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라에서 어르신들을 보살펴 드릴 차례입니다. 저는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인 국민행복연금으로 통합해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 급여의 두 배 수준인 월 20만 원을 드릴 것입니다”. 이는 18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12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3차 TV방송연설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발간한 대선공약집에는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 2배(A값의 10%) 수준으로 인상해 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 도입’이라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공약파기는 비단 기초노령연금 공약뿐만이 아니다. ‘원칙과 신뢰’를 정책기조로 내세우는 정부는 이미 정치적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기초연금안을 두고 정부와 진보진영 간 팽팽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소득인정액 차등 방식을 제안했던 진 영 복지부 장관 사퇴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국회 보건복지위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복지부 장관, 국민행복연금위원회도 반대한 연계안을 청와대가 밀어붙인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기초연금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기초연금 차등지급 방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일 경우 기초연금액이 삭감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사실상 연금 삭감이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적고 가입기간이 짧은 현 세대 노인 대부분은 20만 원씩 받을 수 있지만, 현 4-50대는 가입기간이 12년 이상이 되면 그 기간이 1년씩 초과할 때마다 1만 원씩 기초연금 지급액이 줄어든다. 또한 기초연금의 급여는 물가상승률만 반영할 뿐 소득수준상승은 포함돼 있지 않다. 가입자 평균소득에 연계한 현 기초노령연금과는 달리 기초연금의 연금액은 물가변동에 연동하도록 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한 물가상승률은 평균소득 증가율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즉 기초연금은 ‘보편적 소득보장·노인 빈곤문제 완화’라는 제도의 본래 목적을 상실한 개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우려되는 점은 제도의 어려운 설계가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복잡한 계산식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물며 노인들은 어떻겠는가. 이렇듯 제도의 복잡성은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오고 이는 곧 국민의 선택이나 의사에 관계없이 정부안을 밀어부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된다. 따라서 제도와 정책 변화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더불어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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