기서 문제. 방파제와 파도타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튼튼한가?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방파제가 아니라 파도타는 사람이 더 튼튼하다. 저자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당신에게 다시 묻는다. ‘부서지기 쉬운’의 반대는 무엇인가? 글쎄. 강건한? 탄력 있는? 아니다. ‘부서지기 쉬운’의 반대는 충격이 가해져도 부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어야 한다. 마치 긍정의 반대말이 중립이 아니라 부정인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퍽 생소한 이 상태를 지칭하는 말로 ‘프래질(fragile)’의 반대말,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라는 용어를 붙인다. 방파제가 튼튼하다면, 파도타는 사람은 안티프래질하다. 방파제는 언젠가는 파도에 스러지지만, 파도타는 사람의 기술은 날로 조금씩 발전해 더 큰 파도 위로 올라탈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 오랜 기간 금융트레이더로 근무했던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의 먹구름을 예견한 책 <블랙 스완>으로 일약 유명인이 되었다. 그는 오늘날 만연하는 온갖 파생상품들이 이런저런 금융공학적 방법을 동원해 리스크를 관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우 ‘프래질’하다고 말한다. 프래질한 것은 무작위와 무질서,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약해지고 부서지며 고장난다. 반면 안티프래질한 것은 충격을 가할수록 더 좋아진다.

안티프래질은 심리학에서의 ‘외상 후 성장’과 유사한 개념이다. 모든 유기체는 외상 후 성장을 겪으며 살아남는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유기체가 환경의 예측불가능성을 견뎌내기만 한다면, 유기체는 단단한 바위나 쇳덩이와 다를 바가 없다. 유기체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불확실성에 의해 이전보다 더욱 강건해진다. 이것이 탈레브가 말하는 ‘안티프래질’이다.

우리의 몸과 정신은 안티프래질의 아주 전형적인 사례이다. 니체는 “나를 파괴하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우리의 몸은 자극을 받을수록 쇠약해지거나 허물어지지 않는다. 뼈는 금이 간 뒤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뻣뻣한 몸을 스트레칭할수록 근육은 더욱 유연해진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무슨 소린지 도통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책과 논문들은 나의 지식체계를 더 촘촘하게 하며,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논쟁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닦여져 나온다.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저자는 불확실성을 피하지 말고 활용하라고 권한다. 더욱 활활 타는 불이 되어 바람을 맞이하라고 주문한다. 불확실성이란 기회의 또다른 이름표다. 사건은 무작위적으로 일어나고, 위험은 예측할 수 없이 찾아오며, 모든 계획은 꼬이고 어그러지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 불확실성에 절망하고 고통받는 ‘프래질리스타’가 되지 말고, 오히려 이를 활용해 끊임없이 나를 강하게 만드는 ‘안티프래질리스타’가 되라고 말한다.

김대현 편집위원│chris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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