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

[자유발언대]

어느 대학원생의 졸업사

정아람 /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

“졸업생 여러분, 해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망했습니다.”

미국 뉴욕대학교 예술대학 졸업식장에서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졸업식 축사로 한 첫마디다. 이어 앞으로 무수히 거절당할 일만 남았다며 졸업생들에게 ‘유머’ 넘치는 ‘격려’를 했다고 한다.

최근 서울 강남의 은광여고 졸업식 축사에서는 “작년, 재작년만 해도 명문대 진학률이 50~70%에 달했는데 올해는 3분의 1도 안 된다”며 “교사들이 잘못 가르친 탓이냐. 졸업생들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말했다. 물론, 축사를 건넨 이의 진심이 듣는 이의 주관과 편견이 개입함에 따라 오해가 빚어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졸업을 앞둔 졸업생들과 학부모, 교사에게 이 ‘유머’가 과연 ‘격려’가 될 수 있을까. 농가상인(弄假傷人)인 법이다. 나 또한 2016년 2월 19일을 끝으로 대학원생이라는 이름과 작별을 하게 된다. 만약 내가 대학원 졸업생들을 위해 축사를 한다면 어떤 말을 할지 상상해본다. 우선, 경제적 고통을 이겨낸 축하의 한마디로 시작을 해야겠다.

고액 등록금을 위해 연구조교, 아르바이트 수십 개, 프로젝트를 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연구에만 몰두하며 꿈을 그리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교수와 학생 간 권력관계, 학교행정의 일방적인 학과 지원 축소, 졸업논문에 대한 불안감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대학원생들의 초상이 되어 안타깝습니다. 이제 갓 입대한 날, 끝이 보이지 않던 제대 날짜를 계산하던 날처럼 불확실한 진로를 등에 지고 많은 걸음을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마셨던 술보다 더 많은 눈물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응원합니다.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과에 대한 해결은 원인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학력 백수’를 양산하는 교육정책, 대학원생으로 대학 구멍 채우기 등을 지금 바로잡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될 것입니다.

찰스 웹의 소설 <졸업(The Graduate)>은 대학을 막 졸업했지만 미래가 불안정한 벤자민 브래드독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졸업을 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가능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새는 가장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지금 당신 인생에 ‘대학원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날들은 가장 바람이 많이 불었던 날이라고 생각하시기를. ‘나’라는 사람은 나의 지난 역사가 말해줄 것이라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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